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회계사 제출 녹취록 속 '350억 대 로비' 정황 
권순일과 8차례 만남... "대법원 이발소 가려 한 것" 해명에 설득력 잃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가 27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용산경찰서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가 27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용산경찰서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홍수현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검찰 소환이 오는 11일로 정해졌다. 천화동인 1호이자 1200억 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 씨 소환에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진상 파악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 700억 약정, 350억 실탄, 의문의 473억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오는 11일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수사에 착수한 지 12일 만이다. 

김 씨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관여한 인물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받는 대가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파일과 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왔다.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이 김 씨로부터 2015년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당시 개발수익의 25%인 700억 원을 약속받고 올해 1월 그중 일부인 수표 4억 원 등 총 5억 원을 뇌물 명목으로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녹취록은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700억 원의 약정을 유 전 본부장보다 더 윗선을 보고 맺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확보한 녹취록에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천화동인 1호 소유주로 알려진 김 씨가 "내가 실소유주가 아니란 걸 직원들이 다 안다"는 취지의 발언과 "정치자금은 내가 대야 한다"라고 한 것에 주목해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일각에서는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 1208억 원의 일부가 자금 세탁을 거쳐 이재명 경기지사 측에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김 씨나 유 전 본부장 모두 강력 부인하고 있다. 

아울러 화천대유의 정관계 로비금액이 350억 원에 달한다는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로비 자금 규모를 가리켜 "실탄은 350억 원"이라 칭했다.  

정 회계사와 김 씨가 로비 자금에 대해 나눈 대화에서는 김 씨가 성남시의장에 30억 원을, 성남시의원에게는 20억 원을 전달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산재 보상 명목으로 5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었으며,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에게도 50억 원의 성과급을 주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 원의 행방도 검찰 수사로 드러나야 할 부분이다. 

법조계에선 "곽상도 의원의 아들 퇴직금도 계좌로 건네진 마당에 473억 원은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문의 473억 원에 녹취록 속 '실탄 350억 원'이 포함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막대한 개발수익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700억 원의 약정액을 감안할 때 로비자금은 473억 원 포함해 더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권순일 전 대법관 '재판 거래' 의혹... "단골로 이용하던 이발소 방문하러"

권순일 전 대법관과 석연치 않은 만남 등에 대한 진상 파악도 검찰이 규명할 대상이다. 

7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씨는 2019년 6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권 전 대법관 집무실을 총 8차례 방문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김 씨의 잦은 방문이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무죄판결 전후로 이뤄져 '재판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 사건의 상고심 판결 당시 캐스팅보트를 쥐고 "선거토론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 항소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 판결을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씨가 '재판 거래'의 중개자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그는 "단골로 이용하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방문하거나 후배 출입기자들을 만나러 온 것인데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적었다"고 해명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법원 내규에 따르면 방문인은 원칙적으로 방문 부서에 연락해 방문이 허가된 경우에만 출입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권 전 대법관의 허락이 있었거나 김 씨의 해명이 설득력을 잃게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권 전 대법관이 대법관직에서 퇴임한 뒤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을 올려 월 15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점도 두 사람의 관계에 의혹을 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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