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리 의원 "연구책임자가 마음 먹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질타
KAIST, 작년 잔고계정 폐지 결정..."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 필요"

조승래 의원은 40억짜리 '비상금 통장'이 과기원에 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조승래 의원실>
▲ 조승래 의원은 40억짜리 '비상금 통장'이 과기원에 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조승래 의원실>

 

[폴리뉴스 황성완 기자] 일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하 과기대)들이 40억원 넘는 연구비 잔액을 교수의 개인별 통장에 적립해 개별 회의비‧출장비 등에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총 4개의 과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기원이 운용 중인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총 3개의 잔고계정 규모가 40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잔고계정은 민간 위탁 과제를 종료한 후 남은 연구비를 교수 개인 별 통장에 적립했다가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하는 제도다. 개인 연구 지원비, 산업체 재투자 통합 과제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인건비 셀프 지급' 등 일부 경우만 제외하면 연구책임자가 기간과 용도의 제한 없이 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본래 취지는 남은 연구비를 연구자의 자유로운 연구 탐색 활동에 활용하는 것이지만 연구 윤리 저해 우려가 크다. 일반 연구비와 달리 사용 기한의 제한도 없고, 용처 제한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연구책임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비상금 통장’에 가깝다.

실제 조승래 의원은 이 제도를 운용 중인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작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잔고계정 집행내역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7311건 중 59%인 4325건 지출이 회의비‧출장비였다.

이런 문제 때문에 카이스트는 작년에 잔고계정 폐지를 결정했다. 내‧외부 감사에서 회계 처리 부적정, 허위 집행 등이 적발됐고, 법률 자문 결과 제도 자체의 위법 소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연구비가 남으면 기존 연구비 계정의 사용 기한을 한시 연장해 연구 탐색 활동에 사용하기로 했다.

또 잔고계정이 과기원에만 있는 제도라는 점도 문제다. 과기원과 마찬가지로 공공‧민간 위탁 과제를 모두 수행하는 출연연에는 잔고계정 제도가 없다. 남는 연구비는 자체 정산하거나 기관운영비로 흡수한다. 아울러 과기정통부 직할 연구기관들도 연구비 잔액을 반납하거나 기관 수입금으로 흡수하고 있다.

조승래 의원은 "연구비 집행잔액을 관리하는 방법이 기관 별로 제각각인데다 일부 기관에서는 연구 윤리 저해 우려가 있는 제도가 방치되고 있다"며 "연구자의 연구 활동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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