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인상 놓고 입장차만 재확인
구조조정·협력사 줄도산 위기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사진=르노삼성자동차>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사진=르노삼성자동차>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4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제14차 교섭마저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돼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르노삼성이 수탁생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기본급 놓고 대립하는 노사

르노삼성은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2018년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오후 진행된 노사의 제14차 교섭도 별다른 성과 없이 1시간 30분여 만에 종료됐다. 후속 협상 일정도 잡지 못했다. 노조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13일과 15일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노사는 임단협 협상에서 ‘기본급 인상’으로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최대 1400만 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2교대 수당 인상 등 고정비 인상을 요구했다.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근로자 평균 임금이 매년 2~3%씩 올라 2017년 기준 7800만 원에 달해 5년 전과 비교해 2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부상공장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수준은 46개 르노 그룹 글로벌 공장 중 3위다. 그룹 내 경쟁 상대인 일본 닛산 규슈공장은 엔저 등 요인으로 부산공장과의 노동비용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사측은 고정비 인상을 최소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고정비가 인상되면 오는 9월 위탁 생산이 끝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본사가 최근 3년간 6700억 원 규모의 배당금을 챙겨갔지만 직원들에게는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공장 닛산 로그 누적생산 50만 대 돌파’ 기념식<사진=르노삼성자동차>
▲ ‘부산공장 닛산 로그 누적생산 50만 대 돌파’ 기념식<사진=르노삼성자동차>

구조조정·협력사 줄도산커져가는 위기론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지난해 21만 대의 차량을 생산했으며, 이 중 닛산 로그 위탁 생산량은 9만 대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가동률 유지를 위해 반드시 닛산 로그를 재배정 받거나 새로운 차종을 배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3년 만에 불거진 노사 갈등으로 르노삼성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28차례의 부분파업(104시간)을 벌였다. 이는 르노삼성에 기업노조가 생긴 2011년 이래 가장 긴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50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노사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가 직접 나서기까지 했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최근 르노삼성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파업이 계속되면 후속 모델 물량 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르노그룹 차원에서 후속 물량을 다른 글로벌 공장으로 돌릴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적자에 허덕이던 르노삼성은 지난 2014년 닛산 로그 위탁생산 이후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에는 생산 물량 50만 대도 돌파했다. 1998년 출시된 SM5가 지난 2006년에 달성한 이후 두 번째다.

르노삼성의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은 부산공장이 유일하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생산시설을 스페인 바야돌리드 르노 공장에서 부산공장으로 옮겨 올해 9월부터 연간 5000대 규모로 생산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이는 닛산 로그 생산물량에 턱없이 부족하다.

르노삼성 노사 갈등은 협력사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4개월간 이어진 부분파업으로 전국 300여 곳 협력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6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9월 이후 협력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협력업체 모임인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는 오는 27일 부산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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