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함께하는 평화국제회의…"모든 악행은 피해자만이 용서할 수 있어"
외교부, 취재진 배포원고에 이용수 할머니 이름 오기해 빈축…"대단히 송구"

<strong></div>정의용 외교부 장관 <사진=유튜브> </strong>
정의용 외교부 장관 <사진=유튜브>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5일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를 언급하며 "이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이러한 참극이 절대로 잊히거나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국제회의'에서 영상 개회사를 통해 지난 3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 중인 이용수 할머니와 면담한 일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가해자가 진실을 부정하고, 심지어 역사를 수정하거나 생존자가 세상을 떠나기를 기다려 부끄러운 행동이 잊히기를 바라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최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군의 관여와 책임을 부인하려는 일본 우익 및 정치권 움직임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생존자 중심 접근법은 생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와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인간의 모든 악행은 그 피해자만이 용서할 수 있고, 그들만이 고통스러운 과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생존자·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했다.

또 "30년 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로서 피해 사실을 최초 증언했다"며 "이 용기 있는 행동이 더 많은 생존자 증언으로 이어졌고 이들을 지지하는 국제 연대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strong></div>이용수 할머니 <사진=연합뉴스> </strong>
이용수 할머니 <사진=연합뉴스> 

정 장관은 "(위안부와 같은) 잔혹 행위가 단순히 과거의 먼 기억이 아니라 안타깝게도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에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성폭력 위험이 커지고 있고 여성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화상 축사에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이후 여성과 여아의 인권이 급격히 역행하고 있다"며 "미얀마에서는 수십 년간 성폭력, 젠더 폭력이 국가를 휩쓸었다. 특히 소수민족 여성과 여아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림 알살렘 유엔인권이사회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화상으로 한 기조연설에서 분쟁 하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함께 여성이 피해자 배상을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쟁 관련 성폭력 가해자의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며 "많은 국가에서 강간죄에 공소시효가 존재해 가해자 불처벌 관행이 더욱 만연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장 피해를 보는 여성과 여아에게 (가해자 처벌) 부담이 전가되고 여성에 대한 배상이 우선시되지 않고 있다"며 "여성이 배상 협상 과정에 충분하고 공평하며 꾸준히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전 세계 분쟁 상황에서 발생한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2019년부터 매년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취재진에 배포한 장관 개회사 한글판 비공식 번역본에 이용수 할머니의 이름을 '이용순'으로 잘못 표기했고, 통역도 '이용순'으로 전달해 빈축을 샀다.

다만, 영어 원고에는 이름이 맞게 기재됐고 정 장관도 실제 영어 연설에서 '이용수' 할머니라고 언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실무적인 실수"라며 "대단히 송구하고 이런 일은 없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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