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일 통과 가능성.. 러시아도 "지지"
EU, 정상회의서 가자지구 즉각 휴전 첫 언급.. "라파 지상전 반대"
블링컨, 중동 국가들과 휴전 방안 논의 "라파 공격은 실수 될 것"
이스라엘, 가자 최대병원서 나흘째 격전 "140명 사살…하마스·PIJ 조직원 350여명 생포"

미국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그동안 친이스라엘 입장을 보이던 미국과 유럽이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여러 차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지상군 투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으며, 유럽연합도 "지속 가능한 휴전을 유도하기 위한 즉각적인 인도적 교전 중단을 촉구한다"라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휴전을 위한 협상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카타르 도하에서 협상 중재국인 미국, 카타르, 이집트 측과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을 다시 논의한다.

또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오는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 팔레스타인 민간인 지원 확대, 라파 지역 민간인 보호 등을 논의한다.

美,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일 통과 가능성.. 러시아도 "지지"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라파 지역 지상군 투입을 두고 뚜렷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140만명이 거주 중인 라파 지역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다수의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지상군 투입은 레드라인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소탕을 위해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버티고 있다. 그러자 미국도 이제 입장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가자지구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했다. 그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내며 부결을 시켰으나 이번에는 이전의 결의안 보다 더욱 강력한 내용을 담아 제출한 것이다.

휴전 협상 중재를 위해 중동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0일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라며 "이 결의안은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고, 각국이 이를 지지해 주기를 매우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안보리 회원국들이 회람 중인 이 결의안은 "민간인을 보호하고 필수적인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을 허용하며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immediate and sustained cease-fire)'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또한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모든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과 관련한 휴전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을 분명히 지지한다"라고 적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그동안 '실현 가능할 때 임시 휴전'을 촉구했던 것과 달리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이번 결의안에는 미국이 휴전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단어가 들어가 있다"라며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미국으로서는 뚜렷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은 앞서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인질 석방 협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었다"라며 "하지만 가자지구의 기근이 임박하고 더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경고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표결에서 최소 9개국의 지지를 얻어야 하며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P5) 중 어느 국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이스라엘의 최우방이자 안보 동맹국인 미국은 지난해 10월 개전 이래 유엔 안보리에서 제기된 휴전 요구 또는 촉구 결의안에 세 차례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지난달 알제리가 안보리에 제출한 인도주의적 휴전 요구 결의안 표결에서는 15개 이사국 가운데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13개 이사국이 찬성했으나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거의 항상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영국마저 기권표를 던져 부결됐다.

이번 결의안은 통과가 유력하다는 분위기다. 린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도 "결의안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면 우리는 물론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허된 거리에 앉아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 [사진=AFP=연합뉴스]
폐허된 거리에 앉아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 [사진=AFP=연합뉴스]

EU, 정상회의서 가자지구 즉각 휴전 첫 언급.. "라파 지상전 반대"

유럽연합(EU) 정상도 EU 차원에서 처음으로 '즉각 휴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지속 가능한 휴전을 유도하기 위한 즉각적인 인도적 교전 중단을 촉구한다"라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EU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휴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또한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EU 회원국 정상은 "이스라엘 정부가 이미 재앙적인 인도주의적 상황을 악화하고 긴급히 필요한 기본 서비스와 인도적 지원의 제공을 방해하는 라파 지상 작전을 수행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며 "현재 10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 전투로부터 안전과 인도적 지원을 받기 위해 라파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상들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한 폭력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을 요구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은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보복할 권리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가자지구 즉시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에 제출한 뒤 나왔다. 결의안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EU 정상회의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압박한 것이다.

블링컨, 중동 국가들과 휴전 방안 논의 "라파 공격은 실수 될 것"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과 휴전 논의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21일 성명을 통해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이날 자국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의 예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엘시시 대통령이 블링컨 장관에게 즉각적인 가자지구 휴전과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이집트는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 이주를 거부하기로 재차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만나 가자지구 휴전 문제를 논의했다.

22일 이스라엘 방문에 앞서 이날 카이로에서 이집트, 사우디, 카타르,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권 외무장관과도 만나 가자지구 휴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집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하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라며 "우리는 이를 지지하지 않으며, 하마스를 상대하는 데 필요하지도 않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협상 타결은 불투명하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간접 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돌파구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찾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도 "매일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과제가 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간극이 좁혀지고 있으며 타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난민캠프의 어린이 [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 가자 최대병원서 나흘째 격전 "140명 사살…하마스·PIJ 조직원 350여명 생포"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나흘 째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달 18일 알시파 병원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한 이래 나흘간 병원 안팎에서 최소 140명의 '테러범'을 사살하고 650여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21일 저녁 브리핑에서 생포된 하마스와 PIJ 조직원만 35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고 dpa 통신은 보도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알시파 병원 군사작전 현장을 방문해 "이스라엘군은 이 병원에서 진행 중인 하마스 상대 작전으로 250~300명의 테러 공작원을 체포해 구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300명의 용의자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할레비 참모총장은 "체포된 사람 중에는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의 부대 지휘관을 포함한 공작원, 하마스 공작원, 정치국 관리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시파 병원 작전이 며칠 더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제법상 병원에 대한 공격은 전쟁범죄로 간주되지만 해당 병원이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된다면 원칙적으로는 국제 인도주의법에 따른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합법적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무시한 채 과도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하마스 측은 알시파 병원에서 이스라엘군이 사살한 사람 수십명은 의료진과 피란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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