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정리] 대선 이후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 체제가 가동되면서, 정국을 달구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정국진단을 들어보았습니다. [편집자주]

대통령 선거 후 열흘만인 어제, 인수위 사무실에서 처음 공식석상에 나선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통령 공관은 한남동에 마련한다고 합니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월 10일 취임식 후, 즉시 국방부 청사로 이전된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에서 첫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당일부터 현재 청와대는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개방하겠다고 했습니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에 대해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공간이 의식을 규정한다’, 윤석열 당선인의 말입니다.

청와대이전TF팀이 구성되고 용산 국방부 이전설이 흘러나오면서, 수많은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용산이라는 곳이 국민과 소통이라는 본래의 명분에 부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적인 이동에 따른 국방 공백과 막대한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용산 집무실과 한남동 공관을 오가는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불편해질 국민들의 일상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역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전해져 왔습니다.

그런데 인수위 현판을 걸고 이틀만에, 이 모든 우려들은 근거가 없다며 당선인이 나서서 강행을 선언한 것입니다. 당선인의 의견은 가능한한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앞으로 대통령 윤석열이 이끌어갈, 5년 국정의 첫 번째 행보라는 측면에서, 그 명분과 절차적 타당성은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는 소통의 문제입니다.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며 국민에게 설명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결정했으니 추진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집무 공간과 국방부, 합참 등 국방 핵심시설을 이전하는 중차대한 사안을 결정하는데, 단 한번의 공청회도, 주민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당선인의 일방적인 브리핑 한번으로 실행을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역대 합참의장 11명이 우려와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당선인의 약속도 온데간데 없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 [대통령실 용산 이전]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윤핵관의 중심에 있는 권성동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라는 공간을 벗어나서 탈피하겠다고 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바로 그런 식의 권력을 당선인 본인이 행사한 첫 사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것도 졸속과 밀어붙이기라는 가장 좋지 않은 면모를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두 번째 더 중요한 것은 법적인 근거와 절차의 문제입니다. 윤한홍 청와대이전TF팀장은 예비비 사용 요청을 한다면서, ‘다음 정부가 5월 10일부터 일할 수 있도록 지금 정부가 도와달라는 취지’라고 했습니다.

인수위의 권한 범위는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준비에 한정되고 예산 또한 그에 준하여 책정됩니다. 취임식을 포함해서 50억원 정도로 알고있습니다. 당연히 청와대를 비롯한 국방부, 합참 등 정부 부처를 이전하는 문제에는 권한도 예산도 있을 수 없습니다. 행정부처 이전, 특히 국군통수권과 관련된 의사결정과 예산 집행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은 현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소요 경비가 윤 당선인이 주장하듯이 496억이 되었든, 군 관계 전문가가 추정하는 1조가 되었든, 국가권력을 상징하고 국가방위를 책임지는 집무공간을 이전하는 문제입니다. 윤석열 정부 5년에 그치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다른 대통령이 선출되면 매번 옮길 수 있는 사안도 아닙니다.

TF팀장의 도와달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윤석열 당선인의 브리핑에는 그 어떤 양해의 표현도 없습니다. 권한도 없는 사람들이 불과 열흘만에 결정했고, 가장 영향력이 세다는 ‘인수위 시점 당선인 지위’에 기대서, 실제 권한을 가진 현직 대통령에게 따를 것을 강요하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5월 10일 청와대를 개방한다고 했는데, 임기 중인 대통령에게 사전에 청와대를 비우라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제왕적 권력이란 법위에 군림하는 것을 말합니다. 스스로의 권한을 벗어나서, 법이 정한 권한을 가진 쪽에 실행을 강제하는 것, 그것이 제왕적 권력의 행사입니다. 법치와 공정을 이야기해 왔던 윤석열 당선인 스스로가 지금 법 위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백번을 양보해도 취임 후, 당선인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책임하에, 국민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고 집행하는 절차로 바꿔야 합니다.

윤 당선자는 0.73%가 던진 '국민통합'이라는 첫째 과제는 외면하고 집무공간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을 강행하면서, 취임도 하기전에 국민분열과 갈등의 우려가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사진은 21일 국방부 인근에 내걸린 용산 주민들의 반대 현수막(사진=연합)
▲ 윤 당선자는 0.73%가 던진 '국민통합'이라는 첫째 과제는 외면하고 집무공간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을 강행하면서, 취임도 하기전에 국민분열과 갈등의 우려가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사진은 21일 국방부 인근에 내걸린 용산 주민들의 반대 현수막(사진=연합)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국론분열과 정치쟁점화를 우려할 문제가 아니고 법과 절차, 국민소통의 문제입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본 건에 대한 당선인의 재고’를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 오후 늦게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촉박한 시일에 이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윤 당선인이 22일 국무회의에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편성안을 상정하려 한 것에 대해서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중한 진행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국은 급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이 시간 ‘용산 집무실 이전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4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대선 0.73%의 차이를 보인 민의를 돌아보며 윤석열 당선인이 가장 먼저 했던 말이 ‘국민통합’입니다. 위기 극복에 전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당선인의 정책 일성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되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사안에 대한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의 지적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 당선인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걱정이 많다’고 전제하면서, ‘엄중한 위기상황에서 인수팀의 대응역량이 엄한 데 사용되는 것도 안타깝고, 원래의 ’국민속으로‘ 취지가 퇴색된다. 공간보다는 마음이다. 좋은 결과 내기 위해 숙고하자’고 했습니다.

21일자 보수언론의 사설도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결정을 당선된지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내려도 되는지 국민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이다’, ‘코로나 위기와 북핵 위기 속에서 당선인의 우선순위가 집무실 이전이어야 했나’,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결정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등이 조중동의 논조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설명하는 장면 뒤로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는 인수위의 표어가 크게 보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보다 중요한 것은, 법과 절차를 지키며 국민의 마음에 헌신하는 대통령입니다. 특히 정제되지 않은 약속을 명분 삼아 법 위에서 움직이는 독선 만큼 위험한 것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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