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자임하면서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고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 가운데 북한 국영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 총비서가 ‘전술핵 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직접 지휘하고 “최강의 핵 대응 태세를 유지하며 핵 전투 능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겠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정부 일각에서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를 비롯해 단계적 핵무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9·19 남북 군사합의 선언부터 파기하거나 미국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우호적인 국내 여건부터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서울 용산청사로 출근하던 도중 기자들을 만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문의에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 공약을 통해 한미 간에 '유사시 핵무기 전개 협의 절차'를 마련하고 '정례적인 운용 연습'을 통해 핵우산의 신뢰도를 높이도록 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조선은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니다'라는 SNS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오전 여의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김정은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전술핵 운용부대'를 공개하고, 대한민국의 항구와 공항이 타격목표라고 밝혔다'고 전제하고 '우리만 30여 년 전의 남북간 비핵화 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고 강조했다.
▲ '조선은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니다'라는 SNS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오전 여의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김정은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전술핵 운용부대'를 공개하고, 대한민국의 항구와 공항이 타격목표라고 밝혔다"고 전제하고 "우리만 30여 년 전의 남북간 비핵화 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페이스북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1991년 남북이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치·사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정부여당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다각도의 점검을 하고 있는 것은 국민이 북한 핵 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과 안보 차원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 하지만 미국 전술핵 배치는 미국의 입장이 우선 중요하다는 점에서 차분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정치적 계산만을 앞세워 득실에 집착하거나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치중하는 것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과 함께 살펴야 할 것이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배치에 대한 입장인데 이는 미 관영매체의 관련 보도에서 확인된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한국에 문의하라”고 말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자유아시아방송 2022년 10월 11일>.

북한이 한국에 대한 핵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한국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여러 미국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군사적 효용성이 낮고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는데다 한국 국내적으로 논란이 커져 미한 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전술핵 재배치 대신 미한, 미한일 군사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2년 10월 12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는 군사적 이점이 없다”며 “미군은 1990년대에 한국에서 철수한 지상발사형 무기들을 더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다. 오늘날 전술핵은 이동식 공중∙해상 기반 플랫폼에 탑재돼 있어 북한이 찾아내 겨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맥스웰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 북한 내부 어떤 곳에서든 북한 인민군을 파괴할 재래식 역량이 있다”며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분명 한국에서 전술핵을 사용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전·현직 관리나 전문가들이 남한에 전술핵 배치에 대해 소극적,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이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일부가 포함된 극동지역을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전략지역으로 지정해 오래전부터 전략핵무기 등으로 대비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언론에 보도된 미국 고위관료나 군 관계자의 관련 발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크 내퍼 전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는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지난 2021년 1월 29일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것은 미국의 사활적 국익(vital national interests)이라며 이를 위한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역내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북한 위협의 심각성을 절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적대행위를 억제하는 것은 미국의 사활적 국익이라고 강조했다<자유아시아방송 2021년 1월 29일>.

내퍼 전 차관보가 말한 ‘미국의 사활적 국익’이라는 것은 미국이 전략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해 자국 이익을 보호한다는 개념으로 이는 미국이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1980년대부터 전 세계에 4 개 주요 지역에 적용해왔다. 수년 전 트럼프 정부는 우주전쟁의 개념까지 미국의 군사전략에 포함시켰고 그에 따라 위성 파괴 무기, 레이저 무기, 핵무기, 우주 드론 등을 동원해 지구 우주 상공에서 작전을 전개하는 미국우주군의 소속군인이 오산, 군산비행장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스콧 플레어스 주한미군 부사령관 겸 미 제7공군사령관(공군 중장)은 지난 2021년 2월 미군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우주군을 창설한 사실을 강조하며, “한반도에서 우주 군복을 입고 작전 중인 장병의 모습에 한국 공군도 매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레어스 부사령관은 우주군 부대인 607 항공작전센터(607th Air Operations Center)는 “오늘 밤에도 싸운다”는 기조로 하루가 진행된다며, 미 공군과 우주군, 그리고 한국군 장병들이 북한과 싸울 수 있는 태세를 24시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2월 4일>.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놓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세계평화를 위협한다거나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을 도발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대북 선제공격의 구실을 일반화시키는 선전전의 일부라 하겠다. 미국은 북한을 선제타격할 대상이라고 규정하는 논리를 계속 유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케네스 윌즈바흐 태평양공군사령관은 2020년 10월 중국, 러시아, 북한을 태평양 지역에서의 위협국으로 지목하고 북한과 당장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을 매우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자유아시아방송 2020년 10월 27일>.

윌즈바흐 사령관은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미첼연구소가 주최한 온라인 대담회에서 “북한은 절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며 북한의 위협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북한과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북한을 매우 면밀히 감시하고 있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상에서 살핀 미국의 대북군사전략은 북한의 핵무장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를 전제로 한 것으로 최근 국내에서 크게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대응도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 전·현직 관리들이 남한의 전술핵 배치에 대해 밝힌 태도에서 그런 점이 직간접적으로 확인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남한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할 경우 현재 마련해 놓은 대북 군사전략을 조정하거나 러시아, 중국 등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미국 측 입장에서 비용에 비해 효과가 작다고 판단한 결과일 수도 있다.

미국이 한반도를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선제타격에 필요한 전투자원을 남한 지역에 제집 안방 드나들 듯 반출입할 수 있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규정된 ‘권리’ 때문에 가능하다. 만약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정상화되어 미국 군사력의 한반도 배치를 권리가 아닌 것으로 전환되거나 미국 군사력의 한반도 진입을 사전에 한국의 동의를 받는 것으로 만든다면 미국의 선제타격 전략의 실현성은 현저히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남한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된다면 한국이 한미미상호방위조약을 수정하자고 요구할 근거가 된다는 점도 상정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문제와는 거리를 둘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점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보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군사적인 측면과 함께 비군사적인 측면도 포함된 전 방위적인 대북 정책의 일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단기적인 것은 물론 중장기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경제 세계 10위, 군사력 세계 6위에 걸맞은 안보통일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국제정세가 엄혹하게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 전쟁, 미·중 간에 대만과 첨단 기술을 놓고 벌이는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전술이 필요한지 심도 있는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군사적 주권을 확립해 미국이 한국 정부에 사전 협의 없이 대북 선제타격을 검토하는 것과 같은 일이 발생치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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