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신뢰기반의 붕괴를 불러왔나

윤석열 정부의 국정지지도가 20% 후반∼30% 초반의 박스권에 갇힌 상태로 좀처럼 반등의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취임 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대통령 임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거리 곳곳에서, 주말의 광장에서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급한 주장들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국회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에 모처럼 여야가 합의를 했지만 조사가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믿는 국민들은 많지가 않다.

사회적 참사재발방지와 안전사회건설 등을 위한 연대 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 앞에서 재난 및 안전 관리 관련 직무유기와 부실 대응을 주장하며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25
▲ 사회적 참사재발방지와 안전사회건설 등을 위한 연대 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 앞에서 재난 및 안전 관리 관련 직무유기와 부실 대응을 주장하며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25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공정’과 ‘상식’을 국정의 지표로 내건 바 있지만 지금까지 보인 행보가 다수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불공정’과 ‘비상식’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서 前 정권 적폐와 대선에서 경쟁했던 야당 후보에 대해 검찰의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같은 시기에 제기되었던 자신과 그 주변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서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하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서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UN 방문, G20 참가 등 일련의 외교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과 그로 야기된 언론과의 마찰 그리고 소위 ‘용산 시대’의 상징으로 불리던 도어스테핑의 중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을 보면 이 정권에서는 무엇이 ‘상식’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말들이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가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과 참사 유가족들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로 보고 있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대통령의 격려까지 받으며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실도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이처럼 국민 다수가 생각하는 ‘공정’과 ‘상식’의 궤도를 벗어난 대통령과 그 주변의 소위 ‘핵관’들의 ‘독특한’ 사고와 인식이 정권에 대한 일반인들의 믿음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일상이 되고 있는 위기의 극복의 출발점은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이제 6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국정 전반의 위기가 일상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중간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일변도의 외교정책에 치우쳐 최소한의 균형감각을 잃은 채, 한반도가 다시 미중의 이해충돌의 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의 가시화와 반복되는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과 위험수위가 높아만 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질 경우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될 위험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3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3

상황이 이럴진대 국회에서 여야가 산적한 국정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지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지 못한 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이제 곧 예산안 등을 처리해야 할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부 여당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야당도 민생과 직결된 당장 실현가능한 목표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제시하고 이를 위해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낮은 원인을 내부에서 찾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야당과 일부 비판적인 언론, 그리고 정부에 비판적인 일부 세력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야당에 대한 압박, 언론에 대한 통제 그리고 노동계 등 정부 비판세력에 대한 봉쇄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일방통행식의 통치행태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믿음을 잃으면 바로 설 수가 없다’(無信不立)는 공자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력을 결집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디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反求諸己) 지혜를 갖기 바란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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