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 중 한 대목이다.

지난 대선 즈음 야권후보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급부상하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생 검사로, 선거 한번 나가지 않은 이가 왜 갑자기 뜨냐.”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이렇게 답했다. “윤석열을 키운 건 팔할이 조국과 추미애다.” 당시 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은 각각 ‘내로남불’과 ‘안하무인’의 ‘끝판왕’쯤으로 비쳤다. 이처럼 ‘살아 있는 권력’의 위선과 오만에 ‘공정과 상식’으로 맞섰던 이가 알다시피 윤 총장. 그 대가로 검찰총장으론 처음으로 징계에 회부된 뒤 도중하차해야 했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대선 과정에서 정권을 심판할 적임자로 그를 소환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0선’의 대통령이 됐다. “이제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 (중략)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 이렇게 당선 일성을 밝힌 지 이제 꼭 2년. 그의 다짐은 시나브로 사라져버렸다. 좀체 30%대 초·중반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정 지지율이 그 증거다. 정권 중간평가 격인 내달 10일 22대 총선. 이를 앞둔 여권의 어두운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오늘의 ‘대통령 윤석열’을 만든 ‘일등공신 조국’이 거꾸로 심판자로 나섰다는 점. 실제 그가 창당한 ‘조국혁신당’(조국당)이 총선 판세를 뒤흔들며 정권 심판 선봉장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나온 한국갤럽 조사에서 비례전문 조국당의 비례투표 지지율은 22%. 이보다 1% 앞선 더불어민주당과 보태면 둘의 합계는 43%다. 반면 여당 국민의힘은 30%. 비례의석에선 확실한 여소야대이다.

무엇보다 조국당의 약진이 민주당의 지역구 득표율까지 견인할 태세다. “지역구는 민주당 찍고, 비례는 조국당 찍자.” 이른바 ‘지민비조’ 구호가 먹히고 있다. 같은 조사의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1% 오른 33%. 국힘은 3% 빠져 34%였다. 지역구 선거에서 지민비조 대로 투표가 이뤄진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8%를 기록한 조국당의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더해지면서 균형추가 급격히 쏠릴 수밖에 없다. 조국당 출범 이후 전국 격전지 조사에서 민주당 약진세가 뚜렷해졌다.

당초 조국당이 태동할 때만 해도 전망은 그리 밝지 못했다. 기껏해야 민주당 몫 비례 3석 정도 나눠 가지는 ‘제로섬(zero sum)’에 그칠 걸로 봤다. 필자는 이보다 비관적이었다. 지난 13일 <폴리뉴스> 주최 총선 전망 토론회에서 ‘마이너스 섬(minus sum)’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또다시 내로남불의 ‘조국의 강’에 빠지면 중도층 이탈로 지역구마저 일부 잃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중도층 흐름은 정반대다.

2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이 꼽은 비례정당 1순위는 조국당. 24%를 기록해 각각 22%, 21%의 민주당과 국힘의 위성정당을 앞섰다. 이 기조가 조금만 더 힘 받는다면 조국당 돌풍은 정말 여권에겐 치명타가 될 게 빤하다. 두 해 만에 완전히 공수가 뒤바뀐 ‘조국과 윤석열 대결 구도’. 그것도 불과 한 달 반 전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조국 당 대표를 떠올려 보시라.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로도 설명이 어렵다. 지금의 ‘조국을 키운 팔할’은 도대체 뭘까.

한동훈 국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2일 충남에서 ‘조국=극단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조국당을 강력 비난했다. “정상적인 정당에서 활동하지 못할 정도의 극단주의자들이 생겨나고 그들이 기성 정당의 리더 약점을 보완해주면서 숙주 삼아 주류 정치에 등장한다.” 아마도 그가 말한 ‘기성 정당 리더’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로 보인다. 그리고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사천(私薦) 논란으로 토라진 비명계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들여 정치적 토대로 삼았다는 말로 들린다.

분명 그런 측면이 있다. 앞서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35%가 비례투표로 조국당을 찍겠다는 응답을 내놨다. 정작 주목해볼 수치는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본 이들의 비례정당 선택이다. 조국당을 지지한 수치가 37%로 34%의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 위성정당)을 제쳤다. 여기다 이미 언급한 대로 중도층에서 조국당이 24%로 비례투표 1위를 차지한 것을 함께 생각해보자. 조국당이 단순히 ‘이재명 반발표’에만 의지한 게 아니란 말이다. 이에 버금갈만한 정권 반대 민심도 같이 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당의 강령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가 함께 번영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검찰독재를 종식하고 (중략) 새로운 정치를 시작한다.” 그래서 제1의 행동강령 역시 검찰개혁이다. 이런 선명한 구호가 민심을 저격했다는 말이다. 그냥 말의 강도가 세다고 민심은 호응하지 않는다.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고 그 처방이 맞는다고 생각할 때 움직이는 법이다. 실제 검찰개혁은 민심의 한 흐름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초 브레인리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검찰독재 청산론’에 대해 58%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비공감은 38%에 그쳤다.

사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검찰공화국’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과 내각은 물론 심지어 금감원마저 검찰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더 큰 문제는 검찰권이 형평과 공정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조국 일가와 야당 대표를 ‘탈탈’ 털었던 검찰. 대통령 부인 앞에선 주눅 들고 말았다. 소환 조사 한번 없이 그냥 뭉개 온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본보기다. 여기다 최근 터진 명품백 수수 동영상에 대한 고발이 들어와도 아직 모르쇠다. 대통령 역시 부인과 관련 특검법을 거부해버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거부권 행사를 반대한 60%가 넘는 민심을 그냥 짓밟아 버린 셈이다.

“(조국당은) 유죄판결을 받고 정치적 목적을 사법 시스템에 복수하는 것이라고 대 놓고 천명하는 세력이다.” 국힘 한 위원장의 지적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검찰개혁을 바라는 민심을 오독하거나 폄훼해선 안 된다. ‘조국을 키운 팔할’이 자신을 포함한 정권이라는 점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그간의 잘못에 대한 반성도, 대책도 나온다. “우릴 믿고 다시 표 좀 주십시오.” 잃어버린 공정과 상식의 복원 없인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뿐이다.
 

차재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차재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차재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전)
육군미래자문위원(전)
국제신문 서울정치팀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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