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 대해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윤 후보 측이 협상 과정까지 공개하며 단일화 시계는 파국으로 치달아 멈추는 듯 했지만, 전날 마지막 TV토론이 끝난 후 심야부터 이날 새벽까지 급격하게 빨라졌다.

결국 두 후보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마주 앉은 지 2시간 반 만에 공동선언문 초안이 나왔다고 한다. 만남의 장소는 윤 후보 측 장제원 의원의 매형이자 안 후보와도 친분이 깊은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의 강남 자택이었다.

양당 관계자에 따르면 그간 단일화 물밑 협상을 진행해왔던 '전권 대리인' 채널인 윤 후보 측 장제원 의원과 안 후보 측 이태규 의원은 지난달 27일 협상이 잠정 결렬된 이후에도 "인간적인 관계를 끊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자"라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안 후보측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 것은 이번주초 부터라고 한다.

지난달 28일 윤 후보의 춘천 유세 때는 윤 후보 측 권성동 의원에게 '김미경 교수(안 후보 배우자)가 마음이 바뀐 것 같으니 지금 안 후보에게 만나자고 하면 될 것 같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안 후보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제3의 인사를 통해 전달됐다.

다른 채널을 통해선 경기도의 한 교회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만남을 주선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 1일 국민의당 내부 회의에서는 단일화 여부를 놓고 찬반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가 결과적으로 이 회의를 마친 뒤 단일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양당 관계자는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마지막 TV토론이었던 전날 토론 시작 전에도 장·이 의원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오는 4일 전이 사실상의 마지막 협상 시한이었다.

"내일(3일)이 마지막인데, 정치를 10년 이상씩 한 사람들끼리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게 하자", "정치적 목숨을 걸고 한번 해보자"는 취지의 장·이 의원 간 '의기투합'이 있었다. 양측은 TV토론 종료 후 각 후보와 함께 만나기로 약속했다.

전날 밤 10시 TV토론이 끝나자마자 장 의원은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협의 내용을 보고했다. 행여 윤 후보의 토론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토론 직후 보고했다는 후문이다.

이 의원 역시 토론을 마친 안 후보를 비밀리에 국민의당 당사로 인도해 윤 후보와 만나야 한다고 설득했다.

전날 밤 11시 50분, 강남구 선릉역 근처 역삼동 모처에서 진행된 윤 후보의 유튜브 촬영이 끝난 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의 자택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장제원·이태규 의원이 회동에 배석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회동에선 시작부터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양측의 단일화 '거간꾼'들이 서로의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를 풀고 진의를 확인한 두 후보는 '조건 없는 가치연대'를 전제로 한 단일화 담판을 타결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얘기하는 정치교체, 세대교체, 시대교체에 공감한다. 그러나 현 정부를 교체하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꿈꾸는 그것들을 이룰 수 있겠나.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소명을 우리 둘이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바라는 바인, 안 후보의 개혁과 실용주의, 과학기술 어젠다들을 이룰 수 있다면 저는 뭐라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도 윤 후보에게 "어떻게 이룰 수 있겠느냐. 지금까지 성공한 대통령은 없지 않았나. 어떻게 성공할 수 있나"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윤 후보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결정을 신속하게 내렸지만, 그 결정을 혼자 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했다"며 안 후보에게 재차 "우리 함께 유능한 정부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윤 후보는 "현재와 같은 위기의 시대에 안 후보는 과학기술 강국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있지 않나. 안 후보는 저를 믿으세요. 저는 안 후보를 믿겠다. 믿고 손잡고 가자. 성공한 정부를 만들자"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앞에 두고 다른 얘기를 할 게 뭐 있나. 잘해야죠"라며 윤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수락했다.

두 후보의 담판 자리에서 대선 승리 후 자리 보장이나, 대선 이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오가지 않았다고 양당 관계자는 전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윤 후보는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엄청난 중압감과 책임감이 있었고, 안 후보는 당장의 힘은 없지만 정치사회 개혁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었다"며 "두 후보의 신뢰 문제가 해결되니 단일화 담판은 참 쉽게 타결됐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8시 국회 기자회견장. 두 후보는 짙은색 계열 정장에 각각 핑크색(윤석열), 어두운 붉은색(안철수) 넥타이를 매고 나란히 등장했다.

특히 안 후보는 전날 TV토론의 복장과 같아 보이는 짙은 감색 정장에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그대로 매고 나타났다. 전날 윤 후보와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쌍둥이 차림'으로 출연해 단일화의 복선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안 후보는 옆에 선 윤 후보를 바라보며 "제가 할까요?"라고 물은 뒤 직접 초안부터 작성한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주로 안 후보가 선언문 대부분을 읽었고 윤 후보는 "저 윤석열은 안철수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해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고 성공시키겠다"는 말미의 한 문장을 거들었다.

안 후보는 투표용지 인쇄(2월 28일)일이 지났다는 점을 의식한 듯 "국민 여러분, 늦어서 죄송합니다. 늦은 만큼 쉬지 않고 끝까지 확실하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대목에선 목소리가 다소 작아지기도 했다.

공동 기자회견 후 국민의당은 이날 예정돼 있던 안 후보의 유세 일정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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