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손보험료 10~12% 인상에도 3분기까지 손보업계서만 2조원 손실
"손실 큰 초창기 상품에 보험료 더 부과해야 형평에 맞아"

올해 실손보험 역대 최대 규모 손실 예상 CG  (사진=연합뉴스)
▲ 올해 실손보험 역대 최대 규모 손실 예상 CG  (사진=연합뉴스)

 

올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다시 역대 최대 규모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보험료는 대폭 오른 상황인데 이어 내년에도 두자릿수 인상이 전망된다. 

2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현재 손해보험사의 일반 실손보험의 '손실액'은 1조969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손실액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사업관리·운영비용을 제외한 '위험보험료'에서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을 차감한 금액이다. 마이너스라는 것은 실손보험이 적자가 났다는 의미이다. 

9월 말까지 손해보험업계는 실손보험 가입자로부터 위험보험료 6조3576억원을 걷었으나 보험금으로는 그보다 2조원 가까이 더 많은 8조3273억원을 지급했다.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위험손해율은 131.0%를 기록했다. 보험료 수입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31% 더 많은 '적자 구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실 예상액은 약 2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실손보험 계약에서 손해보험사의 점유율이 80% 수준임을 고려하면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를 합친 전체 실손보험의 올해 적자는 3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위험손해율은 보장이 더 후한 옛 실손보험 상품일수록 더욱 심각했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  예전 실손보험의 올해 3분기까지 위험손해율은 무려 140.7%로 나타났다.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의 위험손해율은 그보다 낮지만 128.6%에 달해 적자가 심각했다.

'3세대' 신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의 경우 위험손해율이 2019년부터 100%를 초과했고, 올해 9월 말에 112.1%로 악화했다.

기존 실손보험이 모두 적자 구조이지만 그중에서도 초창기 상품이 대규모 적자의 주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4월 1세대 상품에 대해서는 최고 21.2%의 보험료 인상률이 적용됐으나 손해율은 전년 동기(141.7%)와 비슷한 수준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1세대 실손 가입자는 낸 보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 간 셈"이라고 분석했다. 

보험금 지급이 많은 비급여 진료 항목은 1·2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도수치료, 백내장수술용 조절성 인공수정체(다초점렌즈), 체외충격파치료 순으로 나타났다. 백내장수술 다초점렌즈 비용을 보장하지 않는 3세대 상품에서는 1인실 입원료, 도수치료, 척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순으로 보험금 지급이 많았다.

특히 백내장 관련 지급 보험금은 손해보험에서만 9월까지 6998억원을 기록, 올해 지급 보험금이 9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3년 전 2018년(2491억원)의 4배에 달한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합쳐 3900만명에 달한다. 연말 결정되는 보험료 인상률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작년에는 실손보험료가 평균 10~12% 올랐다. 업계는 올해도 그 정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에 1세대(2009년 9월 이전 판매)와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실손보험료를 내년에는 20% 이상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3~4세대는 인상 폭이 훨씬 적거나 작년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대책은 고삐 풀린 비급여 진료비를 통제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손실액 규모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상대적으로 훨씬 보험금을 많이 타간 1세대 가입자에게 더 높은 인상률을 적용하는 것이 그나마 형평성 논리에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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