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지’ 인명진‧김동길 등 원로, 단일화 결단 촉구
김동길 "윤 후보 만나서 포기하겠다고 오늘 양보하는 사람이 5년 후 새 대통령 키 가질 것"
인명진 "왜 저렇게 완주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이상돈 “안 될 줄 알았다…安 10년간 피로감 있을 것”
석동현 “정권교체 대의 위해 ‘사즉생 생즉사’ 실행하길”
신평 “정권교체의 확실한 담보 스스로 두들겨 부숴”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새해 인사차 방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새해 인사차 방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대선을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야권 단일화가 결렬된 상황을 두고 중도보수 원로들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안 후보 지지 선언을 했던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1일 원로 3명과 함께 안 후보에게 결단을 촉구하며 지지를 철회했다. 이날 안 후보의 후원회장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안 후보에게 ‘정권교체’를 위한 사퇴를 요구했다.

또 안 후보와 국민의당을 창당해 최고위원,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윤 후보를 공개 지지한 신평 변호사는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돌리며 비판했다. 윤 후보의 ‘40년 지기’이자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외협력특보인 석동현 전 검사장은 안 후보에게 ‘조건 없는 결단’을 압박했다.

■ 김동길 “포기할 줄 아는 아량 가진 정치인이 새 대통령의 키를 갖게 된다”

안펄수 후보의 후원회장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1일 안 후보에게 “포기할 줄 아는 아량을 가진 사람만이 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결단을 내릴 것을 압박했다.

김 교수는 이날 유튜브 채널 ‘김동길TV’에 ‘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부탁합니다’라는 제목의 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를 만나서 포기하겠다는 제의를 하면 한국 정치의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며 “왜냐하면 5년 뒤 나올 새 대통령은 오늘 양보하는 사람이 그 키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니까 '내가 포기할게' 이거는 먼저 선언하고 나서는 사람이 이 다음 시대의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야권 단일 후보직을 양보하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1일 이후 넉 달 가까이 유튜브 활동을 중단했으나 지난달 24일과 이날 단일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영상을 연이어 올렸다.

김 교수는 “‘내가 물러날게’라고 해도 국민이 절대 물러나게 하지 않는다”며 “국민이 그런 정치 지도자가 필요하니까 그런 사람은 놓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포기할 줄 아는 정치인이 등장하면 4년, 5년 뒤를 내다보고 정치하는 거니 한국 정치가 이렇게 수준이 높아질 수가 없다”며 “근데 왜 그걸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안 후보를 “한 시대의 뛰어난 지성인”이라고 평가하면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윤 후보를 만나야 한다”며 “‘내가 먼저 물러날게’ 이렇게 한마디 하는 사람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고 했다.

■ 인명진 "왜 저렇게 완주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인명진 목사(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촉구하며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으나 27일 단일화 결렬이 재차 확인되자, 28일 안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 사진은 지난 2월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인명진 목사 등이 9000명의 서명과 함께 윤-안 후보단일화를 촉구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인명진 목사(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촉구하며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으나 27일 단일화 결렬이 재차 확인되자, 28일 안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 사진은 지난 2월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인명진 목사 등이 9000명의 서명과 함께 윤-안 후보단일화를 촉구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월10일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가 27일 단일화가 결렬되자, 28일 지지를 철회한 인명진 목사(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는 2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 '단일화 결렬' 배경에 민주당과 모종의 모략설과 관련 "그것은 여러가지로 그런 추측도 나오고 또 실제 그런 증거도 있다"면서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인 목사는 "우리 국민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게 안철수 후보의 완주"라며 "자기가 지금 완주해서 당선되리라고는 아마 생각 안할지 모르는데, 당선도 안될 일을 왜 완주를 하려고 그럴까"라고 안 후보의 완주 의지를 비판했다. 

인 목사는 "완주해서 끝에 가는 경우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본인에게도 문제가 있고 혹시 만에 하나 정권교체가 실패했을 때 생기는 이 책임 같은 것이 있다"며 "이런 것들을 생각을 안 할 리가 없는데 왜 저렇게 완주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저도 모르고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의심, 궁금해하는  내용인데 아마 5년 후나 10년 후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때나 얘기할까 생각된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은 안철수 후보가 계속 완주를 하면 민주당이 이익을 얻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사회자 질문에 "지금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집단이라는 건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 되지 않느냐"며 "그러면 뭐 배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우리가 잘 모르지만 섣불리 얘기할 수도 없고 근거도 없는 일이지만 그러나 그렇게 밖에 추측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 정권을 연장해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 건데 어떻게 우리가 그런 일을 수수방관하고 지지하고 따라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인 목사는 지난 28일 안 후보 지지선언을 철회하면서 "안 후보가 대선 완주를 선언함으로써 정권교체의 이 시대적 사명을 져버렸다"며 "정권교체를 애타게 기다려온 국민의 간절함을 외면한다면 안 후보의 정치적 소신은 아집과 불통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주장하는 국민 경선이 결코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사명에 우선할 수 없다고 믿는다"며 ”단일화가 결렬된 이상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단일화는 안 후보가 사는 유일한 길이며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의 길"이라며 “정권교체의 실패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실패가 아니라 국민의 실패이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 이상돈 "국민의힘, 안철수 수렁에 빠져 지지율 까먹어"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이 22일 오전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6.2.22 (연합)
▲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이 22일 오전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6.2.22 (연합)

국민의당 창당멤버로 안 후보와 20대 국회의원이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일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과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에 대해 “처음부터 안 될 거라고 저는 생각했다”며 “안 후보가 지난 10년 동안 단일화 같은 것에서 정말 피로감들이 좀 많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마지막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 이유에 대해 “지지율이 비슷해야만 단일화 논의가 되는 것이지 않느냐”며 “또 이제 1, 2등으로부터 떨어진 3등이라면, 그 3등 후보가 2등 후보와 연대를 한다고 하면 제대로 반전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이어 “저하고 국민의당에서 같이 했던 장진영 변호사가 이런 재밌는 말을 했다”며 “‘선거에서 이기고 싶으면 상대방이 안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하도록 하라. 그러면 선거에 승리할 것이다. 단일화를 하다가 양쪽이 완전히 진이 빠지고 수렁에 빠지기 때문에 상대방이 득을 본다’고 했는데, 지금 국민의힘이 수렁에 빠질 뻔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나온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안 후보를 알기 때문에 그렇게 아주 브레이크를 세게 건 것”이라며 “그렇게 되니까 국민의힘에서 내분이 일어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그것 때문에 차이가 컸던 (지지율) 격차가 확 줄지 않았느냐. 안철수 수렁에 빠져서 지지율을 까먹은 것이다. 저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손해 봤다고 본다”이라고 말했다.

또 “안 후보를 지지하는 표라는 게 국민의힘으로 온전히 가지 않는다. 반도 안 간다”며 “한 3분의 1 정도는 고유표가 있다. 기권하든가 제3의 후보를 찍는 표가 있고, 그밖에는 양쪽에서 비슷하게 갈라서 온 것이기 때문에 지지율이 10% 미만이면 4자 구도나, 다자 구도나, 양자 구도나 차이가 없다. 그런데 쓸데없이 단일화에 목을 매다가 완전히 지지율을 좀 까먹어서 민주당이 해볼 수 있게 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걸 좀 빨리 해결했으면 더 도움 될 뻔 했다”고 했다.

■ 석동현 "정권교체 대의 위해 조건 없이 결단해 달라“

국민의힘 대선 중앙선대위 공정희망연대 총괄본부장 겸 상임대외협력 특보인 석동현 전 검사장은 “안철수 후보님이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결단을 고려해주십시오”라며 안 후보의 용단을 촉구했다.

석 전 검사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님이 아무런 조건을 걸지 않아도 만약 결단을 하신다면 필시 국민들은 그 결단에 감동해 승자에게 배려와 동행을 요구할 것이며 엄청난 여론의 압박이 반드시 가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그 결단의 시간은 이틀 사흘뿐, ‘사즉생, 생즉사’를 실행해주시길”이라고 적었다.

석 전 검사장은 “보름 전 무렵 안 후보임이 먼저 윤석열 후보께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답이 없다는 이유로 일주일 만에 거둬들였고, 윤 후보님 쪽에서는 공을 들여 단일화 노력을 하면서 막판에는 안 후보님께 직접 만나자고 공개제안도 했지만 안 후보님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며 또 잘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당초 후보님은 윤 후보님보다 지지율이 훨씬 낮은데도 왜 윤 후보께 여론경선 방식까지 못을 박아 단일화를 제안했나. 그 방식대로면 윤 후보를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나. 그게 아니라면 만약 경선을 해서 안 후보님이 지게 되면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한 것이 되고 ‘철수’했다는 말은 안 듣게 될 것으로 생각했나”라고 반문했다. 

또 “안철수 후보님, 후보님은 정치에 입문할 당시 역사와 흐름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자신을 희생할 각오와 준비가 돼 있다고 했었습니다”며 “지금이 바로 그런 초심으로 돌아갈 때입니다”고 강조했다.

■ 신평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는 나르시시즘”

지난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있다, 최근 윤 후보를 공개 지지한 신평 변호사가 안 후보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신 변호사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에게 "한 인간의 정상을 향한 처절하고 비열한 욕구,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는 극도의 나르시시즘에 농락당한 역겨운 느낌만이 땅바닥을 구른다"고 올렸다.

신 변호사는 또 "세상과 타인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잘못된 사람이다. 그는 타인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예의를 터득하지 못한 채, 그가 만들어 낸 가공의 환상 속에서 혼자 즐기며 살아온 사람"이라며 "그리고 그는 정치인이 아니라 한갓 정상배(政商輩)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혹자는 이태규 의원이 안철수 후보와 상관없이 협상을 제멋대로 진행시킨 것이라고 주장하며 안 후보를 옹호한다. 그렇지 않다"며 "적어도 2차 단일화 협상은 안 후보가 지시하여 진행된 것임을 초기 참여자로서 나는 명백하게 증언한다"고 했다.

전날에도 신 변호사는 안 후보를 겨냥한 저격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두 번에 걸쳐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를 파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눈앞에 들이밀어진 정권교체의 거의 확실한 담보를 스스로 망치로 두들겨 부수어버린 것일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어찌어찌하여 다시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나 자신을 밀어줄 당은 비례대표 3석밖에 없는 초라하고 비참한 실정"이라며 "이 상황에서 그는 비약적인 퀀텀 점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끝으로 신 변호사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다. 여전히 안 후보 측에서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지도 않은,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안 후보의 두 번에 걸친 후보 단일화 합의문 파기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런 희망이나 주장이 얼마나 덧없는 성질의 것인가를 잘 알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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