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美 핵·재래식전력으로 대응하고 북한 비대칭전력 반영할듯
전략기획지침→전략기획지시→작계 작성 순서로 1~2년 소요될듯


    한미 국방부 장관이 2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연합 작전계획(작계)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해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양국 장관은 이날 SCM에서 작계 수정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격인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 이는 작계 업그레이드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양국 합동참모본부는 승인된 SPG를 토대로 전략기획지시(SPD)를 만들어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본격적인 새 작계 작성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SPD는 한미가 한반도에서 취해야 할 군사적 지향점과 북한이 핵·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을 때 어떤 형태로 전쟁을 치를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한 문서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SPG 승인→SPD 합의→작계 작성 순서로 진행되는데 향후 1~2년 내에 작계 최신화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최신화 작계에 '작계 OOO'과 같이 숫자를 넣을지는 아직 추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미연합사령부 작계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정한 숫자 5000번대로 시작된다. '작계 5027', '작계 5029', '작계 5015' 등의 방식이다.

    이 가운데 '작계 5015'에는 날로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게 한미 군 당국의 평가로 보인다.

    북한은 6차례의 핵 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소형화·다종화를 이뤘다고 주장하고 있고 2017년 11월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여기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도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등 변화된 안보환경에 맞게 작계를 보완하자는 것이다. 양국 합참의장은 SCM을 앞두고 전날 한미군사위원회(MCM)를 열고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동향에 관한 정보와 평가를 공유하고 그 결과를 양국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

    서욱 국방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위협 변화, 우리 군의 국방개혁 2.0에 따른 변화, 연합지휘구조 변화와 제반 전략환경(변화) 등을 담을 작전계획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군 당국은 기존 작계를 보완할지 아예 새로운 작계를 만들지는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 작계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기존 작계의 내용도 모두 군사기밀이다.

    한미 국방부는 이날 새로 승인한 SPG에 대해서도 양국이 합의해 승인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통상 북한이 핵을 사용할 징후가 포착되면 한미는 외교적 대응을 최우선으로 하고, 이 노력이 실패할 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력을 동원해 저지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본토나 동맹국이 핵 공격 위협을 받을 때 전략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사일방어체제 등의 전력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새 작계에는 이런 북한의 비대칭전력 개발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 단계별 대응계획을 업데이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리 군의 국방개혁 2.0에 따른 신무기 개발·도입 등 전력보완 상황을 반영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한국은 지난 9월 해군의 첫 3천t급 최신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 SLBM을 탑재해 수중발사 시험을 성공한 바 있다.

    서 장관이 작계 보완의 배경 중 하나로 언급한 연합지휘구조 변화는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 진전을 비롯해, 넓게는 주한미군 병력 현 수준 유지, 아파치 헬기부대·포병여단 본부의 고정배치 결정 등 해외 주둔 미군 글로벌배치검토(GPR) 최신 결과도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에다 미국이 유사시 한국에 지원하는 보완전력 수준도 변화됐는데 이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개량된 B-52 장거리 폭격기와 미사일 방어체계, 인공지능(AI) 및 무인전력체계 등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복합 운용하는 내용도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작계 최신화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점에서 북한 위협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지역으로 군사력을 확장하는 중국의 위협 대응까지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의 이런 작계 최신화 방침에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한미의 작계가 수뇌부 타격 등 '참수작전'을 포함한 '북침계획'이라며 비난해 왔다.

    북한이 반발할 경우 한미가 대화의 틀로 끌어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 등 외교적 노력에도 어느 정도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 장관은 하지만 작계 수정과 종전선언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회견에서 "변화된 전략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작전계획 발전에 필요한 지침을 제공할 필요가 있어서 (SPG) 최종안에 합의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선언적 의미이기 때문에 SPG하고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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