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프레임 짜기’ ‘중도‧젊은층 공략 방안’ 세우기에 골몰

지난 2월 28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된 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했다. <사진=민주당>
▲ 지난 2월 28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된 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했다. <사진=민주당>

여야의 내년 4월 21대 총선 준비전(戰)에 불이 붙었다. 내년 총선은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 명운이 걸린 선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이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향후 국정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고 다음 대선 승리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보수궤멸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반드시 승리해야만 다음 대선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생존이 걸린 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여야 모두 표심을 확실히 끌어올 수 있는 ‘총선 프레임’ 짜기에 들어간 상태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부각시켜 ‘경제 심판론’으로 승부를 걸 태세고, 민주당은 경제심판론 공격을 차단시켜 승부를 거둘 묘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두 당은 모두 ‘중도층’과 ‘젊은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이들을 공략할 전략 마련에도 분주한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1∼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정당지지도는 민주당이 36%, 한국당이 24%로 12%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무당층은 24%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민주당이 38%, 한국당이 26%였으며 투표 의향 정당을 밝히지 않은 부동층은 21%로 집계됐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1106명(가중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월1주차(3~4일) 조사결과(표본오차 95%의 신뢰수준에 ±2.9%p)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19~20대(긍정평가 39.4% 대 부정평가 53.8%)에서는 부정평가가 지난주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지지율이 가장 낮게 조사됐다.

40대(긍정평가 56.0% 대 부정평가 41.9%)의 경우는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가장 높았고, 30대(55.4% 대 41.1%)에서도 긍정평가가 부정평가에 비해 높게 조사됐다. 50대(44.6% 대 51.6%)와 60대 이상(41.1% 대 51.2%) 연령층에서는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총선 표심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젊은층의 부정적 여론 흐름이 총선까지 지속된다면 민주당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여야는 모두 젊은층 공략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주당 “과거 vs 미래의 대결”, ‘중도 실용’ 강조
   청년정책 총괄할 ‘청년미래연석회의’ 곧 출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공백기를 끝내고 민주당의 싱크탱크 수장을 맡아 총선 밑그림 그리기에 돌입했다. 양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총선 승리에 꼭 필요한 병참기지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민주당은 최근 부쩍 중도층을 겨냥해 ‘실용’ ‘중도’라는 키워드를 부각시키고 있다. 또 보수와 진보, 양 진영 전통 지지층의 첨예한 대결을 불러오는 이념이나 가치 대결보다는 ‘미래’를 내세우고 있다.

양정철 원장은 지난달 14일 기자들과 만나 “다음 총선은 싸우는 정당이냐 일하는 정당이냐, 과거로 가는 정당이냐 미래로 가는 정당이냐, 이념에 잡힌 정당이냐 실용을 추구하는 정당이냐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원장은 이어 “누가 더 가까이 국민에게 선택받는 정당으로 헌신하고 절박하게 노력하는 지가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원내대표 당선 소감에서 “실용과 중도를 우리 것으로 만들겠다”며 “규제 때문에 일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야당과 규제 빅딜도 추진하겠다”라며 실용 노선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미래와 과거의 대결’로 총선 프레임을 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3년차를 맞는 시점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야당의 ‘경제 심판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혁법안과 경제정책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북문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총선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민심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5일 ‘폴리뉴스’ 통화에서 “경제심판 프레임이 막강하다면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 경제심판론을 약화시켜야한다”며 “그 틀에서 경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당의 요즘 정치 행태는 국회를 버리고 극단적인 정치를 추구하고, 막말을 하고 있는데 결국은 정당 체제 문제, 리더십의 문제, 그 안의 인물들의 문제다”며 “여야를 떠나서 정치 자체를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정치 혁신, 정치 개혁 프레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에게는 과거 우군으로 여겨졌던 젊은세대의 민심 이반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의 표심 잡기가 발등에 떨어진 숙제다.

민주당은 청년정책을 총괄할 ‘청년미래연석회의’를 이르면 내주 초 출범시킬 예정이다. 20명 내외로 구성될 ‘청년미래연석회의’는 김해영 최고위원과 외부인사가 공동의장을 맡을 예정이다.

김해영 최고위원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년미래연석회의 구성을 거의 마쳤다”며 “공식 출범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지난 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석회의가 곧 출범할 예정인데, 그곳에서 당정청은 청년을 위한 정책, 소통, 정치 참여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다룰 방침”이라며 “당정청이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서 체계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김세연 원장이 지난달 24일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총선 전략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사진 폴리뉴스DB>
▲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김세연 원장이 지난달 24일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총선 전략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사진 폴리뉴스DB>

▲ 한국당 ‘경제심판론’ ‘대안정당 이미지 구축’ 으로 중도층 겨냥
   청년층 공략 위한 ‘차세대 브랜드위원회’ ‘청년정책센터’도 가동
  
한국당의 총선 프레임은 벌써부터 명확히 잡혔다고 볼 수 있다. 한국당의 총선 프레임은 문재인정부의 ‘경제 심판론’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 부각시키고 한국당의 대안정당 이미지를 구축해 승리를 이끌겠다는 전략을 마련해 가고 있다.

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지난달 24일 ‘폴리뉴스’ 인터뷰에서 “경제 무능에 대한 심판을 민주당이 아무리 피해가고 싶어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다음 총선은 과거로 가는 정당이냐 미래로 가는 정당이냐, 이념에 사로잡힌 정당이냐 실용을 추구하는 정당이냐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겨냥해 “그동안 적폐몰이만 2년 동안 하다가 갑자기 미래로 가는 정당, 이렇게 총선 프레임 이야기를 저쪽에서 들고 나와서 좀 의아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대안정당’ 이미지 구축을 위해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경제대전환위에는 김광림 최고위원과 정용기 정책위의장,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이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했으며 77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황교안 대표는 경제대전환위 출범식에서 “비판을 넘어 대안 중심으로 논의 방향을 잡아주기 바란다”며 “위원회가 만드는 정책들은 내년 총선과 더 나아가 대선까지 우리 당을 이끌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경제폭정과 민생폭망에도 국민들께서 우리 당에 선뜻 지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우리 당만의 정책대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가장 큰 고민은 ‘대안정당’ 이미지 구축 문제와 함께 외연확장 방안이다. 최근 한국당이 우경화 현상을 보이며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황 대표가 장외집회를 통해 ‘집토끼’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도층과 젊은층인 ‘산토끼’를 잡는 것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이와 관련 ‘폴리뉴스’ 인터뷰에서 “앞의 상태는 선거를 못 치를 상황이었지만 이제 선거를 치를 상황은 된 게 맞다고 보지만 이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중도무당층, 젊은 세대 쪽으로 우리가 외연 확장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여의도연구원은 젊은층 공략을 위해 지난달 30일 차세대 브랜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최근 공개오디션을 통해 선출된 30대의 정원석 강남을 당협위원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원내외 12명으로 구성됐다. 이달부터는 역시 30대인 박진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이끄는 청년정책센터도 가동시켜 20대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시킬 계획이다.

정원석 차세대 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은 ‘폴리뉴스’ 통화에서 위원회 활동 방향에 대해 “정당 브랜드 이미지가 좋지 않다보니까 정책적인 우월성이 전달이 안되는 부분이 많다”며 “우리 당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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