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세입자 10명 중 8명이 서민층
중개인들 "이 분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오세훈 시장 "점차 없애겠다는 것"

서울 마포구 일대 반지하 주택. 최근 서울에서 집중 호우로 인한 반지하 거주자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차양막을 설치했다. <사진=폴리뉴스 김상준 기자>
▲ 서울 마포구 일대 반지하 주택. 최근 서울에서 집중 호우로 인한 반지하 거주자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차양막을 설치했다. <사진=폴리뉴스 김상준 기자>

[폴리뉴스 김상준 기자]최근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반지하 주택'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시가 수해대책으로 반지하에 대한 건축을 불허하기로 하면서다. 즉, 대표적인 서민 주거 형태인 반지하를 주거용도가 아닌 비주거 용도로 전환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18일 공인중개인과 반지하 전세 세입자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0일 반지하 거주자의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주거용 지하·반지하 주택 추가 인허가를 전면 금지와 함께 기존 반지하 주택은 10~20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없앤다는 계획이 담겼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거 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 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개인들 "반지하 수요 80%가 청년과 노인"

반지하 주택이 집중된 관악구, 마포구 효창동 일대 공인중개인들은 반지하 주거형태를 없애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효창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인 A씨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저렴한 반지하의 세입자 70%가 청년층이거나 노인분들이다"라고 운을 뗏다. 

이어 A씨는 "몇 십만원, 아니 몇 만원이 아쉬워 '반지하'를 택하신 것 일텐데. 이런 분들에 대한 세밀한 지원 대책없이 단지 반지하를 없앤다고 발표해버리면 '바바리맨 잡겠다고 바바리 없애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라고 지적했다.

관악구 일대 공인중개인 B씨 또한 "영화나 최근 집중 호우로 인해 반지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운을 떼며 "3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벗어나고자, 피차일반이지만 조금 평수가 더 넓은 반지하 매물을 찾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지하 거주자들을 임대주택에 입주시키겠다는 정책도 봤는데, 반지하 전월세 가격을 임대주택에서도 맞춰줄 수 있을까"라고 지적하며 "이번 정책은 이런 분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전·월세가 상승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 카페에서는 '반지하를 없앤다는 것은 공급이 더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곧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정책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인중개인 C씨는 "이번 정책은 당장 반지하 거주자의 집을 빼앗겠다는 것이 아니라 신규계약금지와 장기적인 대책"이라며 "이 기간동안 반지하 거주자들과 반지하의 안전성에 대한 세밀한 정책을 함께 세워 나가면 될 것"이라고 긍정의 목소리를 냈다. 

◆ 반지하 멸실 거부감에 오세훈 시장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목표 설정한 것" 

서울시의 반지하 멸실 정책이 전세 수요자들 사이에서 논란이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점화에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1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라며 "금지, 퇴출 이러다 보니 거주하는 분들을 퇴출하는 듯한 거부감이 생기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문제만큼은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다는 게 평소 문제의식"이라면서 "지옥고 중 제일 먼저 줄여나갈 게 있다면 반지하다. 이를 반영해서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반지하 주거 형태를 위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반지하 거주민의 이주를 위한 대책으로 임대주택 확대를 내놓은 데 대해서는 "원래 임대주택 주거 연한인 30년이 도래한 주택들은 재건축계획이 세워져 있었다"며 "예전에 지어진 5층 규모 임대주택을 재건축해 20층, 30층까지 올리는 식으로 물량을 두세 배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개발 지역이나 모아타운 대상지 등이 침수된 곳하고 겹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연간 8000가구 가량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는 가구가) 줄어들기도 한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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