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드러난 험악한 상황과 별개로 북과의 협상 여지 점점 커져. 변화된 질서에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
차재원 “用美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전략적 포용으로 미국을 협상장에 끌어낼 필요”
황장수 “다시 신냉전이 돼버렸고 거기에 적응해야 된다. 좌파나 민주당도 패러다임을 바꿀 타이밍”
김능구 “북핵의 무기화 진전으로 국민의 불안감 커져. 윤 정부 '담대한 구상'의 실천은 역사적 의미로 남을 수 있어”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월드컵 열기로도 채워지지 않는 온 국민의 슬픔과 당혹감 속에 참사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여론은 ‘윤석열 정부 6개월이 기대보다는 우려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운영의 기조를 바꿀 의지가 없는 듯하다. 국가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오히려 My Way의 기치만 더 높게 세우는 형국이다.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국회의 국정조사와 예산 논의가 본격화된 11월 23일 “강경 일변도 정권이 완성해가는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연말 정국을 진단한다”는 제목 하에, 여야 강경대치 정국의 본질과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한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는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참석했다.

김능구 : 끝으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과 남북 관계에 대해서 한 말씀씩 부탁한다. 특히 미·중 간 갈등 속에서 윤 정부의 정책은 결국 미국 중심으로 가고 있다. 이번에 한·중 정상회담은 있었지만 사실상 한·미·일 체제를 분명히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황장수 :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좌파 진영이 사고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 구도가 그야말로 다 깨져가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이 어쨌든 합리적인 국가로 존재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시진핑이 3연임으로 가면서 정상적인 국가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보인다. 러시아 푸틴의 행태 또한 그런데, 한국의 좌파 진영이 환상을 가지고 대하다가는 국민들한테 버림받을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2.11.15
▲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2.11.15

그렇게 중·러가 권위주의적인 독재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10월에는 중국이 북한에 쌀을 제공했고 러시아는 밀가루를 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관련한 문제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좌파 진영이나 민주당이 그걸 옹호하는 쪽으로 간다는 건 문제라는 거다. 그리고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제어 역할을 한다는 것도 이제 끝났다고 본다.

앞으로 안보 위기가 구체화될텐데, 어떤 형태로든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그것이 과연 윤 정권과 미국 때문이라는 야당이나 좌파 진영의 주장이 먹혀들 수 있을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한국의 좌파 진영이나 민주당이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면, 젊은 사람들 같은 경우 굉장히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될 거다. 이제는 생각을 잘 해야 될 타이밍이 됐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이제 다시 신냉전이 돼버렸고 거기에 적응해야 된다는 거다. 러시아하고 중국은 바뀌지 않고 갈수록 독재국가로 가서 붕괴될 거라고 본다.

차재원 : 황 소장님 말씀하고 약간 맥이 닿아 있는데, 저는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의 환경 자체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본다. 황준원이 이야기했던 조선 책략에 나오는 말을 제가 약간 비틀어서 이야기하면, 첫 번째가 ‘설북’으로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도발을 많이 하고 있지만, 어제 정부가 주최했던 세미나에서 나왔던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서, 단계적 조치를 이행할 때마다 당근을 주겠다는 이야기는 북한을 설득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뭐라고 이야기 했냐면 초기 조치를 먼저 하면 자원과 식량을 교환하고 민생을 개선하는 사업을 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를 하면 경제 협력을 하고 정치 군사적 신뢰를 만들고, 완전 비핵화를 하면 전면적 교역 투자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하겠다는데,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를 조금씩 단계적으로 풀겠다는 거다. 옛날 비핵 개방 3000에서 완전하게 비핵화해야만 3천 달러 소득 만들어주겠다는 것하고는 달리, 나름대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시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특히 이번 기념촬영에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ICBM 발사장에서 처음 공개했던 둘째 딸과 이번에도 손을 꼭 잡고 등장했다. 2022.11.27
▲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시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특히 이번 기념촬영에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ICBM 발사장에서 처음 공개했던 둘째 딸과 이번에도 손을 꼭 잡고 등장했다. 2022.11.27

또 하나는 ‘용미’인데, 미국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자는 거다. 미국의 여러 가지 군사적 자원들을 통해서 확장 억제, 더 나아가서는 통합 억제 같은 걸 통해서 북한의 도발을 무력화시키는, 북한이 핵 개발하고 미사일 개발하는 것 자체가 별 소용이 없다는 부분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거기에 미국의 힘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연일’ 일본하고 적극적으로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군사동맹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정부 교류나 이런 부분들은 필요하다.

중국에 대해서는 ‘등중’이라고 생각한다. 동등하다 할 때의 ‘등’인데, 중국한테도 이제 할 말은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왜 우리가 미국하고 지낼 수밖에 없느냐. 한·미 동맹은 우리 생존이 달린 문제다. 북한 핵 문제도 마찬가지고 너희들이 그 지렛대 역할을 제대로 해라. 그래서 중국한테 경도된 듯한 모습들보다는 등거리의 관계, 안보와 경제의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

러시아는 ‘신능’이다. 아주 신중하게 관계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한 부분에 대해서 비판해야겠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 같은 건 하지 않아야 한다. 러시아를 완전히 친북 쪽으로 돌리지 않도록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들이 필요하다.

김능구 : 설북, 용미, 연일, 등중, 신능.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전달하도록 하겠다.

홍형식 : 최근 남북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변동성이 커져 있다. 과거의 6자회담과 같은 틀도 작동하기 어렵고, 특히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해서 일관된 규제 정책을 취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기조는 더 강화될 것이다. 미·중 간의 디커플링도 계속 강화될 것이고, 북핵과 관련한 중국의 레버리지 역할도 이제 한계에 왔다.

이렇게 러시아하고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규제의 효과는 가면 갈수록 더 커지는 상황이 이어지면, 결국은 남북, 그리고 북미 간 협상의 여지는 점점 더 커진다. 지금 겉으로 드러나는 남북 간의 험악한 상황과는 별건으로 진행될 여지가 더 커진다.

이렇게 본다면 과거의 틀로 접근하기보다는 변화된 국제적 질서를 두고서 좀 더 주도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게 맞다. 그래서 민주당 쪽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란 틀이 이제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상황으로 왔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2022.11.13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2022.11.13

김능구 : 최근 북한이 ICBM, SLBM을 엄청나게 쐈다. 돈으로 따지면 다 합쳐서 어느 정도 될까.

황장수 : 아직 정확한 통계는 안 나왔는데 올해 한 50번쯤 쐈고 발사한 미사일 수는 한 80개쯤 된다. ICBM만 8개를 쐈다. 상식적으로 한 6조 넘는 걸로 나온다. 물론 북한 식의 가치로 보면 싸게 만드는 걸 감안해서 그 정도다. 그래서 북한이 저 정도로 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핵은 더 많이 진전이 돼 있을 거다. 그래서 제가 볼 때는 국지적인 재래전을 도발하고 그다음에 핵을 쓰는 걸로 마무리 될 것 같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이겼으면 북한이 기대를 갖고 그런 것을 늦췄을건데, 들어보니 사실상 트럼프는 이제 끝났더라. 그래서 북한이 초조해진 입장에서 승부수를 앞당기고 있다고 본다.

김능구 : 트럼프하고는 뭔가 협상 기회가 있다고 보는지 모르겠는데, 노련한 바이든하고는 지금 아무것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차재원 : 아까 제가 용미를 이야기했지만,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옛날 오바마가 이야기했던 전략적인 인내의 기조다. 그렇다면 우리가 용미의 입장에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결국은 북한이 이야기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라는 건데, 그러면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전략적 포용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적극적으로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 미국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미국의 군사력, 핵 우산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미국의 외교력도 좀 빌리자는 거다.

황장수 : 하나 우리가 참고해야 될 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탈출구하고 중국의 경제 위기 탈출구, 그리고 북한의 문제 등 세 개가 맞물려서, 따로 가지는 않는다는 거다.

김능구 : 북핵 문제에서도 미국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항상 북핵이 뭔가 실마리가 풀릴 때쯤 되면 미군의 역할,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늘 이야기돼 왔다. 그래서 주한미군을 김정일도 인정했는데, 그때 나왔던 이야기가 북한 자기들이 오히려 친미 정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자기들이 균형을 잡아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미 동맹은 우리의 생존 수단이니 이해해라, 이런 말도 했는데, 결국 우리 내부의 남남 갈등으로 국론이 분열돼서 남북관계나 이런 것이 우리가 원치 않는 과정으로 가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대한민국의 통일에서 상당히 문제 있는 사람 아닌가 봤는데, 이번 담대한 구상의 발표에서는 나름대로 건설적인 안을 발표했다. 권영세 장관도 뭔가 기여하려는 모습이 보였고, 기존에 있던 단계론을 좀 구체화 시켜놓은 것이지 않나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이 자기들 최고의 생존권으로 인식하는 핵의 점차적인 발전, 그리고 그것을 무기화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다시금 불안감을 가졌을 것 같다. 전쟁이 실제로 끝났는가에 대한 불안감이 쫙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내놓고 이것 하나라도 제대로 한다면 역사에 의미 있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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