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인식, 운동권 및 검찰 독재 청산론 등에서 상반된 결과
NBS는 보수, MBC는 중도 더 표집; 질문내용에도 차이

설 명절 인사 중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설 명절 인사 중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설날 민심의 실체가 혼선을 빚고 있다. 사실상 혹은 거의 동일한 조사기관이 동일 시기에 동일한 질문으로 조사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선과 관련된 여러 질문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설 연휴 기간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한국갤럽과 달리 전국지표조사(NBS)는 2월 5~7일 우리 국민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115호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4개 중 2개 조사기관이 돌아가면서 조사를 담당하는데, 이번엔 케이스탯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가 맡았다. 이와 별도로 코리아리서치는 MBC 의뢰로 2월 6~7일 우리 국민 1,0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사실상 혹은 거의 동일한 조사기관”이라고 표현한 건 이 때문이다.  

우선 정당 지지율에 차이를 보였다. NBS에선 민주당 30%, 국민의힘 37%로 오차범위를 벗어나 국민의힘이 7%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MBC에선 두 정당의 지지율이 36% 대 35%로 박빙이었다. 

총선 인식도 달랐다. NBS에선 ‘국정 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47%,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44%로 엇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MBC에선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0%)에 비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훨씬 높은 55%였다.

운동권 및 검찰 독재 청산론 질문에서도 진짜 민심이 무엇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왔다. NBS의 경우 86세대 운동권 청산론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이 51%로 비공감(38%)보다 높게 나온 반면, MBC의 경우 운동권 특권 정치세력 청산에 대한 동의(40%)에 비해 비동의가 51%로 더 높게 나타났다. 

동일 질문에 대한 서로 상이한 결과는 검찰 독재 청산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NBS에선 검찰 독재 청산에 대한 공감이 58%로 비공감(35%)보다 훨씬 높았는데 반해, MBC에선 이에 대한 동의 여부가 47% 대 46%로 거의 반반이었다.   

실제 설날 민심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두 가지 상이한 민심이 나타난 건 두 조사가 다소 달랐기 때문이다. 먼저, 샘플링 오차로 인해 표본의 이념성향 규모에 차이가 발생했다. NBS 조사는 보수 34%, 중도 30%, 진보 28%인데 반해, MBC 조사는 보수 30%, 중도 36%, 진보 26%였다. 상대적으로 NBS 조사에선 보수, MBC 조사에선 중도가 더 표집된 셈이다. 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과 운동권 청산론 공감이 높고, MBC에서 여당 견제론과 운동권 청산론 비공감이 높은 이유로 볼 수 있다.    

질문내용에도 차이가 있다. NBS에선 운동권 청산론을 좀 길게 설명한 반면, MBC에선 국민의힘이 제기했고 야당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명시했다. NBS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소위 86세대가 정치권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하면서 나라 발전을 막고 있기 때문에 청산해야 한다는 ‘86 운동권 청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MBC는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야당의 ‘운동권 특권 정치세력’ 청산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있다. 정파성을 강조한 MBC 조사에서 운동권 청산론에 대한 동의가 낮게 나온 이유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두 조사에서 드러난 미세한 차이와 이유로 해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검찰 독재 청산론의 경우 보수가 더 표집된 NBS 조사에서 오히려 공감 의견이 높게 나온 건 이해하기 어렵다. 여당이 제기하고 있는 운동권 청산론처럼 야당의 검찰 독재 청산론도 상반된 반응을 예상했지만, MBC 조사에서 이에 대한 동의 여부가 비슷하게 나온 것 역시 합당한 설명이 쉽지 않다.        

2016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예측 실패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여론조사 선진국에서 벌어진 참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무 투표제’라는 탁월한 특징을 지니고 있던 호주에선 자신들의 총선 예측 실패를 트럼프의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조사기관 혹은 조사방법 측면에서 ‘체계적 문제(Systematic Issue)’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실패한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전문가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대표성 있는 표본 선정이 어려웠다는 점 외에 그저 추정만 할 뿐인 미지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거다. 명절 민심은 물론 총선 때까지의 흐름을 예측하겠다고 달려드는 대한민국 여론조사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여론조사를 통한 진짜 민심 파악, 이를 통한 선거 예측 역시 불가능한 영역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국지표조사 및 MBC-코리아리서치 조사는 둘 다 휴대전화 가상번호 표집틀을 사용했고,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였다. 응답률은 각각 15.7%, 17.8%였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장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장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장

인하대학교 통계학과 초빙교수

전) 중앙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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