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 둘러싼 미중간 대치 뚜렷해져

왼쪽부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 왼쪽부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세계 무역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공급망 중심정책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의 역할을 강조하는 다자주의 논리가 맞붙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이같은 두 국가의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해 '동맹중심'을 강조한 반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영상 연설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의 핵심적 역할을 강조하는 등 '다자주의' 논리로 맞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국제 공급망을 원활하게 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한국, 독일, 호주, 인도, 캐나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동맹 내지 우방국들을 여럿 포함시킨 '공급망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발언을 통해 "우리의 공급망이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고, 노동자의 존엄성과 목소리를 지원하고, 우리의 기후목표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중국 신장(新疆)에서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중국의 탄소 배출 감축과 관련한 추가 의무 이행을 촉구해온 미국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소스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의 공급망은 다각적이어야 한다"고 한 것은 중국에 대한 의존 탈피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결국 이번 회의는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지지함으로써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길을 텄던 미국이 미중 전략 경쟁 속에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을 구상하고 있음을 알린 상징적인 자리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반도체, 배터리 등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결정적인 분야에서 중국과 구분된 별도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인 것으로 여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가, "인위적으로 소그룹을 만들거나 이념으로 선을 긋는 것은 간격을 만들고 장애를 늘릴 뿐이며 과학기술 혁신에 백해무익하다"며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새 공급망 구축 시도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시 주석은 또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를 유지하고 개방형 세계경제를 건설하며 개발도상국의 권리와 발전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분쟁 해결 메커니즘의 정상 작동을 되도록 빨리 회복해서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회복력과 안정성에 관한 국제 포럼을 개최할 것을 제안하고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위한 협력을 희망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미국의 중국 견제 행보에 정치는 유엔, 경제는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우군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또 시 주석이 역점을 들여 추진해온 일대일로에 동참하고 있는 나라들을 규합해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맞선 중국 주도의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이처럼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의 대치가 뚜렷해지면서 반도체 강국인 한국을 자국 중심의 공급망에 붙들어 두려는 미중의 신경전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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