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비상임이사국 10개국 결의안 공동 작성.. 미국 기권으로 통과
유엔, 2주 내에 영구 휴전 촉구.. 외신 "이스라엘 국제 무대서 완전한 고립"
이스라엘, 강력 반발 "美 하마스 도와준 것".. 하마스 "결의안 환영, 포로 교환 준비 돼 있어"
트럼프 "이스라엘, 전쟁 끝내야" 유엔 사무총장 "휴전 안 하면 용서 못해"
이집트-아일랜드 외무장관들, 안보리 가자정전 결의안 실현 논의

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사진=연합뉴스]
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한데 이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종전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었다.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내세워 전쟁을 지지했던 미국까지 사실상 등을 돌린 가운데 국제사회는 결의안 이행을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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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2주 내에 영구 휴전 촉구.. 외신 "이스라엘 국제 무대서 완전한 고립"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에 의하면, 유엔 안보리는 25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침공 170일 만에 첫 휴전 촉구 결의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0개 비상임(선출직)이사국이 주도한 가자지구 휴전 관련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 14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앞서 휴전 결의안 표결에서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던 미국은 이번 표결에서는 기권을 택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라마단 달 중 모든 당사자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이것이 영구적이고 지속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지며,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올해 라마단은 내달 9일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약 2주 내에 전쟁을 끝내고 영구적인 휴전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안보리 결의 내용이다.

이날 채택된 안보리 결의는 가자지구 전쟁이 6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피란민이 대거 몰린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지상 공격까지 강행하겠다고 밝힌 와중에 나왔다.

여기에 식량 부족으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한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군이 고의로 지원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이스라엘에 휴전과 인도적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압박은 커져 왔다.

안보리는 그간 가자지구와 관련한 결의안을 두 차례 채택했으나 즉각적인 휴전 요구는 포함하지 못했다. 세부적인 결의안 문구를 두고 회원국간 이견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최소 9개국이 찬성해야 하고, 무엇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상임이사국 중 누구도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

가자 휴전 결의안은 미국의 반대로 세 차례 부결됐고, 최근에는 미국이 직접 관련 결의안을 발의했으나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지난 22일 채택이 불발됐다.

이에 한국, 일본, 알제리, 에콰도르, 가이아나, 몰타, 모잠비크, 시에라리온, 슬로베니아, 스위스 등 10개 비상임이사국이 함께 결의안을 만들었고, 채택에 성공했다. 안보리 지역 이슈 가운데 비상임이사국들이 공동 발의해 결의안이 채택된 첫 번째 사례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등 외신들은 안보리의 휴전 요구를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안보리가 가자지구에 즉각 휴전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이스라엘은 국제 무대에서 거의 '완전한 고립'에 빠졌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이날 이스라엘이 해당 안보리 결의를 지키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번 결의 채택은 이스라엘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상징적인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안보리 결의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 즉각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있으나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달리 유엔 헌장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따르지 않더라도 제재를 당할 위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미국이 이번 결의안에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스라엘이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그간 안보리 휴전 결의에서 거부권으로 이스라엘의 공세에 힘을 실어주던 미국이 기권으로 돌아선 것은 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에서 완전한 고립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라파 지상 공격과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등을 두고 잇단 파열음을 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내각의 관계는 이번 안보리 결의 채택을 기점으로 개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AP통신은 짚었다.

한편, 안보리 결의로 이스라엘을 멈춰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안보리 결의가 국제법으로 간주되고 중대한 정치적·법적 무게감이 있지만 이행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고 분석했다. 결의 위반 시 경제 제재 등으로 압박할 수는 있지만, 미국이 이스라엘 상대로 강제력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에도 안보리가 이스라엘에 서안지구 내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바이든과 네타냐후 [사진=EPA=연합뉴스]
바이든과 네타냐후 [사진=EPA=연합뉴스]

이스라엘, 강력 반발 "美 하마스 도와준 것".. 하마스 "결의안 환영, 포로 교환 준비 돼 있어"

이스라엘은 이날 안보리 결의 채택에 강력히 반발하며 인질 석방 조건이 달리지 않은 휴전을 촉구한 이번 결의안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기권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 인질을 풀어주지 않고도 휴전이 허용된다는 희망을 하마스에 심어줌으로써 (이스라엘의) 전쟁과 인질 석방 노력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지상전 논의를 위해 미국에 갈 예정이었던 대표단 파견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앞서 네타냐후 총리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합의한 것으로, 양국 대표단은 피란민이 몰려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논의하기로 했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자히 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과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 담당 장관이 대표단으로 미국에 갈 예정이었다.

앞서 이스라엘 총리실은 안보리 결의 직전에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표단 파견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각료들도 잇따라 안보리 결의를 성토했다.

카츠 외무부 장관은 안보리 결의 이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포격을 멈추지 않겠다"며 "하마스를 궤멸시키고 마지막 인질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썼다.

미국을 방문 중인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본국에서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은 모든 인질이 돌아오기 전에 가자 전쟁을 중단할 도덕적 권리를 갖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성향 인사로 꼽히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하마스를 도왔고, 인질을 데려오고 지역 안정을 위한 노력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파괴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대미 관계는 항상 파트너였지 후원 관계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하마스는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환영하며, 이스라엘과 즉각적인 포로 교환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휴전을 촉구하기로 한 유엔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휴전은 영구적일 필요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의 즉각적인 휴전 요구를 환영한다"며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모든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세력의 철수와 피난민들을 그들이 떠난 집으로 돌려보내는 영구적인 휴전을 달성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양측의 포로 석방으로 이어지는 즉각적인 포로 교환 절차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아울러 "결의안 원문의 맥락에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이동의 자유와 가자지구 모든 지역의 모든 주민들의 모든 인도주의적 요구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개월 동안 잔해 속에 남아있는 순교자들을 묻을 수 있도록 잔해를 치울 수 있는 중장비의 통과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이스라엘, 전쟁 끝내야" 유엔 사무총장 "휴전 안 하면 용서 못해"

이스라엘이 결의안에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네타냐후 총리의 대표적 우군인 트럼프 전 대통령 마저 휴전을 촉구하고 나설 정도로 국제 사회 여론은 좋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 보수 매체 '이스라엘 하욤'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에서 상당한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은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제기되는 반유대주의 정서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이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자의 건물들을 폭격하는 사진들을 보며 '너무나 끔찍한 장면'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끔찍한 광경이었다"고 말해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힘을 실었다.

가디언은 안보리의 휴전 결의에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협력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터뷰로 이스라엘의 고립이 더욱 부각됐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결의안이 즉각 이행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안보리 결의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며 "실패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과 중동 주변국 등 국제사회도 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X를 통해 결의를 환영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실현하는 것이 이 지역을 위한 유일하고 현실적이며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왼쥐 케첼리 튀르키예 외무부 대변인은 X에 "이스라엘이 지체 없이 이번 결의의 요구사항을 준수하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이집트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의가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중요하고 필요한 첫 단계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재국 카타르도 외무부 성명에서 이번 결의가 가자지구에서의 전투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한 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AL) 사무총장은 "지금의 교훈은 결정을 현장에서 실행하고 군사작전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즉각적으로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목소리를 냈다. 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 루이스 샤르보노 대표는 이스라엘은 '불법적 공격'을 중단하고 하마스는 즉시 모든 인질을 석방해야 하며,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아그네스 칼라마드 국장은 이번 결의는 시한을 한참 넘긴 것이라며 '즉각적·포괄적 무기 금수 조치' 이행을 촉구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브렌다 모피아 대표도 이번 결의를 통해 "잔인하고 파괴적인 이스라엘의 폭력이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군의 공습 이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공습 이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사진=AFP=연합뉴스]

이집트-아일랜드 외무장관들, 안보리 가자정전 결의안 실현 논의

이집트의 사메 슈크리 외무장관은 26일 아일랜드의 마이클 마틴 외무장관과 전화회담을 갖고 유엔 정전결의안에 따라서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정전을 실현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카이로에서 발표했다.

이번 회담은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무슬림 성절인 라마단 기간 한달 중에 즉시 정전을 실시하도록 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다음 날에 이뤄졌다.

슈크리 외무장관과 아일랜드 부총리,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는 마틴 외무장관은 특히 현재 150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밀집해 있는 가자지구의 라파 시에 대해서 이스라엘이 다시 공격을 시작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마틴 장관도 슈크리 장관에게 최근 유럽 여러 나라의 정부와 팔레스타인 국가의 건립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의견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2개국 해법 밖에는 영구적인 해결책이 없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해서 이스라엘과 나란히 평화와 안정 속에 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이스라엘을 향해 '인도주의적 재앙' '도덕적 의무' 등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휴전을 압박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26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미 국방부 청사를 찾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너무 많이 나오는 데다 인도적 지원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가자지구는 현재 인도주의적 재앙을 겪고 있으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기근을 피하기 위해선 즉각적인 인도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이 종료된 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오스틴 장관이 갈란트 장관에게 "민간인 보호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이 백만명의 피란민이 집결한 가자지구 라파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군사작전에 대해 (이스라엘이)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목표임을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의 안전한 대피를 보장하고 인도적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와 관련해 갈란트 장관도 해결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라파 침공에 대한 대안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앞으로 몇주 안에 인도적 지원을 위한 해상 통로가 가동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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