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지난 29일 첫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주당이 갈 길은 실용적 민생 개혁의 길”이라며 “민생을 위한 개혁을 실용적으로 해나가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 이 대표는 ‘민생’이라는 단어를 12차례나 언급하면서 민생 우선의 길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 대여 강경 노선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불식시키려는 이 대표의 고려가 깔린 기조로 짐작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8.29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8.29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이날 민주당 새 지도부의 첫 회의에서는 신임 최고위원들의 강경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석 최고위원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는 일은 민주당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소임”이라면서 강경 발언들을 선도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은 이상민, 한동훈 장관, 윤핵관, 김건희 핵심 관계자 김핵관이 우리 헌법과 법률,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 더 심한 국정농단"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먼저 들고 나온 것은 ‘김건희 특검’이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김 여사 관련 새로운 의혹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검찰과 경찰이 외면한다면 국회는 특검의 시계를 찰 수밖에 없다.” (박찬대 최고위원)

“김혜경 씨 관련해서 129번 압수수색했으면, 수십억원 주가 조작한 김건희, 윤 대통령의 부인은 최소 1290번 압수 수색하고 속보로 언론에 내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 (서영교 최고위원)

“주가 조작, 허위 경력 등 검경의 제대로 된 수사를 지켜보겠다.” (장경태 최고위원)

민주당에서는 이미 김용민 의원 등 ‘처럼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이 중심이 되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개별 의원들의 행동일 뿐,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먼저 강경파 의원들이 앞장서면 결국은 당의 입장이 되곤 했던 이제까지 민주당의 모습을 생각하면 ‘김건희 특검법’은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카드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홍근 원내대표는 “특검의 타임라인을 정한 건 아닌데 김건희 여사 관련 검경의 수사 시한 등을 감안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여야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최고위원들은 윤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을 압박하는 투 트랙의 길을 가는 모습이다.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얘기도 꺼내고 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방송에 출연해서 두 장관에 대해 “탄핵의 요건들을 차곡차곡 스스로 쌓아가고 있다”며 “국회가 가진 기본권이 탄핵인데 이를 하지 못한다면 국회도 무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탄핵론을 제기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방송에서 “우리가 아무런 브레이크도 잡지 않으면 계속해서 모든 장관들이, 혹은 대통령도 시행령 통치를 해나갈 것”이라며 두 장관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때 자신들도 공약했던 ‘1주택자 종부세 부담 완화’에 대해 ‘부자감세’라며 반대 입장으로 선회하여 정부 여당의 ‘1주택자 종부세 감세’ 방침이 국회에서 무산될 상황을 맞고 있다. 이 또한 선거 때만 잠시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가, 선거가 끝나니 다시 강성 민주당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새로 들어선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 역사에서 ‘역대급 강성 지도부’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을 주도하고 있는 강성 팬덤정치의 영향으로 강경한 인물들이 지도부를 석권하는 전당대회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비명’이라고는 하지만, 강경 노선에 있어서는 ‘친명’과 ‘비명’의 구분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반면에 새 지도부의 이같은 강경 노선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당내 이견에 대해서는 미리 못을 박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내부 총질 중지, 총구는 밖으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라’ 이것이 당원의 지상명령”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재명 방탄’ 논란으로 부결된 권리당원 전원투표제를 담은 당헌 개정의 재추진 필요성도 제기했다. 당분간 민주당은 당의 노선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기 어려운 가운데 이같은 강경 기류가 당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 상황도 민주당의 강경 노선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과 국민의힘이 여러 난맥상을 드러냄으로써 집권세력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상태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저렇게 강경한 입장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데는, 정부여당의 혼돈 상황을 보면서 자신감이 되살아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국회 180석을 차지한 이후로 본격화된 강성 일변도 정치는 4.7보궐선거, 3.9 대통령선거, 6.1 지방선거에서 민심이반을 낳아 3연패 당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었다. 특히 대선 패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수완박’의 입법독주를 하는 초강경 노선은 민심의 역풍을 불러와 지방선거 참패를 낳았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아무리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인다 한들, 이렇게 강성으로 치닫는 민주당에게 민심이 가지도 않을 것이다. 자칫 역풍을 맞게 될 위험도 크다. 2024년의 22대 총선이라는 심판의 장이 또 한 차례 예정되어 있다. 정권을 내놓은 민주당이 부활하느냐 진짜로 몰락하느냐는 총선 결과에 달려있다. 윤석열 정부과 국민의힘이 부진하다고 해서 다시 ‘강성 본색’이 되살아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노라면, 선거 3연패의 교훈을 벌써 망각했다는 생각이 든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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