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정원 확대, 의료정상화 필요조건".. 대통령실, 의료계 예산편성 참여 제안
의료계 정부 제안에 냉랭.. 신임 의협 회장 임현택, 강경 투쟁 예고
의협 "대통령이 직접 전공의 만나 '결자해지' 타개해달라"
안철수 "의대, 내후년부터 점진적 늘려야…2천명 증원시 의료파탄"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2000명 증원'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를 향해 내년도 의료예산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2000명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의료계는 새로운 의사협회 회장에 '의대 정원 축소'를 주장해 온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을 선정하며 '증원 철회' 메시지를 재차 피력했다.

특히 임 신임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복지부 장관 파면을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우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도 2000명 증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의대정원 확대, 의료정상화 필요조건" 대통령실 "의대정원 배정 완료"

의료계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고 있으나 정부는 의대 증원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를 시작하는 필요조건"이라며 "의대 정원을 늘려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늦게라도 확충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7명인데,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는 1.93명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의 절반보다 적은 시도가 10개나 된다"며 "지방 의료기관은 의사 구하기가 어렵고, 지방의 환자들이 병원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다"고 지적했다.

또 "고령화 추세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의대 입학 정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미국은 지난 20여년간 입학 정원을 7천명 늘렸고, 프랑스는 6천150명, 일본은 1천759명 늘렸다"며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확대하는 의대 정원 2천명의 82%인 1천639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에 집중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역 의대생들이 지역 의료기관에서 수련받고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함께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2027년까지 국립대 의대 교수 1천명 증원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들을 향해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나와 난제들을 함께 풀고 의료 정상화 방안을 발전시키는데 함께 해달라"며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하도록 설득해주고 정부와 대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이미 배정을 마쳤다"며 협상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청사에서 "아시다시피 2025학년도 의대정원 대학별 배정을 끝내며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완료했고 앞으로는 4대 의료개혁 과제(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 보상 체계 확립)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태윤 실장은 "무너진 지역필수의료를 제대로 재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접근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과감한 방식의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의료분야를 우선순위로 끌어올려 국가재정을 집중 투자하고, 내년 예산은 의료개혁 5대 재정사업을 중심으로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 한국병원 심혈관센터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청주 한국병원 심혈관센터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충북 청주 한국병원 의료진과 간담회에서 보건의료 분야 예산 확대를 약속하며 의료계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예산 편성 시 보건의료 분야의 재정투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며 "보건의료 재정을 우선 예산에 반영하려면 의료현장에 계신 의료진 여러분이 하루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셔야 한다"며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호소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오전 국무회의에서도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겠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보건의료 분야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년 예산 편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의료계를 향해 예산 편성 참여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함으로써 대화에 응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즉, 의대정원 2000명 확대 외에 다른 부분에는 의료계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료계 정부 제안에 냉랭.. 신임 의협 회장 임현택, 강경 투쟁 예고

의협 "대통령이 직접 전공의 만나 '결자해지' 타개해달라"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은 이어지고 있으며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6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어려워졌다는 해석도 있다.

임 회장은 저출생으로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온데다 지난달 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민생 토론회장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문제점을 피력하기 위해 회의장 입장을 요구하다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히고 양팔을 붙잡힌 채 끌려 나간 이후 정부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 임 당선자는 ▲의사면허 취소법 개정 ▲CCTV 설치법 개정 ▲진료보조(PA) 간호사 의사 대행 금지 ▲당연지정제 폐지(어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제도)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임 당선인은 개표가 끝나고 이어진 취재진 질의응답에서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강경 노선을 재확인했다.

의대 정원을 오히려 축소해야 하며 필수의료 패키지도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와의 협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전공의 대표·의대 교수들을 충분히 포함해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화의 조건으로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기본이고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라며 "면허 정지 처분 보류 등은 협상 카드 수준에도 들지 못한다"라고 말해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윤 대통령의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임현택]
임현택 의협 회장은 윤 대통령의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임현택]

의협은 현재 윤 대통령이 직접 전공의들을 만나 '결자해지'하라는 입장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7일 오후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병원을 떠나 있는 전공의들이 조속히 소속 병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행정부의 최고 통수권자이신 윤석열 대통령께서 직접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들과 만나 현 상황의 타개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의협은 비대위와 전의교협 등이 제시한 '2천명 증원 철회 후 원점 재논의'라는 대화 전제조건에는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부대변인은 "2천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고, 현재 대학에서 이렇게 늘어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는 주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대통령에 전한 입장문은 '결자해지'를 해달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의대, 내후년부터 점진적 늘려야…2천명 증원시 의료파탄"

이런 가운데 의사 출신인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27일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면 '의료 파탄'이 일어날 것이라며 증원 규모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정부의 2천명 증원 방침에 대해 "지금 휴학한 학생들이 군대에 가면 내년에 인턴이 없어지고, 나중에 군의관과 공보의도 없어진다"며 "그 사람들이 돌아오면 2천명이 아니고 4천명을 교육해야 한다. 완전 의료 파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증원 숫자가 서울은 0명이고 지방에 이렇게 많은데, 새로 2천명 신입생을 뽑고, 새로 의대 교수를 1천명 뽑는다고 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의대 교수를 해봐서 알지만 10년 정도가 걸려야 제대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된다"며 "(2천명을 증원해 교육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 꿈같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시작하는 건 오히려 (좋지 않고), 그다음 해부터 (증원을) 시작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해도 2천명 증원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의사들 입장은 변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 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는 세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필수 의료 의사가 모자라고, 의사 과학자가 모자라고, 지방 의료가 낙후돼있다"며 "이걸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바꾸고 투자하고 나서도 부족한 의사 수가 있다면 범사회적 의료개혁협의회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의회에서) 3∼6개월 내로 (적절한 증원) 숫자를 만들 수 있다"며 "그 숫자를 가지고 점진적으로 증원하자는 게 의사들과 나의 공통적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2천명 증원 계획에서 후퇴하면 입시생·학부모 등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안 위원장은 "대통령이 그 전에 '국민은 다 옳다, 민심이 하는 말씀을 따라야 한다, 국민이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며 "원칙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의료 개혁에 대한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의 입장에 대해 "나와 맥락이 같다. 당 전체 분위기가 그렇다"며 2천명 증원을 고집하지 말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게 여당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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