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북한 선원이 동료 살해 후 탈북, 귀순의사 밝혔으나 추방
통일부 당시 사진 공개…대통령실 “‘귀순의사 없었다’는 文정부 설명과 달라”
국민의힘 “귀순의향서 작성했는데 법 무시하고 강제추방”
민주당 “16명 살해한 흉악범을 국민으로 받아야 하나”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사진=통일부>
▲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사진=통일부>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여당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이어,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쟁점화하자,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려는 ‘북풍몰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2019년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지난 12일 통일부는 당시 두 선원이 판문점에서 북측으로 넘어갈 때 강하게 저항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13일 대통령실에서는 “귀순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 너무 다르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 위에서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당시 탈북어민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부가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강제 추방 결정을 내렸다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야당에서는 해당 어민이 선상에서 16명을 살해한 뒤 도주한 사실은 왜 숨기냐면서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 “정치적 독심술로 북송 결정…인권‧법 자의적 처리”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와 특검 등 구체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여전히 탈북어민을 흉악범으로 표현하며 강제 북송이 옳았다고 주장한다"면서 “탈북어민이 살인자라는 주장의 출처는 바로 북한이다. 북한 주장을 그대로 믿지 말고 검증부터 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흉악범 북송이 정당했다면 왜 '귀순의사가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나”라며 따져 물었다.

그는 "탈북어민은 나포 당시부터 귀순 의사를 밝혔고 조사 과정에서 귀순의향서를 작성했다. 헌법, 법률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서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법을 무시하고 귀순 진정성 운운하며 정치적 독심술로 강제북송을 결정했다. 인권도 법도 자의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은 인류보편의 가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인권은 당파의 도구"라면서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인권의 무게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북한 눈치 보기 또 다른 결과물이었고 안보 농단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19년 11월 2일 북한 주민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사흘 만에 추방됐고, 그 직후인 11월 25일 청와대는 김정은에게 부산에서 열리는 아세안 회의에 초청친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분계선 앞에서 강제북송을 앞두고 엄청난 두려움과 좌절감 때문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 버린 북한주민들의 모습을 본다. 생각만 해도 참담하다"며 "결국 그 두 분은 북에서의 고문과 처형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안 의원은 "북한 주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귀순 의사를 밝히고 대한민국 영토를 밟는 즉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또한 대한민국 국민은 재판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의 하나 그분들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고 해도 적법한 사법절차를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며 "해당 사건 이전만 해도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 탈북민들을 강제 북송해 교화소나 수용소에 감금되게 한 적은 있었어도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북송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귀순의사를 밝혀서 이미 국내법에 따라 처리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귀순의사의 진정성이 없다는 자의적 판단을 하고 북한으로 강제 추방을 결정하는 불법을 저지른 책임자와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명백한 진상규명과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고 했다.

민주당 “野, 북송 당시에는 가만 계시다가…정략적‧보복수사”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공세를 두고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율 하락세를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 정국을 조성하며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까지 전면에 나선 것을 보면 지금 상황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라며 “국민 관심을 다른 쪽으로 끌려는 것 같다”면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복잡한 상황에서 나쁜 사안들을 덮으려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좀 물어보고 싶다"며 "그렇게 반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 행위면 그때 북송했을 때 왜 가만히 계셨느냐. 그때 항의하시지 그때는 가만히 계시다가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걸 보면 정략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검찰 출신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는 남은 게 뭐냐. 대대적인 사정정국이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또 탈북어민 북송사건 이게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신호탄이다. 이거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장동 사건, 성남 FC 후원금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월성원전 사건, 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 개입 사건 등 전 정권과 관련된 사건들을 아마 일제히 (검찰 수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비정상적인 검찰총장 장기 공석 상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세 차례에 걸쳐서 대검차장, 중앙검사장, 대검공공수사부장 비롯해서 주요 수사 지휘라인부터 실무진까지 윤석열 사단으로 전광석화처럼 인사를 쫙 마무리했다"며 "이거 왜 그랬겠냐. 검수완박이 9월 10일부터다. 그 전에 전 정권에 대한 사건 (수사를) 웬만큼 다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복합위기로 경제가 어려운데 코로나마저 다시 확산되면 대한민국은 더 큰 혼란이 오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함에도 윤석열 정부는 3년 전 16명을 끔찍하게 살해한 탈북어민 북송 사건의 진실은 감추고 통일부가 가지고 있던 사진 몇 장을 꺼내서 종북몰이에 혈안"이라며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고 질타했다.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원내부대표도 이 자리에서 "과연 외교, 안보, 경제, 정치, 사회, 문화 할 것 없이 무엇이 하나라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전 정권을 정치보복수사 하겠다는 것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언제쯤 윤석열 정부의 머릿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사라질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 역시 CBS 라디오에 나와 "현재로서는 용산 대통령실이 총감독으로 나서서 정권에 대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흠집내기 작전으로 보인다"고 몰아세웠다.

윤 의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1일날 이 사건을 꼭 집어서 이야기하고 곧바로 국정원이 나서서 전임 국정원장을 고발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통일부가 입장을 번복해서 발표한다. 그런 다음에 어제 대통령이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한다"며 "마치 하나의 짜여진 각본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식적으로 언젠가 분명히 정권이 교체될 것인데 그때 가서 또 지금의 과정을 두고 '국정농단'이니 '정치보복'이니 하는 싸움으로 어지러운 나라가 되지 않도록 역사의 교훈과 준엄함을 명심하자"고 밝혔다.

이어 "16명의 동료들을 무참히 살해 후 북한 경비정에 쫓겨 도주하다가 동해 NLL 부근에서 우리 해군과 조우하자 이틀 동안이나 통제 불응하며 도주를 계속했다"며 "결국 경고사격과 특수부대 선상진입으로 제압, 체포, 나포한 것인데 이들을 대한민국에 귀순하려 한 '탈북 어민'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수석은 "이들이 살해도구와 시신을 모두 바다에 버리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모든 증거를 인멸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무죄로 풀려나고 귀순자가 돼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한민국 국민 속에서 버젓이 살아갈 상황이었다"며 "이에 대해 당시 야당에서도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라고 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근거 조항을 들며 "'북한이탈주민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 주민에 한하여 적용한다'로 적용범위를 분명히 하고 있고 제9조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를 보호대상으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보호결정의 기준도 명확히 하고 있다"며 "난민법도 제19조에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 대한민국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 난민 불인정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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