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유치원 비리 폭로한 박용진
스마트폰 보안 허점 지적한 송희경
이색 복장입고 의미 강조한 김수민·이동섭
20일 동안 진행되는 2018년도 국정감사 18일 중반으로 진입했다. 20대 국회의 세 번째 국정감사인 이번 국감은 큰 이슈가 부각되지 않아 ‘맹탕 국감’이라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초선 의원들은 이번 국감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8 국감 중반부, 초선 의원을 주목해본다.
20대 국회의 세 번째 국정감사는 다른 의미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첫 번째 국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6년 4월 총선 이후 치러진 첫 번째 국감은 일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2017년 치러진 두 번째 국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5월부터 집권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동반됐다.
때문에 2018 국감은 문재인 정부 2년 차를 맞아 집중적인 점검이 이뤄지는 20대 국회의 정부에 대한 첫 국감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행정부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국정감사에서 20대 국회의 초선의원들은 두 번의 국감을 통해 경험을 쌓고 이번 국감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8 국감 스타’ 박용진
이번 국감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의원은 전 의원을 통틀어 초선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 할 수 있다. 박 의원은 초선 의원 가운데 ‘국감 스타’가 아닌 전체 국감의 ‘국감 스타’로 떠올랐다.
민주노동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강북구 을’에 당선됐다. 박 의원은 이번 국감 이전에도 일명 ‘재벌 저격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에서 활동하며 ‘재벌 저격수’로 활동해 온 박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교육위를 배정받았지만 이번 국감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그는 국감을 앞둔 지난 5일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지만, 유치원 원장들의 항의를 받으며 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박 의원은 국감을 통해 본격적으로 비리유치원 목록을 공개하는 등 사립유치원의 불법적 예산 사용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1일 시도교육청이 2013년∼2017년 감사를 벌인 결과 전국 1천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천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며 비리 혐의 유치원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박 의원의 이러한 행보에 반기를 들었지만 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한유총이 국내 3대 로펌인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저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소송 위협에 굴하지 않고 유치원 비리 해결에 끝을 보겠다”며 소신을 드러냈다.
박 의원이 국감을 통해 공개적으로 유치원 비리의 온상을 파헤치자 정부와 여당 역시 이를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70만 명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 불안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전체 유치원 전수조사에 착수하길 바란다”며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과 원장의 실명을 공개하고 투명한 회계 관리로 지원금 횡령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발언을 통해 “정부와 협의해 유치원 비리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18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회의에서 “사립유치원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이렇게 심각해질 때까지 교육 당국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다”며 “지금부터라도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이 국민 눈높이에서 사립유치원 투명성 강화와 비리근절을 위한 대책을 수립·집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적절한 소품 활용’ 송희경
민주당의 국감 스타가 박용진 의원이라면 자유한국당의 국감 스타는 김진태 의원이었다. 비록 다른 의미의 스타이긴 하지만 김 의원은 ‘퓨마 사살’ 과잉대응을 지적하고자 ‘벵갈 고양이’를 국감장에 내세웠다.
재선의 김진태 의원이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10일 소품 격으로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나왔지만 김 의원은 오히려 ‘벵갈 고양이’ 역풍을 맞았다. 그날 국감의 화제가 되긴 했지만 오히려 역풍만 거세게 맞은 꼴이 된 것.
반면 같은 당 비례대표이자 초선인 송희경 의원은 적절한 소품 활용으로 박수를 받았다. 김진태 의원이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나와 역풍을 맞은 국정감사 첫날, 송 의원은 스마트폰 지문 인식 보안이 실리콘으로 복제한 고무찰흙 지문으로 쉽게 해제할 수 있다며 대응책을 요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송 의원은 지난 10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손가락 지문 인식 시연을 통해 스마트폰 지문 보안이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실리콘 지문으로 아이폰을 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치된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에서 117만원어치를 결제할 수 있다”며 직접 시연을 한 것이다.
분실된 주민등록증 뒤에 나온 지문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굴곡이 생기고 이를 본떠 업체에 실리콘 지문을 제작해 달라고 요청하면 위조지문 고무 찰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송 의원의 설명이다. 특히 고무 찰흙 지문은 제작에 불과 10여분 남짓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송 의원은 이에 “실리콘 지문으로 야간수당을 부적절하게 받은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며 “웹사이트 암시장에서는 실리콘 지문이 활발하게 유통돼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송 의원은 단순한 지적이 아닌 해법역시 제시하고 나섰다. 그는 “혈류를 감지한다든지 등 생체를 감지할 수 있는 것들을 복합적으로 개발하거나 전자신분증을 만들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조속히 대응해야 사건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제시한 대안을 고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색 복장’ 김수민·이동섭
소품을 활용한 국정감사 질의가 주목을 받았다면 ‘이색 복장’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초선 의원들도 있다. 바른미래당의 비례대표인 김수민·이동섭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혜원 민주당 의원과 함께 한복을 입은 채 국감장에 나타났다.
검은색 저고리와 짙은 분홍색 치마의 개량한복을 입고 머리에 장식까지 한 김수민 의원은 정재숙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한복의 대중적 확산을 집중 질의했다.
김 의원은 “서울 종로구청이 퓨전 한복은 고궁 출입 시 무료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하고 문화재청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고 했는데, 한복의 기준을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며 “전통을 지향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한복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복 관련 예산이 미미한데, 규제부터 하려는 꼴”이라면서 “전통복식 문화의 절대적 보존이 아니라 효율적 보존으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이동섭 의원도 18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에 태권도 도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는 국회를 통과한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당 개정안은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는 태권도로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법률적 의미로서의 국기로 정착한 것에 의의가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질의 시작 전 “국기 태권도는 세계 206개국 1억5천만명에 한국말로 한국의 충효를 가르치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며 “오늘은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정말 뜻깊은 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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