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막 '민주주의정상회의'...대만 정무위원, 1차 2차 이어 이번에도 화상 참석
中 "회의 개최한다고 국제적 영향력 강화 안돼" "미국의 '졸'(卒) 역할" 신경질적 반응
외교부, 中 항의에 "하나의 중국 존중" "전례에 따른 참석" 반박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녹화연설 하는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 [사진=연합뉴스]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녹화연설 하는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국과 중국이 서울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의 참석을 두고 충돌했다.  중국 외교부가 18일 대만의 참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으나 이날 대만 오드리 탕 디지털담당 정무위원이 화상으로 참석하자 중국 관영매체는 일제히 한국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만 인사의 참석은 전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만 정무위원, 1차 2차 이어 이번에도 화상으로 참석

지난 18일 서울에서 개막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사흘간 장관급 회의와 시민사회 행사, 화상 정상회의 등으로 구성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민주주의 진영의 결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처음 열렸다. 2차 회의는 지난해 3월 한국·미국·코스타리카·네덜란드·잠비아 5개국이 공동 주최했으며, 이번 회의는 한국이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를 주제로 단독 주최했다.

첫날인 18일에는 개회식에 이어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장관급 회의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 시스템마저 위협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덴마크·케냐 정상과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기술, 선거 및 가짜뉴스' 주제 세션을 주재한다.

이날 행사에는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담당 정무위원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중 '인공지능(AI)과 신기술: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 사회의 기술 혁신'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 탕 정무위원의 모습이 담긴 녹화 영상이 송출된 것이다.

사회자는 탕 정무위원이 "개인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소개했고 탕 정무위원은 영상에서 "다시 한번 대만을 대표해 참석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상에서 1월 대만이 총선을 치렀다는 사실을 언급, "권위주의자의 사주를 받은 악의적 행위자들이 우리 정보 환경을 오염시키고 선거 결과를 간섭하려 했지만 정부와 정치성향을 불문한 모든 국민이 분열과 불화의 씨앗을 뿌리려는 음흉한 시도에 맞서 단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선거의 해'인 올해 "대만이 자유로운 미래를 위해 민주주의를 강화함으로써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며 대만 당국이 크게 증가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선거 간섭 시도'나 '사이버 공격' 등 언급으로 미뤄보아 중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탕 정무위원은 앞서 미국 단독 주최로 열린 1차 회의와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이 공동 주최한 2차 회의에도 화상으로 참석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행사 직전까지 대만의 참석을 반대해 온 만큼 외교적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린젠 중국 외교부 신임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이 대만 당국을 소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할 불가능한 일부분"이라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전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다. 어떤 외부 세력도 중국 내정에 간섭하거나 대만 독립을 종용·지지하는 것은 실패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 세력에 무대를 만들어주는 일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며 "민주진보당 당국이 민주·인권 등의 깃발을 들고 대만 독립 활동의 공간을 확대하려는 획책과 처사는 세상 사람들을 속일 수 없고, 스스로 굴욕을 자초할 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中 "회의 개최한다고 국제적 영향력 강화 안돼" "미국의 '졸'(卒) 역할" 신경질적 반응

이날 탕 정무위원의 화상 참석 사실이 전해지자 중국 관영 매체는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 온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9일 사설을 통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도한 세 번째 민주주의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처음의 열의와 활력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이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한국에 맡긴 것은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 대한 보상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짚었다.

그러면서 "이 회의를 개최한다고 국제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게 아니란 점을 한국은 깨달아야 한다"며 "민주주의 정상회담은 이미 뜨거운 감자가 됐고, 한국은 이를 개최하면서 스스로 불에 타버릴지도 모른다"고 힐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같은 날 논평기사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주최국인 한국이 참가국이나 정상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고, 차기 정상회의가 열리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주인공인 미국도 맥이 풀린 듯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18일 행사에만 참석한 후 다음 행선지인 필리핀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2021년 미국 정부가 '민주주의'를 내걸고 정상회의를 개최한 지 3년 만에 이 같은 썰렁함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고, 대선을 앞둔 미국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의가 마지막이 될지 미국 자신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혹평했다.

논평은 "'리더십'을 보여주려던 미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반작용을 일으켜 속내를 드러냈다"며 "민주 진영의 총 사령관을 자임한 미국이 민주주의를 정치도구로 무기화함으로써 세계를 분열시켜 불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 점에 대해서도 "미국이 한국에 이번 회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제 영향력 강화와 글로벌 허브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급급한 한국에 주는 상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미국 입장에서 비용과 부담을 분담할 수 있다"며 "한국은 이번 회의 개최로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 글로벌 허브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민주 정상회의의 판을 받으면 데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전날 게재한 논평에서 한국이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미국의 '졸'(卒) 역할을 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신화통신은 또 "국제사회는 미국이 소위 '미국식 민주'를 정치화·도구화·무기화한 본질과 가짜 민주의 이름으로 분열·대결을 불러일으키고 자기 패권을 지키려는 의도를 이미 똑똑히 봤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中항의에 "하나의 중국 존중" "전례에 따른 참석" 반박

정부는 19일 중국의 반응에 대해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탕 정무위원의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전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밝히며 "어제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 회의에서 관련 영상이 상영된 것은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과 제1·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전례 등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변인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개최된 것으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주의는 진영 대결이 문제가 아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또,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비난한 일부 중국 관영 매체를 겨냥해서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일부 외신의 편향되고 일방적인 보도"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번 회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폄훼하고 국가 간에 반목과 진영 대결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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