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명 운집한 공연장에 무차별 총격.. 시신 향해서도 확인 사살
러, 용의자 11명 체포.. IS 호라산 배후 자처
푸틴, 우크라 배후설 제기.. 우크라 "러 특수부대 자작극"
美 "극악무도 범죄…강력히 규탄" 교황 "모스크바 테러, 하느님에 도전한 비열한 행위"
외교부 "깊은 애도.. 배후 밝혀야".. 김정은, 푸틴에 위문 전문 전송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용의자 2명 체포 [사진=AFP=연합뉴스]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용의자 2명 체포 [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2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총기 난사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가 137명으로 늘어났다. 이번 사건은 어린이와 교사들을 인질로 삼은 체첸 반군과 러시아군의 충돌로 3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2004년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사건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로 꼽힌다.

테러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한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용의자 11명을 체포하고 진상 규명에 나섰다.

6000명 운집한 공연장에 무차별 총격.. 시신 향해서도 확인 사살

러, 용의자 11명 체포.. IS 호라산 배후 자처

24일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번 공연장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가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37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방 수사위원회는 또 사망자 중 62구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앞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커스 시티홀에는 무장 괴한들이 난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폭발물을 투척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사건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으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23일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이 사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검거된 용의자 중 샴숫딘 파리둔(26)은 신원 미상의 '전도사'라는 인물로부터 애초 50만루블(약 730만원)을 대가로 약속받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그가 실제 전달받은 돈은 그 절반가량에 불과했지만 지시자로부터 '나중에 100만 루블(1천461만원)을 주겠다'고 재차 약속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FSB는 추가 공범을 찾아내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테러가 발생한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는 록 밴드 피크닉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다. 6,000명이 넘는 인파가 꽉 들어찬 공연장에 별안간 총격이 시작되자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러시아 국영 방송 RT가 보도한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마치 산책하듯 공연장 로비를 조용히 걸어 다니며 무작위로 총격을 가했다. 또, 시민들은 죽은 척 바닥에 누워 숨죽이며 있었으나 테러범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신을 향해서도 총격을 가했다고 한다.

테러범들은 무차별 총격을 가한 뒤 인화성 액체를 뿌려 불을 질렀다. 공연장 내 남아 있는 사람들을 모두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사망자 대다수가 총에 맞거나 화재로 인한 유독 가스 중독으로 숨졌다. 사람들이 대피했던 화장실에서만 시신 28구가 발견됐고, 비상계단에서도 14구가 나왔다고 가디언이 현지 언론 바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번 총격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극단주의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호라산(ISIS-K)이다.

호라산은 지난 2015년 탈레반에 불만을 품은 조직원들이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해 더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사상을 기반으로 설립했다. 한때 미국과 아프간 특공대의 공습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숨지면서 2021년까지 전사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떠나고 탈레반의 정부를 전복한 뒤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동안 호라산은 2021년 8월 카불 국제공항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켜 미군 13명과 민간인 170여명이 숨졌다. 이 공격 이후 호라산은 국제사회의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면서 탈레반의 정권 유지를 위태롭게 하는 주요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ISIS-K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테러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사진=타스=연합뉴스]
테러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사진=타스=연합뉴스]

푸틴, 우크라 배후설 제기.. 우크라 "러 특수부대 자작극"

러시아는 이번 테러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오후 대국민 연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일요일인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이어 용의자 검거와 관련해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도 텔레그램에서 "테러 공격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흔적이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며 "잔혹한 키이우 정권이 테러리스트를 고용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은 명백하다. 푸틴과 다른 인간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받아쳤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모스크바 테러는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번 테러의 책임이 전적으로 이슬람국가(IS)에 있고 우크라이나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가 안보위원회의 애드리앤 왓슨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왓슨 대변인은 이달 초 IS의 테러 공격에 대해 러시아 정부와 정보를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美 "극악무도 범죄…강력히 규탄" 교황 "모스크바 테러, 하느님에 도전한 비열한 행위"

모스크바 테러 발생 후 미국 정부는 규탄 입장을 밝히고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3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테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이 극악무도한 범죄로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명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형태의 테러를 규탄하며 이 끔찍한 사건으로 인한 인명 손실에 슬퍼하는 러시아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별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면서 "우리는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비양심적인 공격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과 부상자 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4일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를 비열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종려주일 미사를 집전한 뒤 광장에 모인 군중에게 "살인하지 말라고 명령하신 하느님에게 도전하는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교황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 공격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한다"며 "주님께서 희생자를 평안히 맞으시고 가족을 위로하시며 하느님에게 도전하며 비인간적인 행동을 저지른 이들의 마음을 돌이키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옛 트위터)에서 "이번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이 비극적인 시기에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하는 이번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테러 희생자 가족, 부상자, 러시아 국민과 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독일, 폴란드 등도 규탄 성명을 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

시 주석은 위로전에서 "테러 공격으로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중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부상자 및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공연장 인근에 마련된 무차별 총격 테러 희생자 추모 공간에 애도객이 꽃을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연장 인근에 마련된 무차별 총격 테러 희생자 추모 공간에 애도객이 꽃을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부 "깊은 애도.. 배후 밝혀야".. 김정은, 푸틴에 위문 전문 전송

우리 정부는 이번 테러에 깊은 애도를 전하며 배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3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 공격의 희생자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러시아 국민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속한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의 배후가 명백히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접수되거나 파악된 우리 국민의 피해는 없다"면서 "주러시아 대사관, 러시아 관계 당국의 협조 하에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지속 확인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푸틴 대통령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푸틴 대통령에게 위문 전문을 보냈다고 2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전문에서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공격 사건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뜻밖의 슬픈 소식에 접했다"며 "귀국 정부와 인민,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문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온갖 형태의 테러를 반대하는 공화국 정부의 입장은 시종일관하며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극악무도한 테러 행위는 그 무엇으로써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인민은 친선적인 러시아 인민이 당한 불행과 슬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당신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정치적 단합과 안정을 공고히 하고 나라의 안전과 주권적 권리를 수호하려는 러시아 인민의 정의의 위업에 굳인 지지와 연대성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귀국 정부와 강인한 러시아 인민이 테러 공격으로 인한 피해의 후과를 하루빨리 가시며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안정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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