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금융 불균형 줄어들 것, 외국인 자본유출 지켜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1월 이후 1년 만에 나온 인상 결정이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1월 이후 1년 만에 나온 인상 결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가계부채 증가와 시중 자금의 부동산 쏠림 등 저금리 장기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한미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올린 이후 12개월 만에 나온 인상 결정이다.

이날 금통위는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11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일형,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데다가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여러 차례 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총재는 지난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대외 리스크 요인이 성장과 물가 등 거시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고 정책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여건만 된다면 금리 인상 쪽으로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 불균형이란 경기가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에 따라 대출 등으로 시장에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을 말한다. 금융과 실물경기 간 왜곡이 심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유동자금이 높은 기대수익률을 제시하는 부동산과 같은 위험자산에 쏠리는 건 금융 불균형의 대표적 부작용 사례다.

당시 이 총재가 언급한 금융 불균형의 누증은 저금리 장기화로 가계부채가 늘고, 시장의 자금이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쏠리고 있는 현 국내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는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이 총재의 시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지난 2016년 6월 연 1.25%로 내린 뒤 오래도록 동결 상태였다. 한은이 기준금리 장기 동결 기조를 깨트린 건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날이 두 번째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마친 뒤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의결문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한은은 지난달 의결문에서 그동안 계속 들어있던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신중히 판단’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날 금리를 올린 이후에도 새로운 문구가 추가하거나 삭제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한은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지를 두고 금융권의 분석이 엇갈린다. 대체적으론 경기 둔화 우려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상이 단발성으로 끝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내년에 또 다시 금리를 올리긴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하지만 실물경기의 부진, 2%를 하회하는 낮은 물가압력, 그리고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성장 둔화 등 대외 불안 요인을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정책 금리는 중립 금리 수준에 아직 미치지 않았다”며 “한번 금리를 인상했지만 통화정책 기조는 아직 완화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만큼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달러에 대한 투자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는 신흥국 통화에서 투자자 이탈을 부르는 요인이 된다. 한미 금리 차가 확대할수록 한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뜻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할 유인이 된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가까운 시일 내에 자본유출이 있을 것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면서도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발생하는 등의 예기치 못한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5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시중은행들도 대출과 예금 및 적금 금리 등을 따라 올리기 때문이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새로운 대출을 받거나 그 돈으로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려는 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중 가계신용’을 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1514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분기 말 1492조4000억 원보다 22조 원 늘은 액수로 전 분기 증가 금액인 24조1000억 원보다 작아진 것이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 규제 등의 방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경제성장률 증가세를 웃도는 데 있다. 한은이 지난 8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율과 명목 GDP 성장률의 차이는 올해 1분기 4.4%(7.9%-3.5%), 2분기 4.2%(7.7%-3.5%)에 달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낮추려면) 통화정책 외에 다른 정책이 같이 가야만 효과가 있다”며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주택시장 안정 대책도 펴고 있어서 모든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금융 불균형 축소에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기존에 이미 대출을 받은 취약차주들이나 조선업과 자동차 부품업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업종의 한계기업들이 대출 이자 부담으로 자금난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지난달 29일 국회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어려운 한계기업에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금리정책을 할 때 모든 부문을 따로따로 보고 대책을 마련할 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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