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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의 법과시대정신] ‘언론개혁’, 조금만 더 가다듬고 가자

 

조국 교수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 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며 “천신만고 끝에 검찰개혁법안에 이어 언론개혁법안이 통과된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영미법 국가에서 다 운용하고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오랫동안 학자로서 도입을 주장해 왔다”고도 했다. 본인 말대로 오래 연구해 온 학자로서 내용을 잘 모르고 발언한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조 교수의 글은 “허위 주장이거나 읽는 사람이 사실을 오인하게 만들 수 있는 주장”이라는 임찬종 SBS 기자의 말에 동의한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영미권에서 일반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우리가 도입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영미법계, 주로 미국에서 징벌적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민법상 인정되지 않는 배상 형태다.

우리 법원은 이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에게 특히 고의 등의 주관적인 악(惡)사정이 있는 경우에 보상적 손해배상에 덧붙여 위법행위에 대한 징벌과 동종 행위의 억지를 주목적으로 하여 과하여지는 손해배상으로서 ‘보통법(common law)’상 인정되고 있는 구제 방법의 일종”이라면서 “이는 불법행위의 효과로 손해의 전보만을 인정하는 우리의 민사법 체계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는 형벌적 성질을 갖는 배상형태”라고 풀이한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형사처벌하는 우리나라에서 형벌적 성질을 갖는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다. 언론 관련 소송에서 개별법을 통해 징벌적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는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의견이다. 미국에서는 오히려 과도한 손해배상액에 대한 통제 등 징벌적손해배상 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언론 상대 소송에서 징벌적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주도 있다. 거액의 손해배상 가능성은 활발한 공적 토론을 위축시키는 만큼 반론권(right of reply) 행사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 언론자유와 조화를 이루는 방안이라는 학자들의 의견도 참고할 만하다.

손해배상액 산정 시 언론사의 매출액을 고려하도록 하는 것도 소득에 따른 차등벌금제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법체계와 조화되지 않는다.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추정 역시 손해를 주장하는 자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는 입증책임 원칙을 무시하는 규정이다.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하는 정보를 보도·매개하는 행위”라는 ‘조작보도’의 정의를 비롯, “보복적이거나 반복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별도의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을 추정하는 규정도 법률의 ‘명확성 원칙’ 위반이라는 의심이 든다. 가짜뉴스 방지, 피해자 구제라는 목적은 정당하지만 우리 법의 일반적 체계를 무시한 개정안은 입법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이처럼 조악한 법률조항을 끝내 강행처리 한다면 언론개혁 명분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의견도 구하지 않고, 안건조정위원회도 사실상 무시하고, 새벽에 군사작전하듯 법사위를 통과시킨 법률안은 절차적 정당성도 결여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본회의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에도 다행이라고 본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말처럼 “이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민주당으로서 지켜왔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다. 또 4·7 재·보선에서 질타를 받았던 오만과 독선의 프레임이 부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와 조 의원이 밝힌 언론개혁 방향은 유사하다. 조 교수는 (1) ‘공적 사안’ 관련한 ‘공인’ 대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완전히 비범죄화하고, (2) 출판물 등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9조)에 대해서도 제310조가 적용되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도록 하고, (3)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법정형에서 자유형을 삭제하는 작업을 통해 진정한 언론개혁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의원 역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공영언론과 언론 유관단체의 지배구조 개선 등 우리 당의 공약,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 등 현안, 언론중재법에서 살려나가야 할 내용들을 모두 아울러 가는 작업을 함께해야 한다”며 “이럴 때 언론 기득권들과 야당의 반발도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더해 현재 개정안에 들어 있는 반론권, 정정보도청구권 관련 조항을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더 쉽고 실효성 있게 행사할 수 있도록 다듬는 것도 권할 만한 일이다. ‘언론으로 인한 피해는 언론으로 구제하도록’ 하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반론권 행사 절차와 내용을 손 볼 필요가 있다.

2017년 3월 예일 로스쿨은 가짜뉴스 관련 워크숍을 개최했다. 법학, 철학, 컴퓨터 과학, 사회학, 인지과학, 언론학 학자들과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언론 종사자, 변호사,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버즈피드, 위키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가짜뉴스 대책을 논의하였다. 오랜 시간 논의 끝에 이들은 정부의 새로운 규제는 허용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 혹은 공권력이 개입하여 어떤 표현이 진실이고 가치 있는지 판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데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 대가는 지불할 가치가 있다”거나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것은 기존의 언론기관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관점에서는 그들의 신뢰도를 저하시키게 된다”라는 의견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늘날 가짜뉴스 문제가 날로 심각해 지는 것은 단순히 가짜뉴스 자체 보다 그 이상의 ‘전반적인 정보생태계(entire information ecosystem)’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정 매체를 겨냥한 징벌적 수단만으로는 진정한 언론개혁을 달성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조국 교수와 조응천 의원이 언론개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171석에 더해 여당 같은 야당 혹은 무소속 의원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시간을 갖고 다듬어서 제대로 된 법을 만들면 언제든 통과시킬 수 있다. 잠시만 호흡을 가다듬고 조금만 관점을 넓혀 보자는 권고를 여당에 하고 싶다. 유인태 전 의원도 언론중재법 강행은 어리석다고, 잠시 쉬어가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노동일 교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시사평론가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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