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지인, 공식 행보에 동행
이순자 여사, 중진의원 부인 연이은 만남
尹대통령·김 여사 사진 팬카페서 유출
尹 “공식 수행팀 없다…방법 알려달라”
민주당 “제2부속실 폐기 공약 파기하라”
국민의힘 “영부인 역할 명확히 할 필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두고 공사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제2부속실과 같은 김 여사를 보좌할 공적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때 김 여사의 지인과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식 수행원이 아닌 개인적 친분을 가진 이가 의전과 경호를 받은 것에 ‘비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전에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진이 여러 차례 팬카페 ‘건희사랑’이나 ‘독자제공’이라는 출처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면서, 누가 어떤 경로로 대통령과 영부인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증폭돼왔다. 특히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촬영한 사진이 팬카페를 통해 유출되면서 사안의 심각성이 더욱 대두됐다.

당초 윤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의 일환으로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고 영부인의 ‘조용한 내조’를 노선으로 정했다. 그러나 최근 김 여사의 행보와 관련한 논란이 일면서 정치권에서 제2부속실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러워했던 국민의힘에서도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김 여사는 행보 논란 속에서도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를 여방했고, 앞서 14일에는 국민의힘 중진의원 부인들을 만나는 등 '영부인'으로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盧 묘역 참배에 김 여사 친구와 동행 ‘비선 논란’

김건희 여사는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당시 김 여사와 동행한 여성에 대해 무속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14일 “김 여사의 지인으로 무용을 전공한 충남대 김 모 겸임교수”라고 해명했다.

코바나컨텐츠 전무 출신인 김 교수는 김 여사의 ‘10년 지기’로 지난 5월 3일 김 여사가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했을 때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대통령실은 '코바나 출신 (대통령실) 채용 절차를 밟는 분이 몇 명인가'라는 질문에 김 여사의 봉하마을 사진에 나온 두 명이 코바나컨텐츠에서 근무했으며 대통령실에 채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분들은 모두 전직 직원으로서 현재 코바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尹 “공식·비공식 어떻게 나눌지…대통령 처음 해보는 거라”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김 여사가 봉하마을 방문 당시 지인을 동행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언론 사진에 나온 그분은 저도 잘 아는 제 처의 오랜 부산 친구"라며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데 아닌가"라면서도 난감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뭐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걸 뭐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해야 할지 저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번 국민 여론 들어가면서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며 제2부속실 부활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또 "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뭐 그렇다고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 달라"고 했다.

대통령·영부인 집무실 사진 유출…팬카페 회장 모금활동 ‘설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함께 앉아있는 모습이 SNS를 통해 지난달 29일 공개됐다. <사진=페이스북 건희사랑 캡처·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함께 앉아있는 모습이 SNS를 통해 지난달 29일 공개됐다. <사진=페이스북 건희사랑 캡처·연합뉴스>

 

지난 4월부터 김건희 여사의 일상을 담은 사진이 ‘독자 제공’ 등 출처가 불분명한 상태로 언론을 통해 공개돼왔다.

4월 4일 김 여사가 서초동 자택 인근에서 후드티를 입고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을 안고 있는 사진을 비롯해, 같은 달 18일에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서울 반포 한강공원을 산책하는 모습, 5월 3일에는 김 여사가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한 모습, 14일에는 윤 대통령과 백화점 쇼핑을 하고 남산 한옥마을에 들른 모습을 담은 사진이 유포됐다.

특히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5층 집무실에서 대통령,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이 팬카페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대통령 집무실은 공적 공간으로 보안상의 이유로 출입이 제한되며 촬영·녹음 등이 사전 허가되지 않은 이상 금지된다. 그럼에도 김 여사의 사적 조직을 통해 내부 전경이 담긴 사진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팬카페 ‘건희사랑’의 회장을 맡고 있는 강신업 변호사는 15일 YTN 라디오 <이슈앤피플>에서 김 여사의 사진을 다수 공개하는 것에 비판이 일자 “그거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습, 관행에서 못 벗어난 사고”라고 반박했다.

강 변호사는 “대통령이든 대통령 부인이든, 그들의 활동이 공개되고 국민이 알면 문제가 오히려 적어지고 제왕적 대통령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에 공적으로 하게되면 관료주의, 엄숙주의, 비밀주의, 경건주의들이 스며들어서 취사선택에 의해 공개를 안 하게 된다”며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면 접근성이 용이하다. 사적인 영역으로의 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자신이 결성한 ‘매관매직척결국민연대’ 회원가입을 안내하며 회비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유창선 시사평론가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 변호사의 안내글을 공유하며 “단지 (김건희 여사) 사진의 공개 통로가 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이렇게 되는 게 문제”라며 “언젠가는 터질 윤석열 정부의 지뢰라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강 변호사는 즉각 유 평론가를 향해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봐라. 강신업이 코 묻은 돈이나 탐낼 사람으로 보이더냐. ‘듣보잡’이 헛소리 한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유 평론가는 “돈 문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없다”면서 “김 여사의 팬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인사가 자신이 주도하는 단체를 만들고 회원을 모집하는 일이 여러 논란을 초래할 부적절한 일이라는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맞받는 등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14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강 변호사를 저격하며 “김건희 여사님, 이 분 정리하세요. 더 큰 사고 치기 전에”라고 올리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진 전 교수를 향해 “(김건희) 여사 위하는 척 남 사고 치는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라며 비아냥거렸다.

민주당 "尹, 조용한 내조할지 제2부속실 만들지 선택해야"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앞서 제시한 제2부속실 폐지 공약을 파기했다며 전담 부서 신설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제2부속실 부활을 처음 꺼낸 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다. 

박 전 원장은 보름 전인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님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시라. 영부인은 영부인의 임무가 있다. 제2부속실을 만들어 영부인을 영부인답게 보필하시라”라고 적었다.

이어 15일 박 전 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여사의 부속실은 반드시 만들어야지 왜 안 만드는지, 이건 반드시 사고가 나게 돼 있다”며 “제2부속실을 설치해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 강신업 변호사의 욕설 논란에 대해선 “팬카페 회장이 시민단체로 발전시키기 위해 모금하겠다는 걸 지적하니까 쌍소리로 비난을 했다. 이미 사고가 붙었다”고 했다. 이어 “도어스테핑도 조심하고, 제2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 내외분이 어떻게 사적 생활이 있겠냐. 철저히 공적으로, 제도적으로 관리해주는 게 좋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논란에 대해 "‘조용한 내조’에 집중하게 할 것인지, 공약을 파기하고 공식사과한 뒤 제2부속실을 만들어서 제대로 된 보좌 시스템을 구축하든지 윤 대통령이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회의에서 "김 여사와 그 주변은 공사를 구별하지 못한 채 연일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며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원칙을 제대로 국민 앞에 제시해 더 이상 논란이나 문제를 만들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무엇보다 제2부속실 폐지와 영부인 없는 대통령실 공약의 전면 파기"라며 "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현재 인력으로 보좌가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전담 부서 신설 방안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모순된 답변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국가의 위상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14일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찾은 것에 대해서는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콘텐츠 직원이 공식 경호와 의전까지 받으며 참배를 마쳤다"며 "김 여사는 사적으로 봉하마을에 간 것이 아니라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간 것으로, 공식적인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행원 자격이 지인이나 친구여선 안 된다"며 "대통령 부부의 공식 일정 참석 대상은 행사의 취지에 맞는 인사들로 엄선하는 게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공적인 행보와 사적인 행보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물론 사적으로 조용히 가는 과정에서는 또 다른 구성원들을 동행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자리는 공식적인 자리고 공식적인 방문이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아마 박지원 전 원장께서 제2부속실 같은 걸 통해서 공식적으로 모든 스케줄도 관리하고, 또 행사와 관련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공식적으로 정제해서 뒷받침하는 보안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조언도 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모두 정말 공사 구분을 못 하는 것 같다"며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부인의 외부행사에는 보안·경호의 문제가 수반되며 행사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엄격하고 신중하게 선정하고 관리 되어야 마땅하다"며 "그런 대통령 부인의 외부행사에 사적 지인이 관여하는 것은 비선라인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비선 라인을 통한 보좌에 대해 어설픈 변명은 그만두고, 차라리 주가조작 의혹, 허위 학력과 경력 등으로 ‘내조만 하겠다’며 약속한 제2부속실 폐지 공약 파기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제2부속실을 신설하기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 “영부인 내조 대통실에서 지원해야” “현재 기구 내 해결 가능”

국민의힘에서도 공적 인물인 김 여사의 행보가 사적 경로로 유통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다만 제2부속실 같은 공적 보좌조직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준석 대표는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적 경로로 정보들이 유통되는 상황 자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하며 "제2부속실 등 형식을 논의한 건 아니고, 사적 지인이 사진을 입수해서 제일 먼저 공개하고 언론이나 공적조직은 정보가 늦는 이런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영부인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한 번 정리가 돼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부인의 동선이라든지 활동 내역 같은 경우 안전에도, 국가안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시는 곳마다 실시간으로 사적인 공간으로 (사진이) 유출되고 이렇게 하면 경호나 이런 문제도 생길 수 있는 것”이라며 “상의를 내부적으로 해봐서 안전과 경호에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에서는 처음으로 제2부속실 설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은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의 질 나쁜 선동이 행해지는 것은 개탄스럽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국민 선동으로 나쁜 프레임을 만드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의 몽니와 별개로 대통령실에서도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영부인이라는 자리의 역할과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영부인의 내조는 공적 영역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개인적인 혹은 주변 지인들에 의존하기보다는 대통령실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도록 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양산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했다.

당 혁신위원으로 내정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팬클럽이 있을 수는 있는데 김 여사가 그것을 관리하면 안 된다"며 "거기와는 완전히 선을 긋고 손을 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당·정·대 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 설치는) 대통령실에서 결정할 문제지, 조직에 관한 걸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내 여론도 중요하지 않겠나'라는 물음에 "우리는 그런 여론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적은 없다"며 "거기(대통령실)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1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그 기구를 만들면 민주당이 엄청난 비판을 할 것"이라며 "부속실을 굳이 만들 필요는 없고 지금 있는 기구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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