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 통과해 2024년 7월부터 의약품 점자 표기 의무화 시행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보 얻을 수 있어야”...단계적 확대해 전 의약품 적용해야

사진-대웅제약
▲ 사진-대웅제약

[폴리뉴스 최성모 기자] 의약품 점자 표기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2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식약처와 자주 소통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식약처의 전향적 자세에 만족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식약처가 협회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 

의약품 점자 표기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2024년 7월부터 의약품 점자 표기 의무화를 앞두고 있는 것. 그러나 점자 표기 규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는 데다 적용 대상이 ‘안전상비의약품 및 식약처장이 지정한 품목’으로 한정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시각장애인연협회를 비룻한 장애인 단체에서는 점자 표시 의무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의약품의 용량, 용법, 주의 사항 등을 시각장애인이 알 수 있어야 하며, 의약품에 대해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식약처와 어떤 방법으로 의약품에 점자를 표시할지 협의 중이다”라면서 “처음부터 모든 제품에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단계적으로 확대해 전 의약품에 점자 표시가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시각장애인들은 제대로 된 의약품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약물 오용·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점자 표시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었지만, 국회의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점자표기 법안은 지난 2000년 제16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이후 제21대 국회에서 처리된 것으로, 20년 만의 성과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의약품의 점자 표시는 방치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2020년 식약처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한 전체 의약품 4만4751개 가운데 점자가 표기된 제품은 단 94개로 0.2%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점자로 약명이 표시돼 있다 해도 유통기한이나 성분, 효능, 주의 사항 같은 핵심 정보는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뿐 아니라, 점자가 있더라도 판독할 수 없게 엉터리로 표기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가 최소 0.2cm는 넘어야 점자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데, 점자가 마모되거나 포장지가 얇아 기준치를 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의약품을 구매할 때 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약국의 약사의 복약지도를 듣는 게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차치하고, 일반의약품을 구매하고 사용할 때에, 시각장애인은 의약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었다. 

2024년 7월부터 의약품 점자 표기 의무화가 실행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돼, 점자 표시 의무화 의약품 품목이 확대되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식약처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의약품 점자표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에는 의약품에 대한 점자 표시 규정이 자세히 언급돼 있다. 이에 따르면 의약품의 구매 및 사용 단계에서 시각장애인의 명확한 의약품 식별이 가능해야 의약품 오용에 따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의약품 정보의 제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제품명, 성분, 효능 등을 명확히 표시하지 않을 경우 유사 제품과 구별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점자가 표시된 의약품을 용이하게 구별하기 위해서는 의약품마다 통일된 위치에 점자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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