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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편집국장칼럼]어느 불매운동, 그 1년

광복절을 앞두고 벌써부터 반일 감정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오히려 일본이 부추기기라도 하듯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삭제한다는 방침을 밝힌 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은 두말할 나위 없이 롯데이다. 롯데로서는 요즘 코앞에 닥쳐온 7·8월에 또 어떤 여파가 미칠지 벌써부터 악몽이 되살아날 것이다.

롯데의 창업 뿌리는 원래는 옷의 띠만큼 좁은 강처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의 ‘일의대수’(一衣帶水)의 한일 관계에 모범적 상징이다. 식민지청년 고 신격호 창업회장은 식민의 본국 일본에 도전해 껌 하나로 자수성가했으며 한일국교 정상화 뒤 조국에 돌아와 기업군을 일궈냈다. 온 국가가 중화학공업에 몰두해 변변한 기호식품은 물론 외국의 귀한 손님조차 재울 곳이 마땅찮던 나라에 그가 뿌린 서비스업과 소비재산업의 씨앗은 이제 주요 수출품목의 하나로 성장했다.

하지만 모국에서 오랫동안 롯데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던 ‘일본기업’이라는 주홍글씨는 지난해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물론 연고가 일본에 있는 기업이니 그 제품 불매에 의한 불가피한 피해는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하지만 롯데가 감수한 피해를 양과 질로 따졌을 때 지난 1년은 너무나 지나쳤다. 특히 기업이미지 훼손이라는 질적 손실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되지 않는 심각성이 드러난다. 이를 전파하는 매개가 익명성의 장벽 뒤에 숨어서 작동되는 SNS이기에 그 파급력은 더욱 증폭됐다.

신격호 회장의 장인이 일본의 A급 전범 시게미쓰 마모루라는 왜곡과 허위는 SNS를 거쳐 황색언론으로 출처 세탁을 거듭하며 마치 사실인양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신동빈 회장의 발음을 조롱하며 전 세계의 재외 동포들마저 모욕한 오염된 한국어는 아무 가책 없이 댓글을 양산했다. 엄연히 재외동포법이 제정된 나라에서 모국어 실력을 빌미로 2·3세를 조롱하는 우리의 두 얼굴은 차별금지법의 마스크가 제격이다. 롯데칠성이 두산을 인수한 이력을 싹 배제한 채 처음처럼의 뿌리가 강릉의 친일파 최준집이라는 비난도 마찬가지였다. 순한 술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즐겨온 이 소주는 전국의 술집에서 멀쩡하던 매출의 절반 이상을 증발시키며 최대 희생양이 됐다.

계열사 가운데 불매 운동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 회사에게 닥친 어려움은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영을 이중으로 위협하고 있다. 1조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최첨단 충주 맥주공장은 2차 준공 2년여만에 가동률이 격감을 거듭했다. 강릉, 충주, 청주, 경산, 군산 등지에 위치한 공장들에는 매출 감소에 이어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이 엄습했다.

경영진은 궁여지책 끝에 한 생산시설에서 맥주와 소주를 생산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우려했던 규제는 소관부처인 국세청이 경영 위기 개선과 고용 유지의 취지를 인정하면서 행정 개혁을 통해 7월부터 생산라인이 전환 가동될 예정이다. 국세청의 이번 조치는 국가간 불매운동의 엉뚱한 피해자가 되고 코로나19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고용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돕는 행정 개혁의 한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이 회사가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공장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을 경우 핵심원료인 주정을 기준으로 ‘제조’와 ‘용입’으로 구분해 국가가 엄격히 관리하는 소주 제조면허의 변경을 비롯해 정부의 행정개혁 사안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강릉과 충주 등 공장 소재지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위기극복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건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그동안 롯데칠성의 제조공장으로 인해 법인세 세수와 고용 효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받아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회사의 생산체제 변경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기대와 불안감이 겹칠 여지는 있다. 경영진은 이미 정부에 이어 노조와도 사전설명회를 통해 생산과 고용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동의 절차를 거친 상태이다. 마찬가지로 롯데칠성이 위기 극복 비전은 물론 생산공정과 관련 법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자료를 통해 지역사회와 기업의 공동발전의 가치에 합의하는 마지막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도 정치인과 상공인, 원로 등 여론주도층이 나서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 지역 경제의 효자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불매운동의 최대 피해 기업이며 그 중에서도 롯데칠성이 기업의 이미지가 소비자 구매의 중요한 결정 요소인 기호품을 생산하는 특성상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위기 극복에 공장 소재 지역사회가 발벗고 도왔다는 유대감은 공동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임재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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