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요구의 함의 ‘정치보복’ 굴레 벌어나라는 주문, 정치적 갈등의 대치전선 이동은 불가피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와 ‘영남 위주 권력배분’ 등 지지층 욕구, 尹 선택이 관건 
집권여당 굴레 벗은 거대야당과의 협치도 과제, 민주당에 정치적 명분 줘야 가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난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난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월 10일 새벽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그 순간부터 대한민국호(號) 거함의 키를 잡고 5년의 국정을 책임지는 험로에 진입했다.

20대 대선은 진영 간 분열과 반목을 넘어 상대에 대한 혐오가 넘쳐난 유래 없는 선거였다. ‘비호감 대선’이란 프레임에도 투표율은 77.1%로 지난 19대 촛불 대선과 비슷했다. 양쪽 진영의 동원력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득표율은 윤 후보는 48.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47.8%였고 표차는 24만7천여표 밖에 되지 안 되는 박빙의 승부였다.

선거 막바지에 반목과 갈등, 혐오 정서 속에서 양 진영은 결집했다. 이렇게 결집된 양 진영의 분노는 선거 후에도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선거 패배 후 결과를 수용하고 승복했지만 향후 국정을 이끌 윤 당선인이 이를 수습해야할 책임을 오롯이 지고 있다.

이 후보는 패배 후 낸 메시지를 통해 자신을 지지한 국민들에게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밝히고 “윤석열 후보에게 축하드린다. 당선인께서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말로 윤 후보에게 국민통합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윤 당선인도 당선 후 첫 메시지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 하나라는 마음으로 저도 이 나라의 국민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하나”, “헌법정신과 의회를 존중하며 야당과 협치할 것”이라며 국민통합과 협치를 약속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윤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선거 과정의 갈등과 분열을 씻어내고 국민이 하나가 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고 윤 당선인은 “많이 가르쳐 달라”며 “빠른 시간 내에 회동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통합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윤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부패를 수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분열과 갈등을 추스르고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구현하겠다는 뜻도 함께 얘기해 다소 이율배반적인 스탠스를 취해왔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 심판’과 ‘정권교체’ 프레임으로 집권한 윤 당선인에게는 정치적 딜레마가 따를 수밖에 없다. 자신을 당선시킨 지지층의 욕망과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는데 장애물 또한 만만치 않다.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 부인 김건희 씨 주가조작 등 관련 비리 의혹 등은 윤 당선인을 곤혹스럽게 할 것이다. 당장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을 추진할 태세다. 자신과 가족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한 불씨는 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향후 2년 동안 소수 여당을 이끌면서 거대 야당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 의회권력을 쥔 야당과의 ‘협치’도 당면한 숙제다. 윤 당선인이 당선인 때부터 ‘협치’를 이끌어낼 정치적 역량을 보이지 못하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여야 대립의 험로는 불가피하다.

‘통합’ 요구의 함의 ‘정치보복’ 굴레 벌어나라는 주문, 정치적 갈등의 대치전선 이동은 불가피 

민주주의에서는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의가 권력이다. 윤 당선인은 이러한 민의를 안고 지금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그 민의 속에는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민의보다 반대하는 민의가 더 많고 특히 이재명 후보 지지층의 민의와 엇비슷하다. 그럼에도 현행 대통령제에서는 ‘통합의 정치’는 대통령의 몫이다.

그러나 완전한 통합은 불가능하다. ‘통합의 정치’는 대선 직후 국민 분열을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다. 정치는 집단 내부의 갈등을 전제로 형성되며 그 갈등을 풀어내고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정치집단 간 대치전선의 이동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국가의 진전방향도 정치 대치전선의 이동에 맞춰 한발 한발 같이 움직인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진보정권에서의 여야 대치전선은 ‘남북관계 개선’, ‘동북아 균형외교’, ‘행정수도 이전’, ‘복지확대’, ‘권력기관 개혁’ 등 진보적 의제 쪽으로 대치전선이 이동했다면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에서는 진보정권에서 형성됐던 대치전선을 뒤로 후퇴시켰다. 그래서 퇴행이라고도 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러한 대치전선 이동은 불가피하다. 국민들은 ‘통합의 정치’를 주문하지만 ‘갈등 없는 정치’는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완벽한 통합은 ‘독재체제’의 선전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민주주의는 정당 간의 경쟁과 갈등, 책임정치를 통해 국가의 발전을 도모한다.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통합의 정치’는 선거를 통해 경쟁에서 승리한 정당과 집단이 경쟁했던 정당과 집단을 향애 ‘정치보복’의 칼을 들이대는 것을 없애라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노무현 대통령 검찰수사’로 빚어진 ‘정치보복 프레임’의 굴레에서 벗어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박빙이지만 승리했다. 따라서 자신이 국민에게 제시한 비전에 따라 국정을 수행할 힘이 있다. ‘정권교체’를 주창한 윤 당선인 승리에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담겨 있다. 이러한 지지층 요구를 수렴해야 할 정치적 의무도 있다. 

윤 당선인은 이제 ‘문재인 정부 부패와 비리 수사’, ‘검찰의 독립’, ‘공수처 폐지’. ‘경찰수사권 약화’, ‘친기업 정책’, ‘노동유연성 강화’, ‘최저임금제도 개편’, ‘여성가족부 폐지’ 등 자신이 공언한 약속과 정책을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약속과 정책 하나하나를 추진하려면 ‘통합’은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을 매개로 ‘대치전선’이 형성돼 새롭게 갈등과 분열을 야기한다. 특히 경쟁했던 상대를 향한 보복이 발생하면 국민적 갈등과 분열의 나락은 더 깊어진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정권교체를 내걸며 “분열과 분노의 정치”를 끝장내겠다고 했지만 이제 자신의 행보 하나하나가 ‘분열과 분노의 정치’ 만들어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와 ‘영남 위주 권력배분’ 등 지지층 욕구, 尹 어떤 선택할 지가 관건 

윤 당선인은 야권 지지층의 ‘문재인 정부 심판정서’를 등에 업고 집권했다.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썩었다”, “부패했다”며 자신이 집권하면 이를 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지층은 윤 당선인 지지이유로 정책이나 공약, 능력이 아닌 ‘정권교체 가능성’만 내다보고 지지했다.

그리고 이제 ‘정권교체’는 현실화됐다. 지지층은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요구한다. 시장친화적 보수 지지층의 욕구에 맞춰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자신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정책은 폐기되고 ‘복지보다는 시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갈 개연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영남의 압도적 지지로 출범했기에 영남의 정치적 욕구도 수렴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기조 속에서 ‘낙동강’ 중심 4대강 사업으로 영남권에 국가자원을 수십 조원 배분했다. 윤 당선인은 아직 이에 대한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영남권 민심은 이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또 영남권은 정치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따른 ‘정치적 수치’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비리와 불법 의혹을 밝혀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정치적인 수치를 안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이들이 윤 당선인을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만들고 지지한 배경에는 검찰 권력을 활용해 ‘문재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를 언급하고 이재명 후보를 확정적 범죄자 취급을 한 것은 이러한 지지층의 열망에 부응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정치보복’의 굴레가 작동하면서 극단적인 국민적 ‘분열과 대치’를 낳을 수 있다. 이 경우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겪은 진보진영은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을 벌일 것이다.

인사와 권력 배분에서도 윤 당선인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윤 당선인은 영남권 적자가 아니다. 그래서 ‘영남 챙기기’를 소홀히 할 경우 권력 내부에서 파열음이 생기는 구조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낙연-정세균 등 총리와 검찰, 국정원 등 주요 사정기관 인사를 호남 인사를 다수 배치한 것과 비슷한 스탠스를 끌고 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 중 ‘인사’에 대한 평점이 가장 낮았다. 야권은 이를 두고 ‘편 가르기’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권력을 상실했다가 다시 찾았다는 심리가 팽배한 ‘영남 정서’의 욕구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신(新)여권 내부 권력 갈등을 야기하고 결국 ‘편 가르기’가 되면서 새로운 갈등을 낳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가 집권 중반기 국정기반이 흔들린 것은 대구/경북(TK)의 정치적 이탈에 있었다. 여기에는 TK의 권력독식이 일부 와해된 것이 작용했다. 3당 합당 이후 한 몸처럼 보였던 TK와 부산/울산/경남(PK) 간의 정서도 이를 기점으로 분화됐다.

윤 당선인은 지금 자신을 지지한 층의 정치적 욕망 앞에 서 있다. 이를 외면하면 내부 지지기반에 금이 가지만 국민이 요구하는 ‘통합’과 ‘협치’의 관문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부응하면 ‘통합’과 ‘협치’는 물 건너가면서 다시 대립과 갈등의 골에 빠져들 수 있다. 

집권여당 굴레 벗은 거대야당과의 협치도 과제, 민주당에 정치적 명분 줘야 가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거대 야당의 견제를 받는다. 따라서 야당과의 ‘협치’는 절실하다. 그리고 협치는 서로 주고받는 정치적 거래를 전제로 한다. 윤 당선인은 민주당에게 협치에 응할 수 있을 정도의, 민주당이 지지층을 설득할 수 있는 정도의 정치적 명분을 줘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3년 3월 당시 거대야당 한나라당이 ‘대북송금 특검’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노무현 정부를 곤경에 빠뜨렸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나라당은 곧바로 대치정국을 형성해 2004년 총선을 겨냥하려 했다. 

이 경우 ‘행정수도 법안’ 등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핵심 정책은 좌초할 수 있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비서진의 반대에도 특검법을 재가했다. 거대야당과 정치적으로 타협한 것이다. 그 결과는 당시 여권의 분열, 호남의 정치적 이탈을 낳았고 이것이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박빙으로 대선에 패배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층을 향한 ‘통합의 정치’를 결단했던 것으로도 평가될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한 정치적 타격은 심대했다.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해 위기를 극복한 듯 했지만 ‘호남-친노’의 분열은 이후 10년 이상 지속됐고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켰다.

윤 당선인이 처한 환경도 노 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윤 당선인은 ‘검찰’이란 사정기관을 수단으로 해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민주당을 압박해 분열시키는 방식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정계개편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공작정치’라는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해 의회권력을 장악했지만 집권여당이라는 굴레 속에 있었다. 문 대통령과 함께 국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검찰개혁’ 등 정치적 쟁점현안 처리에 몸을 사리고 주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선패배와 함께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점차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다가오는 6.2지방선거는 민주당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자신이 지닌 의회권력을 최대한 활용해 윤석열 정부를 압박해 나갈 것이다. 국정을 책임진 주체가 아니기에 지방선거가 끝나면 이러한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이러한 민주당의 스탠스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당과의 정치적 타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타협은 노 전 대통령 사례에서 보듯이 자신의 정치적인 내상을 감수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대장동 특검’, ‘김건희 주가조작 등 특검’, 검찰수사권 축소 검찰개혁 입법 등 여러 사안들이 제기될 경우 받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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