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5', 흥행의 숫자... 불행의 숫자 될까...

2024갑진왜란 3월말, 바람이 잠든 저녁 무렵의 한반도 어느 남쪽 바다. 해가 수평선 아래 내려앉으면서 수면 위에서 부서지는 빛의 가루들을 물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빛들이 해지는 쪽으로 몰려가고 있을 때, 뭍은 구름과 물의 경계를 분명히 가르고 있었다. [사진=정하룡] 
2024갑진왜란 3월말, 바람이 잠든 저녁 무렵의 한반도 어느 남쪽 바다. 해가 수평선 아래 내려앉으면서 수면 위에서 부서지는 빛의 가루들을 물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빛들이 해지는 쪽으로 몰려가고 있을 때, 뭍은 구름과 물의 경계를 분명히 가르고 있었다. [사진=정하룡] 

 

파묘...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 '파묘'가 '천만의 댐'을 범람했습니다. 개봉 32일 만입니다. 

개봉 3일째 100만, 4일째 200만, 7일째 300만, 9일째 400만, 10일째 500만, 11일째 600만, 16일째 700만, 18일째 800만, 24일째 900만 돌파, 32일째 드디어 천만 관객 범람...

필자의 지난 칼럼(천만 '파묘'에서 파낸 낙동강 '전선')에서 '천만 범람'을 예견하며 '대박의 키워드' 하나로 '재미'를 꼽았습니다. 이에 박진감 넘치도록 1592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선의 서울' 점령 과정을 '홍수 나듯', '파죽지세'로 형상화 했었지요.

특히 영화 오컬트 장르에 '천만 범람'은 이번이 사상 '최초'의 기록입니다. 해서 '재미'만으로 부족하다싶어 '재미 유발자' 하나를 더 보탰습니다. 아껴뒀던 '자발적 참여'라는 유발자말입니다. 

까고까고 또까고... 파고파고 또파도...또 파야하는 '재미 꺼리'에 흥미진진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 유발 요소'들이죠. 정치시즌에 나타나는 '기분좋은 참정권'과 같은 겁니다. "직접 참여해보니까 쥑이더라~" "뭐가?" "주인된 효능감이라고라고라고나 할까...?" 

 

파란...

필자가 짐작컨데 자존심 강하신 저의 독자분들께서는 '조국의 파란'에 또 한번 재미진 장면을 만나고 계실 듯합니다.   

"조국혁신당은 26일 총선을 치르는 비용을 마련하려고 이날 오후 2시부터 50억원을 목표로 '파란불꽃펀드'를 모금하기 시작해 54분 만에 200억원을 채웠다."

'낙동강 벨트 세대(?)'는 절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계좌가 열린 지 8분 만에 50억원, 18분에 100억원, 54분 만에 200억이 모여 펀드 모집이 조기 마감됐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목표액이 50억원이었습니다. 금리가 연 3.65%인 파란불꽃펀드는 비례정당이 비례투표에서 3% 이상 득표 시 법정 선거비용 전액(22대 총선 땐 약 52억원)을 국가로부터 보조받는 법을 활용한 펀드입니다. 초과한 모금액은 약관에 따라 가입자들에게 반환하고, 원리금은 6월 12일 이내에 펀드 가입자들에게 상환될 예정이랍니다.

모금 한 시간도 안 돼 조국혁신당의 '파란불꽃펀드'에 200억원이 모인 겁니다. 이런 놀라운 일은 2024갑진왜란 지금 여기, 싸워스코리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파파 파동...

그럼 왜 이런 '파파 파동'이 생기는 걸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일주일 전까지는 대파 한 단에 2760원에 팔다가 대통령 방문 전에 이틀동안 1천원으로 가격을 내렸고, 대통령 방문 당일엔 대파 한 단에 농식품부 할인지원을 더해 875원에 판매했습니다.

이후 "세상 물정 모르는 모르는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그후 잠잠하다싶더니 지난 25일 이수정 프로파일러(국민의힘 경기수원정 후보)가 윤 대통령의 "대파 한단에 875원, 합리적인 가격" 발언에 대해 "네, 그거는 한 뿌리 얘기하는 겁니다"라고 말한 것이 실파쪽파대파 일파만파 파파 파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싸워스코리아 4.10정치시즌이라 그런지 '대파 파동'이 정치권 '대파 전쟁'으로 옮겨붙었습니다. "모르면 가만히 계시지 대통령 또 바보 만드나..." "방귀 뀐 이승만 대통령께 '각하 속이 시원하겠습니다'라..." "대파는 뿌리가 아니고 단이 단위 가격이다" "대파를 뿌리로 파냐?" "한봉지냐... 한봉다리냐..."

우리사회에서 보기 힘든 직업, '프로파일러'라는 범죄심리학 전문분야 권위자이자 전공 교수인 이수정 후보의 기막힌 설명이라 파파 파장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875' 마법의 숫자...

"실파는 실없고, 쪽파는 쪽팔린다"합니다. 근거도 없고 기준도 사라진 세상 푸념이겠지요. 산삼 한 뿌리인지, 대파 한 봉지인지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봉지와 봉다리의 기준도 애매합니다.

이 애매하고 모호한 영역에서 '우김과 다짐'을 무한 반복하면 '헷갈리우스'와 '긴가민가'라는 기형의 족속들이 나타납니다. 이런 돌연변이들이 '실어증'에 가까워질 때면, 한 단인지 한 뿌리인지를 "당사자인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물어봐야 한다"고 바통을 넘겨버립니다. '주권'을 토스하게 되는 게지요. 

'주권 토스'와 '주객 전도'는 무능력과 무책임의 다른 이름입니다. 내로남불의 탄생원리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봉지'면 어떻고 '봉다리'면 어떻습니까. 우리는 이미 '21세기 2024갑진왜란 싸워스코리아 양극체제' 속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분명한 건 이런 매트릭스에서는 리더십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고, 사회 구성원 모두 '헷갈리우스'로 변질된다는 겁니다.  

그래도 잊지 말 것은 '혼돈 속 창조'라는 역설입니다. '54분 200억 파란'과 '32일 10,000,000 파묘'의 탄생 신화를 만들어가는 믿음직한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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