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정말 아깝게 졌다. 민주화 이후 가장 적은 표 차이의 패배였다. 여당 후보로서 졌기에 아픔이 더 컸는지 모른다. 상대 후보의 단일화를 과소 평가한 게 석패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상대가 대통령에 오른 뒤 그에겐 본격적 정치 시련이 밀어닥쳤다. 검찰의 대대적 수사로 측근 몇몇이 구속됐다. 발끈한 그는 주위의 반대에도 보궐선거에 나섰다. 기어코 금배지를 단 그는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얼마 뒤 열린 당의 전당대회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또다시 반대 여론이 거셌다. 아랑곳하지 않았다. 직전 대선후보라는 후광
[폴리뉴스 차재원 칼럼니스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난 10일 오후 6시. 지상파 방송 3사가 밝힌 출구 여론조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여당 의석수가 100석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치.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실제 가능성이 확인되자 새삼 민심이 무겁게 다가왔다. 개헌은 물론 탄핵까지 야당 단독으로 가능한 수치.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의구심과 함께 ‘자기 말대로만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참패 뒤 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운동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공식 기간은 기껏 13일. 여야 격전은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그 서전(緖戰)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17.5% 차이로 국민의힘을 따돌리고 승리했다. 이 결과가 이번 총선의 첫 번째 변곡점을 만들어 냈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이념 논쟁을 멈추고, 오직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여권 지형이 요동쳤다. 그간 ‘거침없이 하이킥’ 대통령의 돌격대를 자처했던 국힘은 말 그대로 ‘맨붕’. 김기현 지도부는 잠시 우
역시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민주 국가라면, 그것도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면 더 그렇다. 지난달 29일 이종섭 호주대사가 전격 사퇴했다. 기다렸다는 듯,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수용했다. 얼마 전 회칼 테러 막말로 시민사회수석에서 물러난 황상무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모르쇠로 버티기-여론 악화-총선 부담-여당의 볼멘소리-본인 사표-대통령의 수리. 나름의 과정을 통해 모양새를 취하긴 했다. 그래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민심에 대통령이 굴복한 걸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대통령으로선 적잖은 열패감을 느꼈을 법하다.지난 2년여 임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 중 한 대목이다.지난 대선 즈음 야권후보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급부상하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생 검사로, 선거 한번 나가지 않은 이가 왜 갑자기 뜨냐.”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이렇게 답했다. “윤석열을 키운 건 팔할이 조국과 추미애다.” 당시 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은 각각 ‘내로남불’과 ‘안하무인’의 ‘끝판왕’쯤으로 비쳤다. 이처럼 ‘살아 있는 권력’의 위선과 오만에 ‘공정과 상식’으로 맞섰던 이가 알다시피 윤 총장. 그 대가로 검찰총장으론 처음으로
제22대 총선, 여야의 공천작업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한 달여의 각 당 공천은 한국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인적 쇄신을 통한 혁신도, 감동을 자아낸 ‘새 피 수혈’도, 제대로 된 시스템도 없었다. 한쪽은 사천(私薦) 시비로 인한 내홍으로, 반대편은 조용히 살아 돌아온 주류의 ‘쉬쉬’ 몸짓만 두드러졌다.그래도 ‘내 눈의 들보보다 남 눈의 티끌’만 보이는 탓일까.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썩은 물 공천이다.” ‘현역 불패’로 불릴 만큼 친윤 주류의 대거 생환으로 귀결된 국민의힘 공천을
역시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선거 때면 불거지는 현직 대통령의 ‘중립 의무’ 위반 논란 말이다. 새해 들어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가 선거 개입 시비를 낳고 있다. 당연히 여야 공방도 치열하다. 야당은 “관권선거”라며 발끈했다. 이어 고발장을 들고 경찰서를 찾았다. 여당은 “대통령의 정당한 국정 수행”이라며 맞섰다. 그리고 한마디 더 보탰다. “너희 집권 땐 더했다.” 사실상 심판관인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 눈치만 보며 미적대기만 할 뿐이다. 기시감이 들 정도로 너무 익숙한 장면 아닌가.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선거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가 나왔던 지난해 9월 27일. 오전부터 언론사 기자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다수 예상과 달리 영장이 기각됐던 것. 이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얼핏 봐도, 정국은 급반전하는 형국이었다. 불과 엿새 전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전격 가결될 때만 해도 민주당은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영장 기각에 “사필귀정”이라며 아주 반색하고 나섰다. “한동훈 법무장관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했다. 기고만장의 모양새였다.반면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
[폴리뉴스 차재원 칼럼니스트] 제3지대 ‘빅텐트’ 추진 세력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전격 통합신당 창당에 합의했다.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다. 통합의 명분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 기득권 타파”다. 공교롭게도 공동대표 두 사람은 각각 양당의 전직 대표 출신이다. 정말 웃픈(웃기면서 슬픈) 한국정치의 ‘아이러니’다. 이낙연은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를 핑계로, 이준석은 대통령과 친윤의 “양두구육(羊頭狗肉)”적 등쌀 탓에 당을 떠났다. 누가 봐도, ‘반(反)이재명’과 ‘반(反)윤석열’
지난주 벌어진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의 공개 충돌은 정말 ‘드라마틱’했다. 먼저 일요일이었던 지난 21일 오후 전해진 소식은 귀를 의심케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뉴스.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취임 한 달도 안 된 여당 대표를 대통령이 불신임했다는 소식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동훈은 대통령의 검찰 시절부터 운명적 인연을 쌓아온 최측근. 총선이 8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 감안하면 더 그랬다.비토 이유에도 고개가 갸웃해졌다.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사천(私薦)이
2024년 갑진년 새해 벽두 발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은 우리 정치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극한적 진영대결 정치 구도가 툭하면 상대를 악마로 단정해버린다. 각자의 지지층 역시 서로를 겨냥, 막말로 저주와 혐오를 쏟아낸다. 여기에 유튜버들은 저마다 자극적 영상으로 상대에 대한 분노를 부추기며 돈벌이에만 혈안이다.이런 정치 환경이 이번 사건을 배태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진단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단호한 대응 태도다. 사건 발생 직후 대변인 명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우리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갑진(甲辰)년, 용의 해다. 오행에서 갑(甲)은 ‘푸른색’을 의미, ‘청룡(靑龍)의 해’인 셈이다. 예로부터 청룡은 길조(吉兆)로 인식돼왔다. 그래서였을까. 전문가들이 선택한 올해의 ‘경제 키워드’도 용과 관련한 바람이었다.용문점액(龍門點額). 황하에 용의 문으로 불리는 협곡이 있다고 한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던 물고기가 여기를 힘차게 뛰어올라 통과하면 용이 돼 승천할 수 있다. 실패하면 이마(額)에 상처(點)만 남긴 채 하류로 떠내려가 잡어가 되고 만다.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 경제를 용문에 다다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지난 2002년 4월 6일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인천시 연설회장. 단상에 오른 노무현 후보가 내뱉은 이 한마디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직전 연설에 나섰던 이인제 후보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급진 좌파가 우리 당을 점령하고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다.” 이인제는 이날 연설에서 작심하고 ‘색깔론’을 꺼내 들었던 참이었다. 경선 초반 노무현이 ‘광주의 기적’으로 ‘이인제 대세론’을 허물자 역공에 나섰던 것. 해방공
과히 이 정도면 ‘사회적 신드롬’이 아닐까. 영화 이 흥행 돌풍뿐 아니라 연일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개봉 18일만인 지난 9일 6백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런 기세라면 ‘천만 영화’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당초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고 한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12.12 쿠데타’를 소재로 한만큼 그 자체가 스포일러다. 여기다 우리의 대표적 흑역사라 흥미 포인트마저 떨어졌다. 그러나 탄탄한 시나리오, 긴박한 전개, 명배우들의 명연기가 반전을 만들었다.무엇보다 너무나 기가 막힌 역사적 팩트에 관객의 억장이 무너졌다
지난 2020년 9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이틀에 걸쳐 일부 당헌 개정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대상이 된 조항은 2015년 문재인 대표 체제 때 ‘김상곤 혁신위’가 의결한 ‘재·보선 원인 제공시 무공천’ 대목. 결과는 86.6%의 압도적 찬성으로 해당 조항 폐기였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이른바 ‘책임정치’를 헌신짝처럼 내던졌다.이렇게 무리수를 강행했던 이유는 단 하나. 이듬해 4월로 예정된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선 때문이었다. 똑같이 성추행 의혹으로 물러난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 후임을 뽑는 선거에 자당 후보를 내기 위
최근 20여 년 한국 정치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싸가지’다. 싸가지는 ‘싹수’의 방언이다. 당초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쓰였다. 요즘엔 아예 상대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통칭하는 ‘정치 용어’가 됐다.일단 한번 싸가지로 낙인찍힌 정치인은 자칫 치명타를 입기 마련이다. 유시민이 대표적 사례다. 쓰는 족족 베스트셀러가 되고, 유튜브에 나오기만 하면 1백만 조회 수를 자랑하는 ‘인플루언서’. 그조차도 싸가지 족쇄에 갇혀 정치를 접어야만 했다.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
이쯤 되면 거의 ‘블랙홀’이다. 국민의힘이 내던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이 졸지에 뉴스 중심이 돼버렸다. 내년 총선을 뒤흔들 최대 쟁점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정치적 파장이 크다는 얘기다. 국힘으로선 일단 이슈 선점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당장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팽배했던 수도권 비관론을 딛고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포뿐 아니라 구리 하남 고양 등 인접한 거의 모든 지역이 서울 편입론을 들고나온 통에 함부로 나설 수 없다.자칫 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지난해 3월 20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한 말이다. 대통령실을 취임 전에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로 옮기는 계획을 직접 발표한 자리에서 말이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대선 공약에 따라 당선 직후부터 시작된 이전 작업은 만만찮은 반대에 부딪혔다.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로의 이전은 경호와 시민 불편 탓에 진즉 폐기됐다.이어 등장한 용산 이전론 역시 막대한 비용에다 안보 홀대 논란 탓에 동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날 그의 말 한마디로 비난 여론은 거짓말처럼 쑥 들어가 버렸다. ‘제왕
또다시 국회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거세지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업무능력과 전문성,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제도. 지난 2000년 도입 이후 제도 자체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공직자의 경우, 숱한 결격이 있어도 대통령이 그냥 임명하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말이었던 지난 7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광관부 장관을 임명했다. 신 장관의 경우 쿠데타 옹호 발언, 극우적 역사관, 막말 전력 등이 청문 과정에서 드러나 야당으로부터 불가 판정을 받았다.
[폴리뉴스 차재원 칼럼니스트] 해마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은 한국 정치의 중요한 분수령 노릇을 해왔다. 특히 총선을 반년 앞둔 추석 민심은 이듬해 선거의 ‘바로미터’로 작동해왔다. 2008년 18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까지, 네 차례 선거에서 추석 지지율이 앞선 정당이 세 번이나 승리했다. 단 한 번의 예외는 2016년 20대 총선의 새누리당. 직전 추석 민심을 장악하고도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옥쇄파동’으로 자멸했다.이번 ‘추석 민심 전쟁’에서 단연 이목을 끄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당을 둘러싼 최근의 극적 반전 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