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공항로 2(용담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제주도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국제공항 중 운항횟수 및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공항이다. 일제강점기이던 1942년에 일본군이 건립할 때는 ‘정뜨르비행장’으로 불렸다. 광복 이후 미군이 공항을 인수했는데, 1946년 미군정청 소속 C-47이 서울-광주-제주 노선에 주 2회 취항한 것이 최초의 민항기 운항이다. 1949년 현재 대한항공 전신인 대한국민항공사가 서울-부산-제주 노선에 취항했다. 한국전쟁 당시 하늘길이 막혔다가, 1955년 정기 항공노선이 부활했는데, 1958년 정부에 의해 정식 공항으로 개항하였다. 2005년 9월 제주-청주 간 저가항공 취항으로 신이주 시기가 촉진되었다. [사진=필자촬영]
제주국제공항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공항로 2(용담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제주도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국제공항 중 운항횟수 및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공항이다. 일제강점기이던 1942년에 일본군이 건립할 때는 ‘정뜨르비행장’으로 불렸다. 광복 이후 미군이 공항을 인수했는데, 1946년 미군정청 소속 C-47이 서울-광주-제주 노선에 주 2회 취항한 것이 최초의 민항기 운항이다. 1949년 현재 대한항공 전신인 대한국민항공사가 서울-부산-제주 노선에 취항했다. 한국전쟁 당시 하늘길이 막혔다가, 1955년 정기 항공노선이 부활했는데, 1958년 정부에 의해 정식 공항으로 개항하였다. 2005년 9월 제주-청주 간 저가항공 취항으로 신이주 시기가 촉진되었다. [사진=필자촬영]

섬성(Island identity)과 이동의 제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2019년 말에 발생, 전 세계로 확산되어 2020년 3월에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한 COVID-19(Coronavirus disease 2019) 감염증에 따른 비상사태 해제를 2023년 5월 5일에 발표하였다. 2023년 8월 31일에는 우리 정부에서 COVID-19 감염병 등급을 4단계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국내 첫 감염자 발생 이후 1,319일만에 COVID-19의 종식을 선언했다. 일상 회복을 선언하면서 COVID-19 감염증은 잊히고 있고, 살아남은 우리는 ‘이동의 제한’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이동의 제한’이라고 하면 고립성으로 규정되는 도서성(島嶼性, Islandness)이 떠오른다. 우리는 팬데믹 기간을 ‘섬’에서 산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뭍(육지)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은 ‘뭍’에 사는 ‘육상동물’이라는 원초적인 생각이 인간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물’을 이동의 제한 요인으로 인식하게 한다. 그래서 섬은 늘 이동이 아니라 고립된 장소로서, 훼손되지 않은 시원(始原)의 생명력을 담고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신대륙으로의 진출은 물론, 인류 역사에서 대전환은 ‘물길’에서 이루어졌다.

시원의 생명력은 본질이다. 그것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은 서양철학 전통의 이상향인 이데아(Idea)를 떠 올리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게끔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할 때면, 평소에는 관심 밖이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섬’으로 ‘이동’하기로 결심한다. 이동이 제한된 섬에서는 오롯하게 자신에게 침잠할 수 있다고 믿어서다. 그러면서 우리는 떠나오고 돌아가야 할 ‘물길’을 잊어버린다. 어떤 목적으로 찾아오고 되돌아가든지 ‘섬’이 ‘물길’로 이어져 있음을 선택적으로 망각한 것이다.

모빌리티(Mobility)와 섬 인문지형(Island Humanistic Topography) 변동

물길로 이어졌던 섬이 지금은 모던(Modern)의 ‘개발’로 말미암아 매립과 연륙교 등으로 육지와 이어지고 있다. 더는 도서성이 격절성, 고립성, 낙후성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섬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으로서, 섬으로 분류되지도 않는 제주 섬만 하더라도 2005년 9월 청주공항과 제주공항 간 저가 항공사 취항 이후 신이주 시기에 돌입하면서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버렸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고립되었던 제주의 낯선 자연경관과 인문환경이 과연 제주의 정체성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16세기 이후 고유 음가가 희미해지면서 중세 한국어에서 ‘ㅏ’ 또는 ‘ㅡ’나 ‘ㅜ’에 흡수된 ‘ㆍ’(아래 아) 음가가 남아 있다거나, 육지의 두레에 비견되는 수눌음․조냥정신 등과 무속신앙이 남아 있다는 것을 제주 섬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은 근대 이전 육지의 ‘지연’으로서 그 이전부터 있던 제주 섬의 정체성이 아니다. 20세기 중반부터 이식되었던 미국식 근대화‧산업화에서 소외되면서 유지할 수 있었던 자연경관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미개발 또는 저개발 상태인 것이지, 제주 섬과 섬사람의 고유성으로 볼 수는 없다.

생각을 뒤집어 보자. ‘한국학사상 부재론’은 일제강점기 식민사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중국에서 들어온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를 뺀 한국철학사상의 고유(固有)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고유한 사상이 없는 민족이므로 대(大) 동아시아 제국주의에 의해 계몽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논리는 ‘이해된 것으로서의 고유’ 곧 다양한 문화접변을 관통하는 고유가 있다는 주장으로 논파되었다. 섬의 고유, 섬성(Island Identity)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이동의 흔적을 관통하는 고유, 그것이 바로 섬성이다.
 

제주항 국제여객선터미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건입동 임항로 111에 위치하고 있으며, 1988년 9월 일본 나가사키(長崎市) 정기 여객선 취항으로 건립되었다. 1989년 10월 5일 한국해양고속(주)에서 건립하여, 1990년 1월 19일 국가에 기부 채납하고 20여년간의 운영권을 얻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관리단의 감독을 받다가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청으로 관리 업무가 이관되었다. 현재 제주항 내에는 연안여객터미널과 국제여객터미널 등 2개의 여객터미널 시설이 있으며, 정기 여객선이 상시 입출항하고 있다. 국제크루즈선이 정기 취항하면서 국내외 관광객 이용이 늘고 있다. [사진=필자촬영]
제주항 국제여객선터미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건입동 임항로 111에 위치하고 있으며, 1988년 9월 일본 나가사키(長崎市) 정기 여객선 취항으로 건립되었다. 1989년 10월 5일 한국해양고속(주)에서 건립하여, 1990년 1월 19일 국가에 기부 채납하고 20여년간의 운영권을 얻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관리단의 감독을 받다가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청으로 관리 업무가 이관되었다. 현재 제주항 내에는 연안여객터미널과 국제여객터미널 등 2개의 여객터미널 시설이 있으며, 정기 여객선이 상시 입출항하고 있다. 국제크루즈선이 정기 취항하면서 국내외 관광객 이용이 늘고 있다. [사진=필자촬영]

재현의 공간(Space of representation) 섬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근대 이후 공간론에서는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변증법적 공간이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존재하지만, 관계를 통해서 생성되는’ 공간을 설명하기 위해 공간적 실천과 공간의 재현, 그리고 재현의 공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에 따르면, 재현의 공간은 주체들에 의해 ‘체험된 공간(lived space)’이다. 체험된 공간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공간의 재현’에 이의제기하고, 저항하는 곳이다. 여기에서 제기된 이의와 저항이 공간의 재현을 넘쳐흐르는 공간적 실천이다.

쉽게 풀어보자. 전문가들은 섬을 고립성, 격절성, 낙후성으로 재현하고, 우리는 섬을 그렇게 인지한다. 그런데 섬사람에게 섬은 육지로부터 고립되어 있어서 낙후된 공간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섬은 섬사람에게 ‘삶의 터전(Sitz im Leben)’이고, 그러한 삶의 터전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포역에서 서울역까지는 고속철도로 2시간 30분이 소요되지만, 제주공항에서 서울공항까지는 1시간 10분이면 족하다. 하늘길을 이용하면 육지보다 섬에서 출발하는 것이 더 빠르다. 빠르다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러한 인문지형 변동은 섬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전문가들이 만든 재현의 공간을 넘어서고 있으며,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HK+사업단에서 그동안 도서성이라고 불리던 섬의 정체성을 ‘섬성(Island Identity)’으로 규정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섬에서 일어나는 인문현상의 종합적인 형세와 인문주제의 활동상을 관계와 영역의 관점에서 새롭게 주목하려고 ‘인문지형’이라는 조어를 새로 만든 이유도 마찬가지다. 섬은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그곳을 이동하는 다양한 사람과 사물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인문지형이 변동하는 모빌리티(mobility) 공간이다.

 

김치완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치완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치완 교수는 서울 가톨릭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학위와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으로 다산학술상을 수상했다.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에서 ‘섬 인문학 연구단’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장으로,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부학장, 기초교양교육원장, 교육혁신본부장, 탐라문화연구원 편집위원장, 전국국공립대학 신문방송사주간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섬, 위기의 바람과 변화의 물결'(2023, 공저, 민속원)을 비롯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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