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부터 조국 딸까지...수시 ‘금수저’ 전형에 분노한 청년들
문 대통령 “대입제도 재검토” 발언에 교육부 논의 착수
유은혜 “학생부종합전형 투명성 높이는 방안 최우선...정시확대 답 아냐”
전교조·사걱세 “정시확대 흐름 반대...학종, 자기소개서 폐지해야”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고 발언한 이후 교육부가 발빠르게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졸속 처리’를 우려하는 동시에 ‘정시 무조건 확대’에 반대 의견을 냈다. 정시 확대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재고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논의하는 대입제도 개편 역시 학종의 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학입시제도 개편, 특히 수시의 공정성 재고 필요성은 최근 논란이 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비리의혹 뿐 아니라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당시 정유라 씨의 입시비리의혹부터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청년들은 수시의 일명 ‘금수저’ 전형에 분노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교육부는 4일 오전부터 유은혜 장관 겸 부총리와 박백범 차관, 교육부 기획조정실장·고등교육정책실장·학교혁신지원실장 등 고위 관계자 및 대입 제도 관련 실무자들과 서울정부청사에서 비공개회의를 갖고 대입제도 개편과 범위, 시점 등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지난 3일 설명자료를 내고 “대통령 지시로 대입제도 검토에 착수한 것이 아니라 지시 이전에 이미 부내 토론회를 하고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었다”고 밝혔다.
유은혜 “학종 투명성·공정성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
유은혜 부총리는 이날 서울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일제식민지 피해 실태와 과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업무보고를 할 때부터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그 논의를 계속해 왔다”며 “오늘 아침 회의에서도 그런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마치 곧 바뀔 것처럼, 조정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오해고 확대 해석”이라며 “2022학년도 대입 개편 방안은 발표한 대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 따르면 정시 선발은 30%까지 확대돼 있다.
유 부총리는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교과성적 외에 자기소개서(자소서). 수상경력,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등을 정성평가 하는 학종은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을 받으며 공정성을 의심 받아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일부 부모들이 자녀의 스펙 등에 영향을 미치거나 편법·비리가 저질러진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자율동아리 활동이나 교내 대회 등이 ‘스펙’용으로 변질되거나, 비싼 자소서 첨삭 및 입시 컨설팅 등에 ‘흙수저’ 학생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하는 항목과 요소를 정비하고 정규교육과정 교육활동 중심의 학생부 기록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생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해 대입제공 수상경력 개수를 학기당 1개로 제한하고, 자율동아리는 학년 당 1개에 한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항만 기재하도록 했다. 또한 소논문 기재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대통령 발언, 정시확대로 이해하면 안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는 4일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대입제도 재검토 지시’를 정시모집을 확대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거나, 현행 학종에 고칠 점이 없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걱세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항목인 수상경력·자율동아리·자기소개서 3요소를 폐지하는 것을 단기대책으로 제안했다.
또한 투명한 입시관리를 위해 국가가 파견하는 ‘공공사정관제’와 교육부 산하 ‘대학입시 공정관리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하고 공정한 입시 관리 감독 및 이의신청 창구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사걱세는 “중장기적으로는 명문대에 가는 ‘유리한 고지’로 인식되는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고 대학서열을 완화해야 한다”며 대학 및 고교체제의 수직적 서열구조를 해소할 것을 중장기 대책으로 내놓았다.
사걱세 측은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자산이 자녀의 대입전형에 합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구조, 그것에 20대 청년들과 다수 국민들이 분노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촉발된 공정한 대입제도 개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바”라고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성명을 내고 “대입에서 정시모집 비중을 확대하려는 흐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학종 관련 자기소개서과 교사추천서 폐지, 전형기준·결과공개와 이의제기 절차 마련 등을 요구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4일 주최한 ‘바른미래 대학입시 제도 혁신 정책 간담회’에서도 교육 관계자들이 수시를 무조건적으로 줄이고 정시를 확대하는데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조인식 국회 입법조사관은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시를 폐지하고 학력고사 시대를 부활해 성적으로만 선발하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4차 산업 시대에서 필요한 창의력·융합·의사소통능력·협업능력이 중요한 시대에 학생 선발의 공정성 재고를 위해 시험성적순으로 줄세우는 것이 적합한 지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연 서울대학교 입학사정관은 “교육과정과 교육 현장이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잘 성장한 학생들을 그대로 읽고 판단해서 평가하는 것이 입시의 기본 중심이기 때문에, 그 점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세부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재언 입시전문가 “학생부종합전형이 장점도 많이 있다. 무조건 없앤다는 것도 조급하다”며 “장점을 잘 관리하면서 비리가 없게끔 사회나 교육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현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지원실장은 “대학입시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고 문의도 있지만, 대학교 입장에서는 교육부에서 안이 어떻게 마련되는지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초안이 마련되면 교육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학 의중도 전달하겠다. 구체화된 과정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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