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최고위원, 양향자 원내대표, 이낙연 공동대표, 이 대표, 조응천, 김종민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최고위원, 양향자 원내대표, 이낙연 공동대표, 이 대표, 조응천, 김종민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제3지대 빅텐트, 개혁신당이 드디어 모습을 갖췄다. 두 거대 정당의 대립 구도 속에서 개혁신당은 무엇으로 존재감을 알려야 할까? 개혁 정책이다. 이준석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은 창당 이후 일련의 개혁 정책을 발표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제3지대의 제 세력이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준석 대표는 정책적 정합성을 강조했다. 유럽 정치 선진국 정당 간 연립정부(연정) 구성 방식을 고집한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 연정은 장기간의 정책 의제 조율을 전제로 한다.

만약에 기존 방식 곧 제 세력 간의 정치공학적 통합을 지향했다면, 결합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아졌을 것이다. 개혁신당으로 통합이 이뤄지고 난 뒤, 가장 먼저 제기된 우려는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 것이냐다.

국회의원 수 또는 당원 수 비율로 지분을 나누는 정치공학적 통합을 했다면, 이 통합은 사소한 지분 다툼에도 깨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적 정합성이 큰 통합이라면 깨어질 확률은 한결 낮아진다.

정책적 정합성은 가치관의 동조와 이해관계의 융합을 전제로 한다. 이런 동조와 융합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그런 동조와 융합의 대상을 만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개혁신당에 한데 모인 이들은 두 거대 정당의 비주류다. 굳이 이념적으로 구분하자면,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이다. 우리 정당사에서 이런 조합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 간에도 간극은 존재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극우 성향 주류와 더불어민주당의 극좌 성향 주류 간의 간극만큼 크지는 않다. 유럽 정치 선진국에서는 극우와 극좌 연정까지 등장한 마당이다.

극우와 극좌 연정이 매운맛이라면,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 연정은 순한맛에 속한다. 전 세계적인 탈이념화 추세 속에 매운맛 극우-극좌 연정까지 나오는 판에 개혁신당으로 한데 모인 순한맛 중도 보수-진보 연정이 화학적 결합을 못 이뤄낼 이유는 없다.

순한맛 정당이 국민의 눈길을 끌 만한 화끈한 개혁 정책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개혁신당이 통합 전에 내놓았다.

개혁신당은 통합 전에 12개의 개혁 정책을 공약했는데, 두 거대 정당 어느 곳도 제대로 된 반응을 내놓지 못했다. 고작 내놓은 논평이 ‘갈라치기를 한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왜 그랬을까? 극우 또는 극좌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그것을 서로 비판하면서 프레임 전쟁을 벌였던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이념적 선명성을 반영한 정책이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땅히 덧씌울 이념적 프레임이 부재하다 보니 ‘기분 나쁘다’ 이상의 반응을 보이기 어려웠던 셈이다.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념적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짜 민생을 고려한 정책 말이다.

바로 이런 개혁 정책 시리즈로 승부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개혁신당은 미풍이 아닌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오랜 정치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인 정책선거가 구현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이종훈 정치평론가

 

이종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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