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은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뤄낸 결과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 로컬로의 귀환, 공공개혁
포스트 코로나 대응, 서울시는 이미 진행중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16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이 백신이다'고 말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16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이 백신이다"고 말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세계적으로 위상을 높인 KS방역에 대해 “‘산업화와 민주화’ 두 가치가 이루어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6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대응에 시민들의 역할이 컸음을 강조하며 “산업화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방역물품을 대량생산·확보할 수 있었고, 민주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개방적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투명성과 신속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과잉대응이 늑장대응보다 낫다’ ‘투명성이 감염병의 특효약이다’ 이 두 원칙이 KS방역을 만들어낸 원천적 원칙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코로나19로 감염병이 21세기 안보 과제로 부상했다”면서 2017년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다 무산된 것과 달리 “지역 공공의료에 특화된 인력 양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공공의과대학 설립 타당성을 주장했다.

박 시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로 생태적 문명으로의 전환, 로컬로의 귀환, 그리고 공공개혁을 들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이미 원전하나 줄이기, 태양의 도시, 천개의 숲, 3천만 그루 나무심기, 마을공동체사업, 공유도시, 사회적 경제, 홍릉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양재 AI 허브, 여의도 핀테크사업 등 대부분 추진하고 있었다며 “서울시는 기존에 하고 있던 것을 조금 더 강화하고 보완하면 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경기고 졸업 후 1975년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민주화운동을 하다 제적당했다. 1985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2년 대구지검 검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했으며, 영국 정경대와 미국 하버드대 유학 후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결성,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를 만들어 각종 시민사회운동을 펼쳤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2014·2018 지방선거에서 내리 당선 되며 서울시 최초 3선 시장이 되었다. 현재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되고 있다.

다음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코로나19 관련 인터뷰 전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선제적인 대응으로 관심을 모으셨고, 이번 코로나 상황에도 이태원 방문자 익명 검사 등 매우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으로 주목받았다. 메르스 때와 비교해 이번 대처는 어땠나. 

저는 메르스로부터의 교훈, 경험, 학습이 참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메르스 때 우리가 배웠던 투명성, 신속성 이런 게 없었다면 아마 K방역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메르스로부터 우리가 배운 학습효과는 굉장히 컸다고 보고, 그것이 결국은 표준방역을 만들어낸 아주 핵심적인 가치이고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이 공적마스크 판매 약국을 찾아 약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 박원순 시장이 공적마스크 판매 약국을 찾아 약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K방역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데 시장님께서는 S(서울)방역을 더해 KS방역을 말씀하셨다. KS방역의 기본적인 철학과 지침, 이런 부분들이 세계로 수출되기도 한다는데, 간단하게 핵심을 설명해 달라. 

방금 큰 비전, 원칙, 철학에 대해서는 이야기했는데 그게 투명성과 신속성이다. 제가 메르스 때부터 이미 말씀드려왔지만 감염병은 (전파)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과잉대응이 늑장대응보다는 낫다’는 것과 ‘투명성이 감염병의 특효약이다’라는 이 두 개의 원칙, 철학이 K방역과 S방역을 만들어낸 원천적 원칙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코로나가 번진 직후에 우리가 선별진료소를 많이 설치해서 누구나 쉽게, 아주 값싸게 검사를 최대한 많이 받게 한 것, 두 번째는 그렇게 해서 확진자가 나오면 그 주변인물의 동선을 전부 파악해서 자가 격리를 시키고 확진자를 신속하게 치료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역할이 참 컸다고 본다. 시민들이 시민의식을 가지고 방역 에티켓,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셨다. 

예컨대 누구나 마스크 쓰고 다닌다든지, 손 자주 씻는 것이라든지, 대중집회나 밀접접촉을 삼간다든지 이렇게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이 잘 피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우리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해 왔는데 산업화를 통해 우리가 이런 테스트 키트라든지 세계적 수준의 방역 물품을 대량 생산·확보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시민의식이 뒷받침된 민주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개방적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시민이 백신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알았던 그런 나라들이 사재기가 횡행한다든지, 마스크 쓰라고 하는데 잘 안 쓰고 다녔다. 마스크를 쓴다는 게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가족과 이웃,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그것을 잘 지켰다. 이게 저는 민주주의의 기초가 우리에게 있었다는 이야기이고,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가지 가치가 이루어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국가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에 공공의과대학 설립 추진 의지를 보이셨다. 현재 어디까지 논의가 되고 있나?

앞서 서울시는 2015년 메르스를 겪은 후 2017년 서남대 의대 인수를 추진, 공공의대 설립 구상을 구체화 해왔다. 당시는 다양한 이해관계, 정원 총량제 같은 제도적 문제로 무산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 지구적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감염병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21세기 안보 과제로 부상했다. 지역 공공의료에 특화된 인력 양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응급 외상, 감염성질환 역학조사, 호스피스 등 기존 의대 체제에서 인력확보가 여러운 공익성 강한 특수분야 인력 양성 ▲신종 전염병 등으로 인한 국가적 위험에 대응하도록 교육과정 정비 ▲12개 시립병원을 연계한 임상체계로 공공영역에 특화된 의료인력 양성 등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비롯해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서울형 표준방역체계 구축 계획’의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선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이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180석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공공의대 설립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어디에 설치할지, 어떤 방식으로 설치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정부, 다른 지방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 워싱턴주, 와이오밍주, 알레스카주, 몬태나주, 아이다호주가 연합해 각주마다 1년에 10명씩의 인원을 선발하는 미국의 WWAMI(와미) 주립의과대학처럼 여러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박원순 시장이 CAC 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 박원순 시장이 CAC 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얼마 전 CAC 시장회의에서 감염병에 맞설 도시국제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였고, 글로벌한 도시기구들의 의장을 맡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역할은 어떤 것들인가? 

이번 방역에 있어서 모든 국가와 도시들이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하는 외국 도시와 정부들의 관심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아예 CAC라고 ‘코로나19에 대항하는 도시들((Cities Against Covid-19)’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더니 무려 830만 명이 들어왔다. 그러면 우리가 글로벌 서밋을 한번 만들어 보자 해서 닷새 동안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그 중 하나로 감염병 도시 대응기구를 만들자고 했더니 런던 시장을 포함해 42명이 동의해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 플랫폼 하에서 우리가 함께 정보도 공유하고 방역물자도 서로 나누고 도시민들의 안전을 기하자는 합의가 이뤄졌고, 여기에서 있었던 다양한 프로그램에 무려 2000만 뷰 이상 나온 것 같다. 그러니까 서울시를 제대로 홍보하게 된 거다. 이것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이미 WeGo라고 하는 스마트 도시연합체의 의장이기도 하고, GSEF ‘국제사회적경제포럼(Global Social Economy Forum)’이라는 기구를 서울시가 창립해 의장도시가 되어 사무국이 여기 있고, 이런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다고 얘기한다.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와 그에 대한 대응이라고 할까. 그 부분에 대해 시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다. 

이미 세계의 지성들, 또 많은 도시들이 벌써 여기에 대한 대응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그것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기후변화라든지, 야생의 귀환, 생태적 문명으로의 전환이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글로벌로 계속 질주했는데 이제 로컬로의 귀환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리쇼어링 현상도 있지 않나. 그동안 끝없이 펼쳐졌던 글로벌 밸류체인이 이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게 감염병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삶이 되려면 지역공동체, 지역경제가 훨씬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세 번째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뻗어갔던 다국적 기업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오히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이런 것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공공의 개혁이 있어야 된다. 

다행스럽게 서울시는 5개의 정책에서 대부분 추진해 왔더라. 원전하나줄이기, 태양의 도시, 기후변화를 향한 서울시민의 약속, 10분 거리의 공원, 천개의 숲과 천개의 정원, 3천만 그루 나무심기. 이런 게 첫 번째 카테고리의 사업들이다. 두 번째 로컬의 귀환은 이미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공유도시, 사회적 경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리고 세 번째는 2-3년 전부터 서울시가 글로벌 스타트업 톱5도시가 되겠다 해서 여기에 집중해 왔다. 홍릉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 양재 AI 허브, 여의도에 핀테크 사업을 계속 추진해왔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가면 될 것 같다. 정부의 혁신도 시민 중심의 도시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시민 민주주의를 확장, 강화시켜왔다. 그래서 서울시는 기존에 하고 있던 것을 조금 더 강화하고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시민들에게 당부와 희망의 한 말씀.

당연했던 일상이 멀어지면서 소중한 많은 것들을 새삼 떠올리게 되는 요즘이다. 무더위 속에도 마스크를 끼고 최선을 다해 방역에 동참해주시는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5개월간 수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인내하고 헌신해온 위대한 시민정신은 위기를 넘어 희망의 길목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왔다.

K방역으로 서울과 대한민국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최근 신규확진자의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할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이대로라면 2차, 3차 파도는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상시기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서울시는 전열을 정비해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고 시민들께서는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작은 방심이 지하철과 대중교통, 도시 봉쇄 없이 지켜온 우리의 일상을 허물어뜨리지 않도록 앞으로도 시민 한분 한분이 방역의 주체가 되어 가장 견고한 일상 속 방역망이 되어주시기 바란다. 코로나19의 최대 백신은 앞으로도 여전히 시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16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베스트 단체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16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베스트 단체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