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올림픽 불참”, “이준석, 구태정치” 등 강경한 발언 이어가
운동복 차림으로 지지자 만나고 ‘두더지 게임’도 하는 등 이색 행보 눈길
친문 강성 지지자 업고 지지율 상승…우려도 존재
측근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대로 말한 것…바뀌었다 볼 수 없어”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현안에 대해 강경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현안에 대해 강경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상원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온건하고 합리적인 정치 이미지에서 벗어나 검찰개혁, 일본의 독도 표기 문제 등의 현안에 잇달아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에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이 ‘강(强)세균’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등장하고 있다. 정 전 총리의 행보 변화는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대권 주자로서 차별성을 부각하고 호남과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일본·검찰 및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현안에 대해 초강경 발언

정 전 총리는 3일 대한체육회관을 방문해 이기흥·유승민 IOC 위원과 면담하며 “일본의 독도 표기 논란에 IOC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인 것으로 표기함으로써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며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게재했고 이에 대한 한국의 반발을 무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 전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이 한국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올림픽 불참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규탄한 바 있다.

정 전 총리는 검찰에 대해서도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17일 그는 페이스북에서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던 언론, 죄 없는 국민을 가두고 살해하고 고문하는 일에 부역해온 검찰이 아직도 대한민국을 호령하고 있다”면서 “오늘부터 ‘광주에서 봉하까지 검찰개혁·언론개혁 민주주의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을 향해 “국민을 살해하고 국가 변란을 획책한 국기문란 사건은 수사하지 않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변장한 검사 출신 성폭행범의 도주를 막은 사람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검찰은 도대체 어느 나라 검찰이냐”고 비판했다. 이 발언은 박근혜 정부하의 기무사가 계엄령을 추진한 상황에 대한 수사는 주저하면서 김학의 전 차관 출국 저지와 관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기소한 검찰의 행보를 저격한 것이다.  

지난달 31일엔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이준석 후보를 싸잡아 비판한 바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도덕성은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이라며 "윤 전 총장은 정치를 시작하기 전 먼저 가족과 관련된 부인의 비리 의혹과 장모의 사기 의혹에 대해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에 대해선 “젊은 정치를 말하던 청년이 전형적 구태 정치인 공작 정치를 말하고 있다”며 “노회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권 대권주자인 이낙연 경기지사를 저격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2일 ‘JB미래포럼’ 특강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다들 혹하지만 이는 한 달에 8만원으로 용돈 수준이다. 가성비가 낮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년 예산이 558조원인데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맞추려면 50조가 든다. 이 돈이 어디서 나오나”라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의 행보 변화는 메시지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청년 지지모임 행사에 선글라스에 운동복을 입고 등장하거나 유튜브에 ‘욕하는 정세균’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하고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색적인 모습을 또한 보이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가 27일 '박시영TV'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세균TV 유튜브 캡쳐>
▲ 정세균 전 총리가 27일 '박시영TV'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세균TV 유튜브 캡쳐>

 

친문 강성 지지층 끌어들여 지지율 반등…우려도 존재

이러한 변화에 그의 대권 주자 지지율은 반등했다. 지난 1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45명을 대상으로 차기 여야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정 전 총리의 지지율은 5.4%를 기록했다. 정 전 총리 지지율이 '마(魔)의 5%' 벽을 넘어선 것은 그가 대권주자 여론조사에 포함된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너무 나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욕하는 정세균’ 영상은 ‘지나치다’는 댓글들과 반응이 많아 삭제됐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선명성을 부각하다 정 전 총리 고유의 균형감 있고 합리적 이미지를 스스로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한다.

정 전 총리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 더불어민주당 삼선의원은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이에 대해 “원래 정 전 총리의 이미지는 외유내강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강한 리더십을 원하는 요구가 강해지는 추세라 그에 맞추는 과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우려엔 “일장일단이 있을 것”이라며 “온화한 리더십으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모습이 보였다면 계속 유지했겠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으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

또다른 정 전 총리 측의 민주당 재선의원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전 총리가 강하게 말한 윤 전 총장이나 독도 표기 문제 같은 것들은 현재 시급하게 정리해야 할 사안”이라며 “특히 독도 표기 문제 같은 경우는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부분이다. 이에 관해 정 전 총리는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뿐이지 사람이 바뀌고 이런 부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운동복 차림과 같은 이색 행보에 대해서도 그는 “젊은 층과의 만남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라며 “청년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맞추고 일체화를 하려는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