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리소송, 국민 상대 듣기 평가는 그만“
“尹, 사과·사적 보복 재발 방지 약속해야“
”‘바이든’ ‘날리면’ 법원 아닌 윤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대통령 한마디에 온 국민 궁예 되어야 하나”
경향신문·한국일보·한겨레 ‘사설’로 일제히 비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9.22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9.22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외교부가 지난 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중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야당과 언론들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언론의 자유를 걱정하며 “옹졸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발언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빠지고, 외교부가 소송의 원고로 나선 이유를 “우리 외교의 핵심 축인 한미 관계를 총괄하는 부처로써 MBC 보도에 가장 큰 피해자인 바 소송 당사자 적격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사적 보복” “언론 길들이기”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野 "윤, 옹졸한 행태...앞세워 떳떳하면 직접 사과하면 될 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앞에서는 아랍에미리트ㆍ스위스 해외 순방에 MBC를 동승시키는 것을 ‘통 큰 결단’이라고 생색을 내더니, 뒤에서는 외교부를 앞세워 소송을 지시하는 ‘옹졸한 행태’를 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라고 했다.

이 원내부대표는 이 소송의 원고가 '외교부 대표자 장관 박진‘인 점을 꼬집어 “윤석열 대통령 발언의 진위가 소송의 주된 내용이라면 대통령 본인이 소송의 당사자가 되어야지 왜 외교부를 시켜서 '대리 소송'을 하는 것이냐”며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재판을 하자고 하는 것이냐. 심지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해명한 내용조차 부인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정정보도를 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정말로 본인의 발언 내용에 대해 떳떳하다면 국민을 상대로 한 듣기평가는 그만두고 국민 앞에 나서서 직접 해명하면 될 일”이라며 “또 언론의 취재·보도 활동을 방해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공적 자산을 이용한 사적 보복의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 전인 16일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갖고 MBC를 상대로 한 외교부의 소송을 비판했다.

오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 청력 테스트도 부족해 법원까지 청력 테스트를 하겠다고 나섰다”며 “욕설 참사로 나라 망신을 시킨 것도 부족해 법정에서 연장전을 치르겠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이어 오 원내대변인은 “새해 첫 순방길에 MBC의 공군 1호기 탑승을 허용하겠다며 낯 뜨거운 생색을 내고는, 뒤에선 외교부에 소송을 지시했다니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는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본인의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침묵하면서 무엇을 가지고 재판을 하자는 것인가. 윤 대통령이 본인의 입으로 한 발언을 잊은 것은 아닐 것”이라며 “자신의 입으로 실토하지 못할 만큼 부끄러워하면서 무슨 소송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는 법원이 대신 답할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답해야 할 일”이라며 “윤 대통령은 외교참사를 가리기 위해 더 이상의 국력을 낭비하지 말고,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9.22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9.22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사실 모르는데 정정보도 어떻게, 문제는 시도 때도 없는 대통령 실언”

정의당도 쓴소리를 보탰다.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을 갖고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정정되어야 한다는 거냐”며 “논란이 시작된 게 언 몇 달째인데 지금까지 이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시원한 대답 하나 듣지 못하여 온 국민이 대통령의 의중이 무언지 관심법을 써서 추측하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 한 마디에 온 국민이 궁예가 되어야 하나”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그 한 마디를 하지 못해 외교부가 소송에 나서서 대통령의 발언을 정정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까지 연출됐다”며 “외교부는 소송의 이유로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건 분명하지도 않은 발언으로 국회와 동맹국에 대한 생각을 은연 중에 드러낸 대통령 본인 아니냐. 해명이 없는데 사실이 무언지 어떻게 알며, 사실을 모르는데 정정보도는 어떻게 하냐”고 날을 세웠다.

또 “대통령의 실언을 듣고 사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치는데, 제발 쓸데 없는 논란으로 언론 길들이려는 그 못된 습성 좀 버리길 바란다. 언론은 제 할 일을 하고 있다”며 “문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대통령의 실언이다. 소송까지 갈 일도 아니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끝으로 “대통령은 자신이 한 말을 정확히 밝히고, 실언으로 지금껏 논란이 이어져 온 이 상황에 대해 사과하기 바란다”며 “우리 정치, 이제 앞으로 좀 나아가자”고 말했다.

정의당은 13일, 사과 없이 대통령 전용기에 MBC 취재진 탑승을 허용키로 했다고 밝힌 대통령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캄보디아 순방 당시 국익을 훼손하는 보도를 한다며 MBC 취재진만 탑승을 배제해 논란이 됐다.

정의당 위선희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MBC 탑승 배제가 언론 탄압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무마하려는 행보”라며 “윤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꾸준히 폐쇄적이고 반민주”이라고 했다.

위 대변인은 “야심 차게 시작했던 도어스테핑은 중단했고 전용기 안에서는 특정 언론사 기자와만 대화를 나눴으며 신년 기자회견에는 출입 기자 참석을 배제한 채 진행하는 유례없는 행보를 지속해왔다”며 “윤석열 정부의 삐뚤어진 언론관이 일 방향 소통만을 고집하며 헌법 정신인 언론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대변인은 “명확한 언론 정책이 없으니 언론을 대하는 태도도 즉흥적”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하는 공적 공간인 전용기는 대통령 마음대로 탑승을 ‘허용하고 말고’하는 곳이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탑승을 허용했다는 것으로 은근슬쩍 넘어갈 수 없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다 지켜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10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10 [사진=연합뉴스]

일간지, 사설로 강도 높게 비판 “황당한 제소” “무슨 실익 있나”

일간지들은 사설을 통해 일제히 외교부의 소송을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17일 ‘MBC 정정보도 소송 낸 외교부, 무슨 실익 있나’ 제하의 사설에서 외교부가 정정보도 청구 당사자 적격성이 있는지부터 따졌다.

사설에선 “법조계 일부에선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것이나 소송을 할 거면 대통령 본인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MBC 보도로 한미동맹이 훼손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인데, 주지하다시피 미국 정부가 이미 양해한 사안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며 “보도에 앞서 당사자 입장을 확인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대응은 ‘언론 길들이기’ 논란이 일 만큼 이미 수위가 높았다. 이번 소송에 딱 들어맞진 않지만, 대법원이 2011년 언론의 권력 감시·비판 보장 차원에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할 점을 외교부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16일 ‘대통령 비속어 보도 국익 훼손했다는 외교부의 황당한 제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사안이 정정보도 대상이 되는지부터 의문”이라고 했다.

사설에선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언론이 ‘바이든’이라고 단정한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정보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사실인지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자기 발언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날리면’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언론 보도가 과연 한국 외교의 신뢰를 깎아먹었는지도 의문”이라며 “외교부는 이 보도 직후 미국 측으로부터 ‘미국과 한국 관계는 굳건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설령 국익이 훼손됐다 해도 그것은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원인이지 언론 보도를 탓할 것은 아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겨레>도 16일 ‘‘전용기 배제’ 반성은커녕 ‘통 큰 결단’ 미화한 대통령실‘이라는 사설을 내고 언론에 대한 정부와 윤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했다.

사설에서는 “당분간 이어질 듯하던 탑승 배제를 이번에 해제한 것은 대통령실 스스로 무리한 조처였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전히 사태의 본질과 심각성을 성찰하지 못하는 듯 전용기 탑승이 대통령의 결단이요 시혜라는 그릇된 시각이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사설에선 또 “세금으로 운영되는 전용기에 언론사가 비용을 내고 타는 것은 대통령의 공적 활동을 취재·보도하기 위한 언론의 권리”라며 “대통령에게 불편한 보도를 했다고 특정 언론사를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하는 행위야말로 언론 자유의 침해이고, 공적 자산을 이용한 사적 보복일 뿐”이라며 아직도 깨닫지 못했냐고 꾸짖었다.

외교부가 MBC에 정정보도 청구를 낸 것에 대해선 “비속어 발언의 장본인인 윤 대통령은 뒤로 빠지고 외교부가 ‘대리 소송’을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사태의 발원지는 윤 대통령 자신”이라며 “정확히 무슨 발언을 했고 그것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스스로 밝히는 게 문제를 푸는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한마디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전용기 탑승 배제니 소송이니 하는 곁다리 대응만 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라고 했다.

아울러 “전용기 탑승 배제가 ‘헌법 수호를 위한 부득이한 조처’라는 말까지 윤 대통령이 했는데 은근슬쩍 물리는 식으로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며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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