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시한 내 여야 합의 1987년 개헌 이후 8번째
여야가 558조원 규모의 2021년도 정부 예산안을 편성하기로 합의했다. 애초 정부안인 556조원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 규모가 이처럼 늘어난 '증액 예산'이 편성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2009년 편성)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특히 여야간 합의 불발로 그간 법정 기한 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것과 달리 지각 처리 없이 예산안 통과를 앞둔 것도 6년 만에 처음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은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예산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에서 여야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취약 계층을 핀셋 지원하기 위한 3차 재난지원금 예산과 백신 물량 예산을 미리 확보하기로 뜻을 모았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예산 규모는 정부가 제출했던 555조 8000억보다 약 2조 2000억원 증액한 558조원이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은 8조 5000억원, 국민의힘은 11조 6000억원 수준의 증액을 요구했으나 7조 5000억원 증액으로 뜻을 모았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 등을 고려해 우선 순위 조정으로 5조 3000억원의 예산은 감액하고 총 2조 2000억원을 순증하기로 했다. 증액 예산이 감액 예산보다 커졌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한국판 뉴딜 관련 사업 예산도 일부 포함된다. 부족한 재원 2조 2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채울 방침이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을 위한 4대 중점 투자를 위한 분야별(디지털 뉴딜·그린뉴딜·고용·사회안전망 강화) 예산 21조 3000억원을 '원안처리'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과 기한 내 예산 처리를 위해 감액하기로 야당과 합의했다.
이번에 증액되는 예산의 대부분 코로나19지원 예산이다. 3차 재난지원금 예산 3조원,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예산 9000억원이다. 이외에도 서민 주거안정대책과 2050 탄소중립 달성,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보육·돌봄 확충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헌법 제54조, 1987년 개헌 이후 국회 예산 처리는?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1987년 개헌 이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법정기한을 지켜 국회에서 처리된 경우는 단 7번에 그친다. 2일 국회가 예산안을 처리하면 8번째가 된다.
이처럼 국회가 예산 처리 법정 시한을 지키지 않자 헌법이 사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2014년부터 국회 선진화법에 정부 예산안을 12월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첫 적용연도인 2014년을 제외하고 매번 예산안 처리는 늦어졌다.
예산안 지각처리의 이유는 여야간 '강행처리'와 '발목잡기'라는 국회 관행에서 비롯됐다. 지난해에도 더불어민주당은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민주평화당· 정의당+대안신당)를 구성해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본회의날 거칠게 항의하면서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올해는 그간의 국회 관행을 뒤집고 이견 있는 사안을 보류하고,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중점적으로 맞춰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1일 예산안 합의 기자회견에서 "여당에서 전향적으로 함께 해줬다"며 "저희들도 큰 틀에서 이정도 예산 심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차원에서 이런 합의 결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2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한국판 뉴딜을 포함해 여타 사업들에 대해서 꼼꼼히 들여다봤고,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왔기에 큰 폭의 감액은 불가했다"며 "재난지원금은 맞춤형 피해지원금으로 좀 더 피해가 큰 계층과 업종에 지원하는 것으로 설계하기로 여야가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1년도 예산안은 2일 오전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와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오후 4시 이후로 지연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의 시트 작업(예산명세서 작성 작업)이 오후 7시쯤 마무리돼 국회에 넘어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야는 오후 4시쯤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우선 처리하거나, 오후 7시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법안을 동시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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