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시스템의 위기가 바이든 정부 위기의 본질”
“현재 국제 질서는 신 냉전과 협력이 상호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시대”
“한반도의 퍼펙트 스톰을 헤쳐나갈 노련한 선장, 서희 같은 외교 전략 필요”
“새 정부의 통일부, 외교부, NSC는 존 F. 케네디적인 균형 찾아야”
“캠페인과 국정운영이 갖는 근육의 차이 이해하지 못하면 인수위 단계부터 위기 시작될 것”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현재의 국제 질서에 대해 “신냉전과 협력이 상호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시대”라고 규정했다.
▲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현재의 국제 질서에 대해 “신냉전과 협력이 상호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시대”라고 규정했다.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한유성 기자] 폴리뉴스 3월 두 번째 스페셜 인터뷰는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를 모셨다.

대전환 시대, 기후 위기와 팬데믹은 사람들의 일상을 새로운 모습으로 이끌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란 변화는 가능성의 영역으로만 존재하던 것들을 인류 문명의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압축 성장과 민주화를 통해 이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20대 대선을 통해서 새로운 리더십의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대전환의 큰 흐름 속에 능동적인 변화의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중 간 대결이 초래한 새로운 국제질서의 흐름은 정치외교와 경제, 사회·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영역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에 미래학자이자 미국 정치체제 연구의 권위자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를 통해 대선결과를 포함한 우리 현실에 대한 진단과 대응 방안을 들어보고자 한다.

"신냉전과 협력이 상호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시대" 

안병진 교수는 “미국은 건국의 시조들이 만들어놓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시스템이 이제는 작동이 안된다”면서 바이든 정부가 처한 위기상황의 본질을 설명했다. 그는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일그러져서 선과 악의 절대적 대결이 되었고, 심지어 미국의 지식인 중 일부는 트럼프가 다시 당선되면 전체주의로 간다고까지 걱정한다”면서 “거부권 정치가 만연하여 국내 정치가 마비가 된 상태고, 국제적으로도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자유주의 질서를 과감하게 주도할 수 있는 제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현재의 국제 질서에 대해 “신냉전과 협력이 상호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시대”라고 규정하고, “경제적으로 지나칠만큼 세계화가 진전됐기 때문에 이미 디커플링(Decoupling)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최상위 이슈, 지구 행성적 이슈인 '기후위기' 앞에서는 핵 대결이라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협력의 불가피성을 지적했다.

반면에 “21세기 냉전 리버럴이 바이든 시대에 부활했다”면서 “중국한테 체제 전쟁에서 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미국 내 지식인들 사이에 상당히 퍼져 있고, 미국은 물론 독일까지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자유주의를 지켜야 된다는 차원의 공통의 이슈로 변화됐다”고 주장했다.

"윤 정부, 통일부·외교부 장관, NSC 사무처장은 존 F. 케네디적인 균형 찾아야”

따라서 “한반도는 네오콘적으로 가면 위험하고, 그렇다고 과거 문재인 행정부가 가졌던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전략적 모호성 체제로 간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헤쳐나가는 노련한 선장이 되어야 하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서희 같은 외교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안 교수는 “존 F. 케네디는 비둘기파 매파를 경쟁시키면서 쿠바 미사일 위기를 돌파했다”면서, 현재 “윤 당선인 주변에는 매파만 있는데, 조각을 하실 때는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 NSC 사무처장은 존 F. 케네디적인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DJ정부의 강인덕 통일부 장관의 예를 들며, “강압과 연대(Engagement)의 적절한 배합, 민주당 일각도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중도적 해법을 만들어서, 미국을 설득하고 주변 국가들을 설득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안병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 초기 가장 유념해야 할 두 가지를 지적했다. 먼저 레이건의 비서실장 제임스 베이커를 예로 들면서, “레이건 측근들이 가장 증오했던 비서실장이 레이건이 가지는 아마추어리즘, 그리고 강경 우파적인 성향들을 완화시켜서, 실용주의적 국정운영을 했다”고 국정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의 근육은 전혀 다르다”면서 “이 근육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윤 당선인은 인수위 단계 때 이미 위기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병진 교수는 1967년 대구 출생으로,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미국 뉴욕시립대 강사로 활동했고, 2004년 창원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조교수, 2007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교수와 사이버대 부총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2021)’,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2022.3.28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2022.3.28 [인수위사진기자단]

 

[다음은 안병진 교수 인터뷰 전문이다.]

김능구 : 바이든 정부의 위기를 지적하면서, 위기의 실체가 미국식 자유주의 정치 모델의 구조적이고 내재적인 한계를 노정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균형과 견제의 미국식 자유주의 정치 모델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한국 정치도 그렇게 갈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하셨는데, 그 한계를 지적했다. 설명을 부탁드린다.

안병진 : 제가 쓴 책,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에서 설명했는데, 미국 국내와 해외, 한국에서 미국에 대해 옛날 미국을 바라보듯 하니까, 그게 너무 안타까워서 당신들이 아는 ‘지금 미국은 전혀 다른 미국이다’라는 걸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한 거다. 저는 미국 건국의 시조들을 존경하는데, 그들이 만들어 놓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시스템이 이제는 작동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완전히 바이러스가 먹었고, 그 상태로 근근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일그러져서, 선과 악의 절대적 대결이다. 지금은 그래서 심지어 미국의 지식인들 중 일부는 트럼프가 다시 당선되면 전체주의로 간다라고까지 걱정한다. 미국 역사상 전체주의 정부로 이행한다는 걱정을 했던 시대는 없었다.

지금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이 어떤 새로운 아젠다를 하고 싶어도 선과 악의 대결 속에서 정국이 마비된다. 후쿠야마가 한때 말했던 비토크라시(Vetocracy) 거부권 정치가 만연한 건데, 바이든 대통령이 프랭클린 루즈벨트적인 걸 해보고 싶다는 게 진심이었는데 지금은 못한다. 당장 어젠가 미국이 새로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뉴딜은 커녕 상당히 보수적인 균형 예산의 아이디어가 들어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플레이션이나 국제 정세도 물론 바뀌었지만, 그런 예산이 통과될 리가 없다. 미국 국내 정치도 마비가 돼 있고, 국제적으로도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자유주의 질서를 과감하게 주도할 수 있는 제국이 아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다음 미국의 진보적인 분들, 한국의 진보적인 분들이 ‘이거는 트럼피즘의 연속 아니야?’라고 이야기하는 게 일리가 있는 거다. 그래서 미국의 국내적 기반도 무너졌고, 그것이 외교 안보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미국의 외교 안보와 국내 정치는 이제 하나이다.

오늘날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메거진을 보시면, 외교안보 기관지인데 국내 정치의 오작동에 대한 글들이 너무 많다. 그게 아주 상징적인데, 이러한 난국 속에서 어떻게 보면 미국도 낡은 것은 사라지는데 새로운 것이 안 나타난 상황이다. 그래서 사실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행기의 대통령, 과도기를 근근히 관리해 나가시는 대통령이다.

그러다가 엄청난 실수를 하셨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슈가 조지 W. 부시에서부터 지금까지 누적되어 오면서 얼마나 복잡하고 망가졌는가를 펜타곤 페이퍼만 읽으셔도 이해하셨을 텐데, 이걸 이해하시지 못하고 ‘금방 회복된다’고 기대치를 올려놓았다. 지금 여론조사를 해보면 바이든은 결단력 있는 리더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단호한 리더십을 보이셨지만, 여전히 바이든이 결단력있는 리더인가라는 부분에서는 찬반의 차이가 크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15일 외교안부 분과 간사에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을 임명했다. 김태효 전 대통령전략기획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합동 참모 차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2022.3.15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15일 외교안부 분과 간사에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을 임명했다. 김태효 전 대통령전략기획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합동 참모 차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2022.3.15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능구 : 현재 바이든 정부 정책의 저변에는 중국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게 신냉전으로 가는 거냐, 포스트 냉전으로 가는 거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교수님은 ‘미국과 중국의 실질적인 디커플링(Decoupling)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을 주적으로 삼고 신냉전 체제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신 건가?

안병진 : 조금 모호하게 들릴 수 있는데, 저는 두 가지 입장이 다 있다. 그러니까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제가 제기했던 태제가 ‘지금은 신냉전이고 바이든은 신냉전 리버럴이다’ 라는 거였다. 뉴욕 타임즈의 어느 기자도 저랑 똑같은 얘기를 했는데, 이게 역사가 있는 거다. 과거 미국의 민주당은 온정주의적 리버럴이었고 케네디 이후로는 냉전 리버럴이 미국의 주류 세력이다. 즉 소비에트와 단호하게 대결하려는 리버럴이다. 그런데 저는 21세기에 냉전 리버럴이 바이든 시대에 부활했고 그래서 신냉전 리버럴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테제인 건데, 그건 진보 진영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다.

그래서 진보 진영 일각의 시각과 저는 다르다. 여전히 저는 진보적이지만, 미국의 보수와 한국의 보수 진영과 또 다르다. 뭐가 다르냐 하면 지금 시대를 단지 신냉전 시대라고 규정하는 건 틀렸다라고 생각한다.

‘신냉전과 협력이 상호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시대’라는 게 제 규정이다. 왜냐하면 대표님 말씀처럼 경제적으로 지나칠만큼 세계화가 진전됐기 때문에 이미 디커플링(Decoupling)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최상위 이슈, 지구 행성적 이슈인 기후위기 앞에서는 핵 대결이라는 것도 무의미하다. 그게 바로 62년 케네디의 아메리칸 대학 연설의 핵심이다. 저는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역사상 최고의 명 연설이라고 생각하는데, 기가 막힌 명문이고 지금도 시사점이 좋다. 쿠바 미사일 위기로 3차 대전까지 간 직후이데, 관련해서 제가 몇 년 전에 ‘예정된 전쟁’이라는 책을 펴냈고, 내용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를 비판한 거다. 즉 ‘한국의 리버럴들이 나이브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보수가 네오콘(Neocons)이 돼서는 안 된다’라는 점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은 책이다.

지금 미국 백악관은 이 체제 위기에 대해 소비에트보다 더 큰 위기감을 가진다. 중국한테 체제 전쟁에서 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미국 내 지식인들 사이에 상당히 퍼져 있는데, 이걸 한국 지식인들은 모른다. 과거 소비에트는 후루시초프가 ‘우리는 핵을 소시지처럼 제조한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믿었다. 나중에 CIA가 조사해 봤더니 완전 뻥이었고, 그래서 소비에트는 종이 호랑이로 인식했다. 그런데 지금 중국에 대해서는 뻥이 아니다.

중국은 실제로 자기네들 우주 위성을 자기네들이 쏘아서 떨어뜨렸다. 양자 역학, 양자 암호는 중국이 나은데, 이거는 게임 체인저다. 미국 지식인들의 위기감은 실존하는 위기이고 체제 대결에서 질 수도 있다는 거다. 자유주의든 보수주의든 경제보다 더 우선되는 게 체제 대결이다. 이건 실존의 대결이다. 따라서 한국의 지식인들이 오판했던 거와 달리 미국의 리버럴들은 중국에 대한 옥죄기를 훨씬 더 세게 했다. 심지어 러시아를 보면 스위프트(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제재, 이것은 자유민주주의 지역에 일부 손해를 끼치는 것이고 그래서 잘 못할 거다라고 예측했던 사람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틀렸다.

독일도 메르켈 시대와 지금 시대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 시대의 독일의 리더들, 미국의 리더들은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자유주의를 지켜야 된다는 차원의 공통의 이슈로 변화된 거다. 그런 점에서 신냉전적 측면을 무시하면 우리는 나중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미국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는 거다. 한국의 네오콘들처럼, 그리고 윤 당선인 주변의 사람들처럼, 무조건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결만 있다’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그 속에서 틈새를 만들어 나가지 못하고 더 위험한 상황, 전쟁 상황까지 갈 수도 있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곡예를 펼쳐야 되고,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헤쳐나가는 노련한 선장이 되어야 한다. 돌아가신 노회찬 선배가 한국의 좌파들한테 조언했던 게 노련한 선장이 돼야한다는 건데, 저는 그것이 한국의 모든 지식인과 정부가 해야 될 일인 것 같다. 우리는 이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헤쳐나가야 된다. 지금까지의 정부는, 문재인 행정부도 그렇고, 진짜 편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지나치게 한미동맹으로 기울어지면, 그래서 지나치게 중국을 견제하면, 나중에 양안 관계에 연루되면 어떻게 할까?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일이 발생하면, 북한은 일정한 역할을 해야 되고, 우리도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면 무시무시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다행히 우크라이나 침공의 아이러니한 교훈이, 시진핑이 ‘이거 만만치 않은데’라는 교훈을 얻은 거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종이 호랑이인 줄 알았는데 이게 만만한 체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고, 그런 점에선 다행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공통점을 국제정치학자들은 이해해야 되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강대국 지위를 보장받고 싶어 한다는 거다. 그게 이번에 푸틴이 오버했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는 네오콘적으로 가면 위험하고, 그렇다고 과거 문재인 행정부가 가졌던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전략적 모호성 체제로 간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그러니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서희 같은 외교를 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윤 당선인이 이번 인수위에서 실수한 게 외교 안보 강경파들만 등용한 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에 파견하는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 단장인 박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4.3 (사진=연합)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에 파견하는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 단장인 박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4.3 (사진=연합)

김능구 : 그게 의외였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5.24 등을 주도했던 김태효 같은 친구가 포진했다.

안병진 :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말씀드리면 김태효 교수와 김성환 교수는 학자로서 내공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분들의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진보 대통령이든 보수 대통령이든 한국, 한반도라는 위치는 제국이 아니다. 그러면 특정 시각보다는 다양한 시각들을 놓고 서로 찬반을 대립시키고 그 속에서 적절한 새로운 옵션을 발견하는 것이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리더십이다. 한국 대통령제의 원형인 미국의 대통령 중에서 그걸 제일 잘했던 게 존 F. 케네디다. 존 F. 케네디가 비둘기파 매파를 경쟁시키면서 쿠바 미사일 위기를 돌파했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당선인 주변에는 매파만 있다. 이번은 그렇다 하더라도 조각을 하실 때는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 NSC 사무처장은 존 F. 케네디적인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을 잘못하면 94년 YS와 빌 클린턴의 대립 상황이 100% 벌어진다. 그 때보다 더 위험하다.

김능구 : 2018년도 평화 올림픽 이후 평화의 시대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굉장히 높아졌는데, 이번 대선 이후 북이 ICBM을 발사함에 따라 모라토리움이 깨졌다. 그래서 ‘또다시 MB, 박근혜 때처럼 전쟁 위기를 걱정해야 되나’라는 목소리도 있고, 그때하고 달리 북의 핵은 이미 고도화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당선자 같은 경우,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주장인데, 느슨해진 한미동맹을 다시 중심에 세우고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를 지지하는, 어찌 보면 신냉전 구도로 가겠다고 느껴진다. 어떻게 보시는지?

안병진 : 그렇다. 신냉전 우파이고 굉장히 위험하다. 저는 아주 걱정이 많은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집중하기 어렵다. 너무 엄청난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인데, 국내적으로도 그렇고 이란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문제가 합의로 가고는 있지만 어려운 문제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도 잘 해결된다고 해도 그 후폭풍이 어렵다. 시작에 불과한 거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기 이전의 이슈다. 말씀처럼 핵은 완전히 고도화됐고,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진보적 인사들도 ‘우리가 패키지를 잘 짜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을 옛날처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하노이의 굴욕에서 한 번 뼈저리게 깨달은 게 있다. 미국은 ‘국내 정치적 이슈의 자장이 너무 강하구나,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널뛰기로 바뀔 수 있고, 그래서 특정 대통령이랑 합의해 봐야 무의미하구나’ 라는 것이고, 그 다음에 ‘문재인 대통령처럼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문제가 있구나’라는 것이, 김정은의 판단이다.

그러면 우리의 중재자 입장도 위축되고, 바이든은 전략적 인내는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의 리버럴도 제재에 대한 신화 같은 믿음이 있다. 이것은 초당적인 건데, ‘제재를 일시적으로 물리면 계속 불량 국가한테 끌려간다’는 신화적 믿음이다.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한국이 네오콘스럽게 강압 일변도로 ‘미국과 굳건히 손잡고 계속 문을 닫아 걸고 압박하면 북한이 굴복할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천진난만한 생각이다.

그 점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해야 될 일은 과거 김대중 당선인이 했던 일과 같은 거다. DJ 때 강인덕 통일부 장관, 그 분은 완전히 보수인데, 아주 충격적이었다. 그 정도로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중도적 인물을 통일부 장관으로, 그리고 NSC에 배치해야 한다. 그래서 강압과 연대(Engagement)의 적절한 배합을, 한국의 민주당 일각에서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새로운 중도적 해법을 만들어서, 그걸 가지고 미국을 설득하고 주변 국가들을 설득해야 되는 거다. 초당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본인 주변에 참모진 가지고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김능구 : 윤석열 인수위의 구호가 ‘국민의 뜻에 따른 통합 정부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돼 있다. 국내정치도 외교안보도 또 본인의 시대적인 소명도 정말 국민통합정부를 어떻게 제대로 해내느냐가 관건이 되리라 보는데, 요즘 윤핵관이라는 이야기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윤핵관을 보면, 실제 윤석열 당선인한테는 그때 그때 대목에서 굉장히 필요했던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그 만큼 신뢰가 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은 든다. 권성동 전 사무총장의 이야기는 ‘본인이 인수위원장도 아니고...’ 했지만, 옛날 노무현의 정치적 스승이라 했던 김원기 의장 같은 사람도 그렇게 안 했다. 대통령 당선인한테 모든 것이 다 집중될 뿐, 인사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이런 것들은 일체 안 했었는데, 그게 굉장히 풀어져 있는 것 같다. 오히려 권성동 의원은 ‘자기보다도 더 높은 사람 아니냐’ 할 정도로.

그게 매력일 수도 있겠지만, 과거 우리는 초기 측근 정치를 다 겪었다. 3김 시대에, 그리고 노무현, 문재인 오면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계속 있었는데, 그 부분의 극복은 어떤 방향으로 될까? 자기들은 국회로 다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는가?

안병진 : 저는 좀 회의적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워크숍 모두 발언으로 '실용주의'를 이야기했고 제가 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제 말 속에는 뼈가 있다. 과연 자기 말을 스스로 이해했을까? 이해했다면 실용주의라는 건 레토릭으로 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발걸음으로 나타나야 된다. 제가 윤석열 당선인 같으면. 비서실장과 청와대 핵심의 일부를 충격적인 인물을 기용하겠다. 그러니까 지금 윤석열 당선인이 가장 벤치마킹해야 될 사람은 레이건 대통령이다.

한국과 미국 내에서 진보들한테 잘못 알려져 있는 게 레이건이 강경 우파의 상징이고 무능하다는 것인데, 레이건는 굉장히 흥미로운 분이다. 오히려 한때는 실용주의가 더 앞섰던 분이다. 그래서 레이건이 당선됐을 때, 레이건 측근, 윤핵관처럼 레핵관이라고 하면 그게 캘리포니아 사단들이다. 클린턴의 알칸소 사단처럼, 사실은 이것이 새로 국정 운영할 때 제일 부담되는 거다. 그런데 레이건은 놀랍게도 레핵관을 임명한게 아니라 비서실장으로 레핵관들이 제일 증오하는 상징, 제임스 베이커를 임명했다. 즉 레이건과 같은 아웃사이더와 아마추어들이 싫어하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의 상징이다. 짐 베이커는 워싱턴 인사이더의 핵심이고 주류 중에 주류였다.

그런데 짐 베이커는 미국의 역대 진보와 보수를 합친 수많은 대통령 중에서, 아마 누구나 제 판단에 동의할 건데, 앞으로도 그렇게 탁월한 비서실장은 못 나온다. 한국에 누가 좀 번역해 주면 좋겠는데 미국에서 화제가 된 책이 있는데, ‘게이트 키퍼’라는 책이다. 미국의 역대 비서실장들이 왜 실패하고 왜 성공하는가에 대한 아주 자세한 흥미로운 얘기인데, 그 저자의 시각과 저는 일치한다. 그리고 제임스 메이커에 대한 전기 같은 책도 미국에 나와 있는데, 당선인이 영어를 잘하신다면 유일하게 읽어야 될 책이 그 책이다. 제임스 베이커는, 레이건이 가지는 아마추어리즘, 그리고 강경 우파적인 성향들을 완화시켜서, 실용주의적 국정운영을 한다. 그러다가 제임스 베이커가 그만두니까 나중에 이란 콘트라 사건이 벌어지는데, 마지막 게이트 키핑하는 뛰어난 비서실장이 없어서 사고치는 거다.

그래서 윤석열 당선인은 앞으로 굉장히 큰 사고를 칠 가능성들이 있다. 윤 당선인에게 앞으로 이 가장 위험한 건 비서실장과 청와대 핵심 참모가 될 거다. 거기다 한 가지만 더 첨가하면, 제가 특히 인수위 단계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생각하는 말인데, 제임스 바버라고 미국 대통령제에 대한 걸출한 학자의 얘기다.

게이트 키퍼와 함께 윤 당선인이 명심해야 될 것 또 하나는, '캠페인과 국정 운영의 근육은 전혀 다르다'라는 거다. 바버는 뭐에 비유하냐면 ‘캠페인이 미식 축구라면 국정운영은 수중 발레 같은 것’이라고 한다. 전혀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다. 미국에서도 내각제가 아니니까 흔히 아마추어들이 당선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캠페인에서 자기가 잘 했던 특성, 그 근육이 국정운영에서 잘 발휘될 줄 안다. 전혀 다른 근육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근육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윤 당선인은 인수위 단계 때 이미 위기가 시작되는 거다.

김능구 : 오늘 안병진 경희대 교수와의 스페셜 인터뷰,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과 그것을 어떻게 정치 주체들이 꾸려나가야 될 건가에 대해서, 여야 모두에게 큰 일깨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에게 온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꾸려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셨다. 이것으로 마치겠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