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0년 4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4.2
▲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0년 4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4.2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시간 등을 사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9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가운데,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상황 보고를 받은 시각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어 국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 훈령(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변경한 혐의(공용서류손상)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당일 박 전 대통령이 머무르던 관저에 서면 보고서가 도달한 시점은 오전 10시 19∼20분께였고, 김장수 전 실장이 대통령에게 첫 전화 보고를 한 시각은 오전 10시 22분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당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께 서면 보고서를 받고 오전 10시 15분께 김장수 전 실장과 통화하면서 '총력 구조'를 지시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 앞서 1·2심은 김기춘 전 실장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다고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 내용엔 사실확인 부분과 의견 부분이 혼재돼 있다"며 "사실관계를 밝힌 부분은 실제 대통령비서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부속 비서관이나 관저에 발송한 총 보고 횟수, 시간, 방식 등 객관적 보고 내역에 부합하기 때문에 사실에 반하는 허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서면 답변 내용 중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은 "결국 피고인의 주관적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고, 사실확인에 관한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기춘 전 실장이 국조특위에서 증인으로 선서하고 증언한 답변과 같은 내용으로 답변서를 작성한 만큼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답변서가 피고인(김기춘)의 직무상 작성된 공문서에는 해당하나, 허위 내용의 문서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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