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단계 ‘경제위기’, 가계부채 위기증폭 우려...美와 ‘경제안보동맹’으로 ‘中위기’ 커져
文정부 뒤집는 尹정부, 靑축소-책임장관제로 대통령실의 정책 컨트롤타워 가능 약화 
尹대통령 ‘국가 사정권력’ 통제력, 역대대통령과 비교 불가한 ‘제왕적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월 1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을 갖기 위해 입장하는 모습.[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월 1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을 갖기 위해 입장하는 모습.[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한 달여 만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복합적 경제위기’ 파고를 맞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위기극복의 리더십’보다는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 ‘사정권력’ 동원에 집중하는 ‘대통령의 위기’를 노출하고 있다.

지금 경제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와 곡물 등 공급망 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의 금리인상과 여기에 맞물린 원화가치 하락 등에 따른 이른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경제위기’다. 윤석열 정부에게 이 위기는 그야말로 ‘위기’이자 ‘기회’이다.

역대 정부는 항상 외부적 위기를 맞았고 이에 대응했다. 노태우 정부는 냉전해체 국제질서 재편 속에서 ‘북방정책’으로 외교지평을 넓혀 ‘경제강국’으로 가는 토대를 닦았고 김영삼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압박 속에서 ‘세계화’를 추진했지만 외환위기의 질곡에 빠졌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과정에 ‘정보화 사회’를 앞당기는 선택을 했다.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냉전질서 완화’ 속에서 ‘동북아 균형자’라는 생소한 개념으로 독자적인 외교의 길을 시험대에 올렸고 신자유주의 질서의 파고 앞에서 ‘한미FTA 추진’이라는 ‘순응’의 길을 택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과 함께 맞이한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경제가 순항하도록 하는데 정책적 노력을 매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미중 대결의 질서가 도래 속에서 ‘경중안미(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의 개념을 제시하며 줄타기를 했고 미국의 사드배치 압력과 북한의 핵실험 앞에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위기’ 속에서 출범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정책을 추진했고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K-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선진국이 됐음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역대 거의 모든 정부는 ‘위기’에 직면했고 그 ‘위기’에 맞선 주역은 ‘대통령’이었다. 대통령들은 ‘위기’ 속에서 자신의 성패를 갈랐다. 그리고 민심은 위기 때마다 ‘대통령’의 역할에 주목하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추락은 1997년 국가부도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공은 외환위기 극복에 있었다. 집권 초 ‘광우병 촛불위기’로 위기에 빠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한 것은 ‘2008년 말 금융위기’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집권 중-후반기 높은 지지율의 바탕에는 코로나위기 극복의 리더십이 존재했다.

윤석열 정부가 맞이한 ‘복합적 경제위기’는 윤석열 정부의 순항을 가르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작금의 경제위기 속에서 대통령으로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내각과 책임장관에게 그 역할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국가 사정권력을 집중시키고 이를 통해 전(前) 정권과 야당, 나아가 정치권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리더십’은 실종되고 사정권력을 장악해 국가를 운영하는 ‘제왕적 리더십’의 도래다. 대한민국은 ‘경제위기’의 파도 속에서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작단계의 ‘경제위기’, 가계부채 위기증폭 우려...美와 ‘경제안보동맹’으로 ‘中위기’ 커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몰아친 3고(高)의 경제위기는 에너지와 곡물 국제가격 폭등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가파른 물가상승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세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이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심화는 세계 각국의 경제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 한국도 충격의 소용돌이 한 복판에 서 있다. 한국은행은 6월 22일 공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전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이 ‘안정단계’를 벗어나 ‘주의단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주의단계’가 지속돼 상황이 더 악화되면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단계’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문제는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중국 등 신흥시장국 불안 가능성 등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하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 부채 규모가 전체 경제의 2배를 넘어선 219.4%를 기록했다며 ‘경보등’을 켰다. 주택담보와 전세자금 대출을 더한 주택 관련 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67%에 달했다.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도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때보다 40%가량 증가한 약 960조원에 달했다. 한은은 자영업자 채무상환위험은 2023년 이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

주택관련 대출과 자영업자에게 현재 미국 금리인상 속도는 치명적이다. 이를 감안해 한국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화 환율의 불안을 키워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도 적신호다 올해 상반기에만 100억 달러, 올 한 해 300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가 예상된다. 장기적인 수출환경 악화는 한국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중 대립 중심의 ‘신냉전질서 전개’는 한국경제의 입지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와 안보를 묶는 ‘경제안보’의 개념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했고 미국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안보실 제1차장실 경제안보비서관 간 ‘경제안보대화 상설채널’을 구축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남북협력사업 추진을 막았듯 ‘경제안보대화’로 한중 교역문제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줬다.

한국이 ‘경제안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망에 참여하면서 ‘대중국 교역’은 미중갈등의 인질로 잡힌 형국이다. 한국 전체 수출 중국 의존도는 25% 내외이며 홍콩 등을 통한 간접교역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 높다. 특히 한국 반도체 수출의 65%가 중국이다. 미국은 한국을 ‘경제안보’ 틀 속에 가두면서 전략적 이익을 획득했지만 한국은 ‘중국’과의 공급망 사슬의 위기에 내몰렸다.

한국이 맞이한 ‘복합적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 단계이며 이러한 가운데 한미동맹이 ‘경제안보’로까지 묶이면서 한국의 자율적 독자성의 입지는 더 좁혀진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당장의 ‘경제위기’ 뿐만 아니라 미중갈등의 한 가운데에 서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경제안보 위기의 폭탄’을 안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文정부 뒤집는 尹정부, 靑축소-책임장관제로 대통령실의 정책 컨트롤타워 가능 약화 

윤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전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뒤집는 것으로 일관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정책은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폐기됐고 ‘남북한 강대강 대결구도’로 회귀했다. 임금주도의 ‘소득주도 경제성장’ 정책은 비판의 대상이 됐고 기업규제완화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전면에 부상했다.

불과 80여개의 대기업만이 혜택을 받는 법인세 인하, 부동산 세금 완화 등 ‘부자감세’가 부활했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은 ‘탈원전 정책’으로 규정해 ‘원전 육성정책’으로 전환했다. 윤 대통령은 전(全)방위적인 문재인 정부 뒤집기를 취임 한 달여 만에 빠르게 진행했다.

정권을 교체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전(前) 정부를 전면부정하며 정책방향을 바꾸는 것은 민심의 선택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순 없다. 주목할 지점은 대통령실 정책적 역할과 조정 기능을 축소한 부분이다. ‘대통령의 위기’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은 외부 위기에 맞서는 ‘리더십’의 중심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은 이를 방기한 듯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과거 대통령들은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면서 자신은 총리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책임장관제를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실의 기능을 축소했다. 과거 역대 청와대가 장관들의 정책추진에 제동을 걸고 간섭한 것을 ‘잘못’으로 보고 이를 최소화해 부처 장관들의 역할과 책임을 높여나가겠다는 취지다.

과거 청와대 정책실장을 없앴고 차관급인 경제수석비서관이 금융부터 산업, 농업, 과학기술 등 모든 경제 분야를 맡도록 했고 사회수석이 보건복지와 교육 등 모든 사회정책 분야를 맡아 대통령을 보좌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공직기강비서관은 남겨뒀지만 민정수석실을 없애면서 정부부처에 대한 대통령실의 업무관장 능력도 약화됐다. 

문제는 이러한 ‘용산 대통령실’의 구조에 ‘경제위기 컨트롤타워’ 역할이 없다는 의미다. 최근 국가 안보위기가 총포에 치르는 ‘전쟁’보다는 ‘경제’에서 발생했고 그 피해도 컸다. 1997년 국가부도는 총포로 치른 전쟁 이상의 희생을 낳았고 2008년 금융위기도 전쟁에 버금갔다. 그런데 이를 관리할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이 아닌 총리, 또는 기획재정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국가의 ‘위기’를 돌파하는 리더십을 구현하는 주체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게 정부부처 ‘책임장관’의 몫으로 돌린 것이 윤 대통령이다. 과거 청와대가 정부부처 위에서 ‘옥상옥’으로 기능했다고 본데서 이러한 결정이 나왔고 대통령실의 정책기능을 사실상 폐지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위기 속에 尹대통령 “대책 없다” 컨트롤타워 방기, 정부부처와도 엇박자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0일 도어스테핑 중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p 급격히 올리면서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통화량이 많이 풀린 데다 고인플레이션,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는 마당에 생긴 문제들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방도는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이 앞서 지난 15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의 파도가 몰아치는 위기를 맞아 정부와 함께 비상경제대응체제로 전환하고 매일 아침 비상경제상황실 회의를 운영하며 윤 대통령에게 경제수석이 가장 먼저 경제상황을 보고하고 있다고 밝힌 지 5일 만에 윤 대통령은 “대책이 없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복합경제위기’의 여파로 주식시장과 자산시장이 출렁거리고 신흥국에서는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런 위기가 금융, 외환 위기로 가면 안 된다”는 각오까지 밝히면서 각별한 대응을 강조했지만 이 위기의 전면에 서서 국민들이 안심하도록 ‘위기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는 방관자적인 포지션에 선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근본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방도는 없다”는 말은 정부 관료들의 ‘책임회피성 발언’의 한 패턴이다. 대통령은 위기 진행국면에서 관료들의 책임회피 행동을 경계하고 질타하며 ‘대책’을 내도록 독려하는 것이 임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관료들의 안일한 ‘상황보고’를 그대로 국민들에게 옮긴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6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 기자 질의응답에서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노동시간 월 단위 탄력적용 방침을 밝힌데 대한 질문에 “어제 보고 받지 못한 게 언론에 나왔다”면서 “아직 정부 입장이 공식 발표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내용을 정부부처서 발표했다고 말한 것이다. 

대통령이 부처가 진행하는 정책수립 내용도 몰랐다는 뜻으로 해석되자 나중에 대통령실이 ‘착오’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정책능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이는 윤 대통령이 ‘책임장관제’를 천명하고 정부부처에 정책을 일임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 용산 대통령실 출근 길에 기자들과 약식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혀왔다.[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 용산 대통령실 출근 길에 기자들과 약식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혀왔다.[사진=연합뉴스]

尹대통령 ‘국가 사정권력’ 통제력, 역대대통령과 비교 불가한 ‘제왕적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와 사회정책 영역에서 ‘책임장관’, ‘총리중심’으로 대통령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사실상 포기했지만 ‘사정권력’만은 자신의 직접 통제 하에 두고 정국주도와 국정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사정권력 행사’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고 정치적 반대진영을 옥죄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야권은 윤석열 정부를 ‘검찰공화국’으로 규정하면서 ‘사정’을 통해 윤 대통령의 통치기반을 유지하려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임명, 대통령실 주요요직 검찰출신 인사 임명, 금융감독원장과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등 요직에서 검찰 출신을 앉혔다. 또 행정안전부 내에서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에 대한 통제력도 높였다. 국정원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의 비판에도 국가 사정권력을 송두리째 자신의 통제 하에 두는 결정을 거침없이 행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사정권력’을 주물렀다는 이유로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자신이 과거 ‘민정수석’ 이상의 통제력을 장악해 검찰, 경찰, 국정원 등의 인사를 좌지우지했다.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 폐지’가 아니라 ‘제왕적 사정권력 대통령’이라는 존재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과거 대통령들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고 야당이나 국민들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된 것은 대통령의 ‘국가 사정기관 동원력’에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권력의 절반 이상은 ‘사정권력’에 기반했다. 그리고 검찰 등 사정기관 개혁에 나선 대통령들의 권력기반은 취약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이 ‘민정수석실’을 이용해 사정기관들을 통제한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 윤 대통령이 지닌 ‘국가 사정권력’ 통제력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 불가하다. 과거 청와대가 검찰과 경찰 등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했다고는 하나 지금 윤 대통령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윤 대통령은 ‘악용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명분으로 자신이 ‘사정권력’을 장악했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윤 대통령이 쥔 사정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 지에 쏠려 있다. 그리고 이 자체가 윤 대통령의 권력기반이 되고 있다. 사정의 칼날이 움직이는 방향은 윤 대통령의 마음에 달린 상황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재조사에서 사정기관들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6월 16일 해양경찰청과 국방부가 서해공무원이 월북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발표를 한 시기를 기점으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움직였고 즉각 감사원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초읽기에 들어간 서해공무원 유가족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고발을 기점으로 검찰도 여기에 가담하게 된다.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시절 진행한 수사패턴과 비슷하다. 다양한 기법의 수사로 피의자를 몰아치고 검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방식을 줄곧 사용한 것과 이번 서해공무원 월북판단을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이 유사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월17일 도어스테핑에서 민주당이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 수사’로 규정한데 대해 “정권 교체되면 형사사건 수사는 과거의 일을 수사하지 미래의 일을 수사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민주당 정부 때는 안했나?”라고 되물었다.

또 지난 20일 민주당이 서해공무원 쟁점화를 두고 ‘신색깔론’이라고 반발한데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해 과거 검찰총장 시절의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사정권력을 장악한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정쟁 한 복판에 선 모습이다.

지금 국민에게 닥친 ‘경제위기’는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와 맞물린 형국이다. 대통령의 위기는 경제위기의 전면에서 방향을 제시할 ‘대통령 리더십’은 실종됐고, 역대 최초 ‘사정 대통령’의 출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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