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기후‧환경 질문에 尹 “들어본 적 없으니 가르쳐달라”
민주당 “尹, 에너지 문제 무지 드러내…인식 수준 한심”
국민의힘 “장학퀴즈성 질문…에너지로 갈라치기 말라”
조정훈 “수천만 국민에게 낯선 개념…유권자에게 무례”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전날 TV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RE100’ ‘택소노미’ 관련 질문에 답하지 못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본격 공세에 들어갔다. 반면 ‘이런 것도 모르냐’ 식의 질문 자체가 민주당이 엘리트 집단화돼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3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건가’라는 물음에 윤 후보가 “RE100이 무엇인가”라고 답했다. 또 ‘EU 택소노미가 논의되고 있는데 원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들어본 적이 없으니 가르쳐달라”고 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지난 2014년 영국 런던의 국제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그룹’에서 시작된 캠페인으로 이날 기준 글로벌 기업 349곳을 비롯, 국내 기업인 SK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도 참여하고 있다.
또 ‘EU 택소노미(Taxonomy)란 최근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녹색) 활동으로 분류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탈원전’을 주장해온 윤 후보에게 이 후보가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는 논란이 있다”며 물은 것이다.
윤 후보는 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선택 2022! 대선 후보 농정 비전 발표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RE100을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어려운 게 있으면 설명을 하며 하는 게 예의”라고 말했다.
민주당 “RE100 고민이 전혀 없었다는 건 심각…충격”
이 후보는 ‘RE100’ 개념을 두고 단순히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핵심 과제라며 국가 경제를 설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숙지해야 할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에게 전세계적 추세이자 우리가 직면한 에너지 문제에 대한 무지라며 비판했다.
이 후보는 4일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RE100문제는 단어 문제가 아니고 국가 산업 전환의 핵심과제에 관한 것”이라며 “지금 산업단지들도 RE100전용단지 건설이 전국적으로 매우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350개에 이르는 글로벌기업들이 RE100을 선언, 재생에너지 100%로 생산되지 않은 물품은 생산하지도, 공급받지도 않겠다고 결의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강력한 중요과제”라면서 “우리 국민들께서 일상적인 삶 속에서 모르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이 전환시대에 국가 경제를 설계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걸 모른다는 걸 저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토론 직후 논평을 통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 무지를 드러냈다”며 “국제 공용어를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는 윤 후보의 말과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그토록 원전 찬양에 열을 올리면서 EU 택소노미도 모른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4일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기후 안보분야의 인식 수준이 한심하다. 백번 양보해서 이야기해도 RE100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심각하다”며 “대선후보가 RE100 자체를 모른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전세계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답한 것은 충격을 더했다”고 강조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 전환의 시대에 정치리더가 세계적인 흐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수출이 막히고 경제가 도탄에 빠질 것”이라며 “기후위기를 구실로 새로운 무역장벽이 생기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으면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며 ‘RE100’을 꼭 알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해식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 ‘EU택소노미’도 모르고 ‘RE100’도 모르는 후보에게 어떻게 이 나라의 미래를…”이라고 적었다.
최강욱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청약제도도 모르고, RE100도 모르고, EU 택소노미도 처음 들었고, 사드 배치는 자기 집 없는 곳이면 아무 데나 하고, 대장동 물고 늘어지다 연타만 맞았다”라고 올렸다.
국민의힘 “李, 말 돌리기 급급…'장학퀴즈성 질문'만 준비"
토론 후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는) 대장동 이슈가 나오면 질문자가 누구이던 간에 말을 돌리기 급급한 모습이었다. 동문서답의 끝판왕"이라며 "‘장학퀴즈성 질문’만 준비해왔다"고 논평을 내놓았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1년 10월 25일자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제가 RE100으로 읽은 것을 직원이 들으면서 타이핑을 치다보니 R200으로 표기한 적이 있다. 타이핑을 치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윤 후보를 옹호했다.
이어 “그러나 이 후보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에너지에는 선악이 없다. 태양광은 착하고 원전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이 후보는 에너지로 갈라치기하지 말라”라고 덧붙였다.
조정훈 “민주당, 중요의제를 자신들만의 은어로 만들어버린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애초에 일반 국민들이 생소할 법한 개념을 ‘이것도 모르냐’ 식으로 질문한 태도가 유권자들에게 무례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RE100, EU택소노미는 물론이고 탈탄소라는 개념도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는 수천만 국민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어려운 개념일 수밖에 없다”라며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RE100을 어떻게 대응하겠냐고 앞도 뒤도 없이 물은 것은 토론을 보는 다수 유권자들에게 매우 무례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 측은 윤석열 후보가 RE100이 뭔지도 몰랐다며 신이나 비난하고 있다”면서 “의원들도 지지자들도 SNS에 퍼 나르기 바빠 보인다. 참으로 바보짓이고 못난 짓”이라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친환경 사회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고 숙제인데, 민주당은 이렇게 중요한 의제를 자꾸 자신들만의 은어처럼 만들어 버리고 있다”면서 “은근히 아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보이는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의 태도가 탈탄소 의제의 가장 큰 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도시 엘리트 집단화돼 다수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한다는 뼈아픈 지적을 한 앤드류 양이 대한민국 민주당을 보면 뭐라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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