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감소폭 –1.8%도 가능…금리 실효하한 근접, 통화정책 완화 기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성장세는 당초 예상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진단했다. 실효하한 수준에 근접한 금리와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의 문제로 한은은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로 유지했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3월 16일(1.25%→0.75%)과 5월 28일(0.75%→0.5%) 두 차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낮춘 바 있다.

한은은 금통위를 마친 뒤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경제성장률(GDP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인 –0.2%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로는 “앞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소비와 수출의 회복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더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소비가 경제활동 제약 완화, 정부 지원책 등에 힘입어 반등했지만 수출 감소와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진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돼 실물경기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도 이날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5월 전망 당시 코로나 확산세가 하반기 들어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7월 둘째 주인 지금도 확산세가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6월까지 좋지 않았던 우리나라 수출 개선이 늦어질 수 있고, 이는 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분기까지 늘고 확산이 장기화하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전제로 했을 때 올해 한국의 성장률 감소폭은 –1.8%에도 이를 수 있다.

다만 이 총재는 워스트(최악) 시나리오에 가까워졌느냐는 질문에 “현재 ‘워스트’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성장률을 약 0.1∼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은 학계·연구기관·채권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예견됐다. 현재 기준금리(0.5%)가 ‘실효하한(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인데다 외국인 투자자 유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만약 금리가 0.25%로 0.25%포인트 더 낮아져 미국 기준금리 상단(0.25%)과 같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과 비슷한 경제수준의 다른 나라로 투자한 자금을 옮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도 “(현재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경기 부진이 심화해 통화도 추가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리 외 대출, 공개시장 운영 등 다른 정책수단을 활용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경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로 장기금리가 오르면 한은이 적극적으로 국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이 과열된 점도 금리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실물경기와 따로 노는 자산시장 동향의 요인으로 신용(대출) 급증과 함께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1% 올라 작년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코스피(종합주가지수)도 지난 15일 2208.89(종가)를 찍으면서 2월 19일(2210.34) 이후 약 5개월 만에 2200선을 회복했다.

이 총재는 특히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가 다시 확대되면서 정부가 강력한 안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은도 정부 조치의 효과와 금융안정 효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과열을 고려해 통화정책 기조 자체를 바꿀 생각은 없다고도 밝혔다. 그는 “현재 코로나19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거시 건전성 정책, 수급 대책 등 다양한 수단으로 대응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리지 않고 보다 생산적 부분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생산적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정부에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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