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9월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사하는 거, 저 100% 동의합니다.”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 끄는 건 적폐 세력들의 수법입니다.”

두 얘기 모두 이재명 경기지사의 말이다. 자신은 “1원도 받은 적이 없다”며 대장동 개발 사업은 ‘모범적 공익사업’이었으니 수사를 통해 가리자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 지사 측은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결단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검찰 수사는 좋고 특검 수사는 나쁘다는 것이 이 지사 측의 입장인 것이다. 

이 지사 측과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의혹 특검에 반대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우선 특검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여야 합의가 이루어져도 특검 수사가 시작되려면 3~4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정 문제가 있다. 그 쯤에 특검 수사가 시작될 경우 대장동 특검은 대선 한복판에서 큰 파괴력을 갖는 뇌관으로 계속 자리하게 된다. 이는 아무래도 여당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 지사 측에서는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라 주장하고 있지만, 개발 사업은 어디까지나 이 지사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검찰 수사와는 달리 정치적 고려없이 강도높은 수사가 가능할 특검 수사에서 어떤 내용이 드러날지 알 수 없는 것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큰 리스크일 수 있다.

다음으로 이 지사와 민주당이 경계하는 것은 야당이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의혹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다. 특검 수사가 진행될 경우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의혹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민의힘은 이 지사를 의혹의 ‘몸통’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결국 이 지사를 겨냥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지라, 자칫 여당의 대선 후보가 야당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특검을 논하기 전에 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말은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면 그같은 특검 주장도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의 검찰 수사로 특검 수사 요구 여론이 잠재워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국민의힘이야 진즉부터 특검 도입을 요구해왔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특검 불가피론이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의원은 "아무리 경찰, 검찰이 한다고 해도 종국적으로 특검으로 안 갈 수가 없다"며 "저희가 맞불 작전으로 확 먼저 특검을 도입하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라고 말하여 민주당에서는 최초의 특검론자가 되었다. 

이상민 의원이 우려했듯이, 아무리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한다 해도, 결국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과 논란이 따르기가 쉽다. 당장 경찰은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가 화천대유의 수상한 인출 내역을 경찰에 통보한 것이 지난 4월이었다. 경찰은 지난 5월에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최대주주인 김만배 씨에 대한 소환 조사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한참 뒤인 9월 27일에야 이루어졌다. 관련자들끼리 말을 맞출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또한 소극적인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자,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만들어 본격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검찰 안팎에서 요구받았던 특별수사본부와는 차원이 다른, 김오수 검찰총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를 받는 수사팀일 뿐이다. 더욱이 수사팀에는 친정권 성향의 검사들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담수사팀 팀장을 맡은 김태훈 4차장검사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시절 검찰과장을 지내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 부임 이후 승진한 경우이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박 장관의 고교 후배이다. 수사팀에 속한 경제범죄형사부 김영준 부부장검사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사위이고 조국 법무부장관 청문회준비단 신상팀에 있었다.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이 사건을 과연 지금의 수사팀이 엄정하게 파헤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당 정치인이 법무부장관 자리에 있고 김오수 검찰 자체가 그의 영향력 하에 있는 현실에서 여당 대선 후보에게 부담을 줄 수사까지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찰과 검찰이 어떠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그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다시 특검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나 민주당으로서도 차라리 지금 시점에 특검 수사를 수용하여 털 것은 털고 가는 것이 본선을 위해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사실이 알려져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한 거액 퇴직금의 성격 역시 특검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일이다. 이재명 지사도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않는 강도높은 특검 수사를 통해 ‘국민의힘 게이트’의 전모를 밝히자고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100% 동의하지만, 특검 수사는 결단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장동 의혹은 이제 전직 언론인, 이재명 지사의 측근들, 야당 국회의원, 전직 대법관, 전직 특별검사, 전직 검찰총장 등이 등장한, 많은 인맥들이 얽히고 설킨 국민적 의혹으로 커져버렸다. 그 의혹을 규명하는데 여야의 구분이나 성역이 있을 수 없다. 여야 불문하고 또다른 곽상도는 없었는지, 정관계 로비 의혹도 수사를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을 지금의 검찰 수사가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서로가 ‘이재명 게이트’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가 가장 옳은 선택이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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