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남북정상회담, 종전선언 흥미롭다"... 조건부 회담
당·정·청 "정상회담·남북관계 파란불, 환영"
국민의힘 "연락사무소 폭파 사과 선행돼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중기준 버리고 공정성 유지 전제로 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자, 문재인 정부를 향해 관계복원 속내를 내비치면서 당·정·청은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김여정 부부장은 25일 밤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공정성과 존중의 자세가 유지된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건설적 논의를 거쳐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남북관계 회복과 평화적 안정에 대한 바람은 우리 역시 남측과 다르지 않다"며 "원활한 소통을 통해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 상봉(정상회담)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대해 "흥미 있다"라고 언급한 담화에 이어 이틀 연속 우호적 담화를 내보낸 것이다.

그는 "남조선 정치권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라며 "남북관계 회복을 바라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과 남은 서로를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꼭 밝혀두고자 한다"라며 김정은 당 총비서의 입장을 분리한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또 종전선언 추진 여부에 대해서도 '공정성과 존중 유지'를 전제로 "원활한 소통을 통해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부부장은 '이중기준'을 버릴 것을 남북관계 회복의 '조건'으로 분명히 내걸었다. 그는 "다시 한번 명백히 말하지만 이중기준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위협적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 남조선의 이중기준이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자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 무시이자 도전"이라며 "남조선은 미국을 따라 이런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억지 주장을 내들고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성을 잃은 이중기준과 대조선(북) 적대시 정책, 온갖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러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남쪽이 명분을 만들어 대화를 제의하면 응할 수도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불과 반년도 안 남긴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북측의 담화는 남측 정치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당·정·청 "남북관계 파란불, 환영" "남북통신 연락선, 신속 복원돼야"

통일부는 이날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북한도 남북관계의 조속한 회복과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바라고 있으며 종전선언·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남북정상회담 등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문제를 건설적 논의를 통해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의미 있게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는 남북 간 원활하고 안정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한 만큼, 우선적으로 남북 통신연락선이 신속하게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남북 통신연락선의 조속한 복원과 함께 당국 간 대화가 개최되어 한반도 정세가 안정된 가운데 여러 현안을 협의·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도 이날 북한의 유화적 담화에 "의미 있게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담화 내용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며 "정부는 남북관계의 복원과 발전을 위해 늘 같은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일부 언론에 말했다.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한 화답한 지 하루 만에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며 "멈춰있던 남북대화의 재개를 알리는 파란불"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2018년, 2020년, 2021년에 걸쳐 유엔에서 종전선언을 촉구한 것에 대해, 북한이 높이 평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국민의힘 "연락사무소 폭파 사과 선행돼야" "종전선언, 핵보유국 지위 고착" 경계

정부여당의 환영 분위기와 달리, 국민의힘은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를 사과해야 하며, 남북정상회담이 집권 말 치적 쌓기에 급급해 '북핵용인'으로 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데 대해 사과도 못 받고 (우리 정부가) 다시 지어주면 자존심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북한의 주장대로 '상호 존중'을 통해 핵 보유를 용인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언제든 또 폭파할 수 있는 연락사무소랑 정상회담을 얻어내고 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김여정 담화의 핵심은 남북 간 '상호 존중' 합의를 이끌어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고착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남북이 현시점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한다면 북한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기초하고 있는 남한의 안보 구조를 존중해주는 대가로 핵 무력에 기초한 북한의 안보 구조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을 포기하고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정치적 선언이며 당연히 상호 존중 원칙이 핵심"이라며 "그러나 한반도의 현 안보 구조에서 한국이 북한과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후보도 이날 SNS에서 "연락사무소 폭파 해체에 대해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이 재설치 운운하는 것이 북한의 실체임을 문재인 대통령이 명확히 인식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