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변화로 인한 재고 물량 증가로 최고경영자 해임까지
우리나라 기후패턴의 변화는 패션업계 최대의 적!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해권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는 더 이상 환경운동가들과 전문가들의 고민이 아닌 패션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패션이 아무리 자기표현과 감성의 분야라고 하지만 연예인이 아니고서야 계절을 뛰어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날씨는 봄·가을이 짧아지며, 여름 역시 장마와 이상고온현상이 매년 예측하기 힘든 변화를 보이고 겨울은 더 길어지고 더 추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보다 매년 변화하는 기온이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서 패션업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다음 계절 혹은 다음 신상품 준비를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전 상품 기획과 수요 예측을 해야 하는데, 최근 10여 년간 우리나라에 뚜렷한 사계절이 사라졌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MD들이 고민하는 상황이다.

이렇듯 날씨가 패션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날씨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 패션업계는 이미 기획 단계부터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해 제품과 기상의 관계를 분석한 다음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유니클로의 일본 본사로 알려진 패스트리테일링은 2001년부터 날씨를 상품 기획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고 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 2001년 가을이 유난히 길어질 것이라는 장기예보를 근거로 SPA ‘유니클로’의 폴라폴리스 원단 재킷을 대량 생산했으며, 이 재킷은 보름 동안 일본 내에서만 1,500만 장이 팔려 일본 의류업계 사상 최단기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고 이와 반대로 영국의 패션 기업 막스&스펜서는 날씨 예측에 관한 판단을 잘못해 겨울 의류가 대량 재고로 쌓인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를 주주총회에서 해고했다.

국내 업계서도 경기지표에 따른 일방적인 사업 계획이 아닌 달라진 계절 절기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패션업계보다는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날씨 예측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패션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봄·가을에 있다. 봄·가을의 평균기온은 실제로 평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이상기후와 일교차 때문에 소비자들은 봄과 가을을 실제보다 더 짧게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짧은 봄과 가을에 입을 패션상품에 대한 구매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이르게 느껴지는 여름이나 겨울 상품의 세일기간에 해당 계절의 패션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 백화점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유통시장과 쿠팡을 중심으로 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 현대백화점의 경우 기존의 세일기간중 봄가을의 세일기간을 단축하며 날씨에 민감한 의류보다는 공기청정기와 같은 환경제품과 생활용품 시장인 리빙 제품에 판매의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기후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각과 라이프스타일까지 변화시키는 상황에도 국내 패션업계의 대응은 아직은 걸음마 수준으로 여전히 일 년에 두 번, 예측 기획을 통한 상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렇다고 변화의 대응책 마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LF, 이랜드 등 국내의 패션 회사는 장기 기상예보 자료를 수집하고 기상청으로부터 예측을 받고는 있지만, 글로벌 의류메이커에 비하면 활용범위나 기획능력은 초보 단계에 그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기상청의 협조를 받고 예전의 날씨 정보를 받아서 기획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날씨 변화가 심해서 자칫 대형재고상품으로 남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특수한 기후와 날씨라는 통제할 수 없는 환경적 요소는 패션업계의 가장 큰 시름으로 남고 있다.

여성복의 경우에는 이너웨어나 하의류의 매출이 줄어들고 아우터 등이 살아남는 점을 고려해 재킷과 트렌치코트, 아우터를 제외한 품목의 생산을 줄이고 저지나 니트의 생산량을 늘리며 디자인을 단순화하는 형태로 대응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 <사진=롯데쇼핑 제공>

하지만 낮은 판매율을 이유로 패션 업체들은 소비자가 구매가 줄어드는 봄·가을에 상품생산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는 구매가 감소하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름과 겨울 상품이 더 팔린다고 해서 봄과 가을 상품이 덜 팔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의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고 경고하고 있다.

봄·가을을 실제보다 짧게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쪽에 계절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정확한 기후예측과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심리를 분석하고 소비자들의 컬렉션을 세분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예측모델을 만드는 것이 변화하는 기후와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상품의 기획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 이내로 줄여 날씨의 변화를 조금 더 빨리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재고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조언을 하고 있다.

이미 지구의 날씨는 세계 모든 부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젠 우리에게 현실이 되고 있고 기업뿐 아니라 개인과 가정에서도 날씨로 인한 소비패턴의 변화 및 생활방식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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