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추천서 미비 지적…日정부 책임론
2024년에 한국이 세계유산위원국 될 가능성 경계하는 분위기

사도광산 메이지시대 갱도 
▲ 사도광산 메이지시대 갱도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내년에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는 일본 정부 계획이 사실상 불발에 그친 것과 관련해 정치권이 정부를 비판하는 등 후폭풍 조짐이 보인다.

추천서에 미비점이 있어서 내년에 등록이 곤란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야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전했다.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일본 국회의원들이 구성한 '세계유산 등록을 실현하는 의원연맹'(이하 의원연맹) 사무국장이며 사도시 일대를 지역구로 둔 중의원 의원인 호소다 겐이치 경제산업성 부(副)대신은 "니가타현이나 사도시에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았다. 매우 문제"라고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반발하는 가운데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할지 태도를 명확하게 하지 않다가 막판에 추천을 공식 결정하고 마감일인 올해 2월 1일 추천서를 냈는데 이와 관련한 의문도 제기됐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정부의 의사 결정이 늦은 것도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있을 수 없는 실수"라고 지적한 가운데, 의원 경력이 짧은 보수파의 한 의원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이며 정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원연맹과 외교부회는 29일 합동으로 회의를 열어 정부 측에 그간의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니시무라 지나미 입헌민주당 간사장은 "불명확한 것이 너무 많다. 경위를 밝히고 등록할 방법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올해 9월 말까지 잠정 추천서를 제출하고 내년 2월 1일까지 정식 추천서를 다시 제출해 애초 계획보다 1년 늦은 2024년 세계유산 등록을 다시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측에서는 한국이 2024년에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위원국이며 임기는 2025년까지로, 요미우리는 한국이 위원국에 선정되면 등록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등록 그 자체를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소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사도광산을 구성하는 유적 중 하나인 니시미카와사금산(砂金山)에서 과거에 사금을 채취할 때 사용된 도수로(導水路, 물을 끌어들이는 길) 중 끊겨 있는 부분에 관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은 "끊겨 있는 부분까지 포함해 한 덩어리의 자산"이라고 설명했으나 유네스코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일본 문화청은 유네스코가 이번에 미비점을 지적한 것이 한국 측의 반발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도광산은 에도 시대에는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 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이용됐으며, 광산 노동은 위험하고 힘들어 기피 대상이었으며 일제는 조선인을 사도 광산에 대거 동원해 강제 노역을 시켰다. 동원된 조선인 규모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대 1천200여명"(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적어도 2천명"(히로세 데이조 일본 후쿠오카대 명예교수) 등의 분석이 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추천서에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동을 사실상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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