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광주는 더민주에 회초리 들었나’ ‘호남민심 다시 잡으려면...’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워크숍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워크숍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 결과를 ‘승리’이자 ‘패배’라고 규정한다. 123석 획득으로 원내1당이 됐지만 호남에서는 참패했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더민주는 전북 익산갑과 완주진안무주장수,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3곳에서만 겨우 승리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호남의 총 28석(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 가운데 광주 8석, 전북 7석, 전남 8석 등 총 23석을 획득했다. 심지어 전남 순천시와 전북 전주시을은 새누리당에 내주는 수모까지 겪었다.

더민주는 호남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2일부터 13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를 방문해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을 개최했다.

첫날인 12일 오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신선호 시민플랫폼 나들 대표, 김동헌 광주경실련 사무처장, 탁영환 전 광주교육대 정치학 외래교수, 오경미 한국퍼실리테이터연합회 광주전남지회 기획이사,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장 등 ‘광주지역 인사 5인’을 대상으로 4.13총선을 통해 드러난 광주 민심이 무엇인지 경청했다.

이번 총선에서 광주시민들은 왜 8개 지역구 전부에서 더민주가 아닌 국민의당 후보들을 선택했는지, 또 더민주가 어떻게 해야 국민의당에서, 다시 더민주로 민심을 돌이킬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광주지역 인사 5인’은 대체적으로 호남, 광주가 더민주에게 회초리를 든 이유는 ‘무능’ ‘친노패권, 호남홀대론’ ‘김종인 셀프 공천 파동’ 등에 실망했기 때문이며 선명한 야당성과 유능한 정치집단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무능, 무기력한 야당에 대해 실망” “정권교체 희망 보여주지 못해”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오경미 이사는 “호남이 회초리를 든 이유는 ‘친노패권 호남홀대론’이라는 비판 속에서 호남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고 호남을 이용했던 대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호남에서의 한계, 또 올해 최고의 낚시꾼 안철수에게 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이사는 “친노패권, 호남홀대론이 파괴력이 있다 아니다 논란이 있는데 더민주에서는 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아도 호남은 표를 찍어주더라 하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호남에 대한 존중이 없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오 이사는 이어 김종인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오 이사는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김종인 체제로 넘어가는 방법이 굉장히 폭력적이었다”며 “저 사람들과 손을 잡아서라도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에 상실감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오 이사는 이날 앞서 진행된 김종인 대표의 ‘경제’ 관련 강의를 언급하며 “김종인 대표가 워크숍을 일순간 경제학 강의실로 만드셨는데, 이명박 정권이 집권했었지만 경제인이 집권했다고 잘살게 됐느냐. 실망스럽다”며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셀프공천’을 보면서도 이것은 좀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민심이 돌아섰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에 나선 신선호 대표는 “이번 총선은 무능한데 오만하기까지 한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고 호남지역에서는 호남이 더민주를 무조건 찍지 않겠다는 표시를 분명히 한 것이다”며 “정부여당이나 지역 여당인 더민주에 대한 심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경고는 수차례 있었다”고 주장했다. 

구길용 본부장은 광주호남의 민심이 돌아선 이유로 ‘무능, 무기력한 야당에 대한 실망감’ ‘반문재인 정서, 친노패권주의에 대한 심판’ ‘김종인 공천파동’ ‘전략공천의 한계’ ‘호남지역에서의 총선 전략 실패’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 결과는 그동안 호남에서 누릴 대로 누린 제1야당에 대한 심판이며 최선은 아니지만 국민의당이라는 차선의 신생정당에 기대감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동헌 사무처장은 “더민주에서도 호남의 패배는 예측하면서도 광주에서의 전패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광주에 더민주 호남지역 의원이 한 사람도 없는데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 광주에 얼마나 관심과 정성을 쏟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탁영환 전 교수는 이번 총선을 통해 더민주가 제1당이 된 것은 박근혜정부 심판론에 의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일 뿐이라며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탁 전 교수는 “광주는 혁명의 도시다. 광주는 희생이 있더라도 지금까지 야당, 더민주를 지지했다. 그런데 더민주는 무엇을 했나”라며 “이번 총선 결과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심판이고 더민주는 불로소득을 얻은 것이다. 불로소득을 얻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민주에 희망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호남은 더민주를 지지하면서 반대급부를 원한 적이 없다. 예산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며 “정권교체의 희망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는데 그런 희망을 보여주지 못해서 더민주를 심판해야겠다는 민심이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탁 전 교수는 또 “김종인 비례대표 ‘셀프 공천’에 화가난 것은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모든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보면서 역시 더민주는 친노정당이구나, 희망이 없겠구나 생각한 것”이라며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력들의 의견이 제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워크숍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워크숍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선명성 있는 야당 돼야, 집권여당에 당당하게 맞서달라”

이들은 그러면서 더민주가 광주호남의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선명한 ‘야당성’을 회복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동헌 사무처장은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면서 “무조건 싸우라는 것은 아니다. 이슈가 되고 관철시켜야할 것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항상 더민주는 뭘 하나 싶다가도 결국 용두사미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더민주는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이 워낙 못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음에도 국민들에게 내놓을 만한 것을 하지는 못했다. 국가정보원 문제, 테러방지법 문제 등이 그렇다”며 “선명성 있는 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신선호 대표도 “제대로 싸워달라. 테러방지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계를 보면서 제대로된 국회의원들이 저렇게 많았나. 유능해보여 놀랐다”며 “무능하다는 것은 싸울 줄 모른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프레임 전쟁에서도 항상 새누리당에게 밀림을 계속해왔다”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이어 “대선 불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깜짝 놀라서 뒤로 도망갔다. 부정선거면 불복해야지, 부정선거인지 아닌지 따져봐야지”라며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의원을 ‘왕따’시켰다. 대선 부정이 있으면 싸워서 진실을 가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대표는 이에서 그치지 않고 “정쟁이라는 부정적 표현에 막혀서 대충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종북 색깔론에 왜 밀려나느냐.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지”라며 “명확하게 싸우면 광주민심이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그러면서 “사람을 키워야 한다. 뉴DJ를 키워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선거 임박해서 찾으려고 하니 그런 것”이라며 “더민주가 비전과 자신감을 보여주지 않는데 오겠다는 사람이 스스로 나서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구길용 본부장도 ‘강한 야당성’을 주문하며 선거 때만 되면 호남에 ‘표’를 요구하는 더민주를 비판했다. 구 본부장은 “호남민심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호남 민심을 받아 강한 야당이 돼서 집권여당에 당당하게 맞서달라는 것”이라며 “수권정당 모습과 비전을 만들어서 정권교체를 실현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 본부장은 “선거 때만 되면, 표를 달라고 하고 선거만 끝나면 전국정당이 돼야 한다면서 호남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논리들이 앞선다”면서 “호남을 등지고 전국정당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탁영환 전 교수는 “선거 때마다 경선 룰이 바뀌는데 좋지 않은 모습이다. 또 당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국회에 돌아가 정책으로 반영했으면 좋겠다”면서 “갑의 정치를 버리고 정책 정당의 색깔을 확실히 모이면 국민이 믿고 따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김동헌 사무처장은 “이제 광주지역 공무원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국민의당 의원들을 찾아갈 것이다. 더민주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우상호 원내대표가 광주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한 달에 한두번이라도 와서 광주지역 공무원들을 만나고 광주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전북은 (전북지역 국회의원을 지낸)정세균 의원이 좀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광주지역 인사 5인의 신랄한 비판을 경청한 당선자들에게는 별도의 의견 제시 기회가 주어졌지만 발언에 나서려고 하는 당선자는 거의 없었다.

정세균 “정권교체 실패, 수권능력 보여주지 못한 것 반성”
우상호 “호남, 제가 직접 챙기겠다”

유일하게 이번 총선을 통해 6선 고지에 오른 정세균 의원이 발언에 나섰다. 정 의원은 “정권교체에 실패하고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며 “저는 호남인들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한 특별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특별기구가 설치되면 되는대로 또 안된다고 해도 수도권 의원 중에도 호남출신 의원들이 많이 있다”며 “책임 의식을 갖고 호남을 위해서 책무를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우상호 원내대표는 “우리가 아이를 키워보지만 아이를 잘 되라고 때리면 때린 부모가 더 아프다”며 “표를 얻기 위해서 아니라 진정성 있게 모시겠다”고 다짐했다.

우 원내대표는 “호남 의원이 세명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제가 직접 챙기겠다”며 “다른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도 있고 국회 상임위 활동도 있는데 쉽지가 않다. 원내대표인 제가 챙겨야할 문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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